제목 | [통권 42호] 독일, 고전하는 민영TV 방송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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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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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민영TV에서 다시 공영TV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은 방송 관계자들 혹은 텔레비전 연구자들의 입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렸던 화제 중의 하나였다. 이 물음은 또한 민영과 공영 각각의 관점에서 다시 '시청률 확보에서 선두를 점한 민영TV 방송사가 계속해서 우위를 고수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잃어버린 시청자를 다시 공영TV 앞으로 불러들여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으로 바꿔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84년 독일에 처음 민영TV 방송사의 설립인가가 난 이후 태어난 민영TV 방송사들은 그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세를 확장해 왔고, 1992년부터는 공영TV 방송사의 시청률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반면에 공영TV 방송사들은 그동안 독식해 온 시장에서의 안일함과 타성이 만연한 침체의 늪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었다. 민영TV 방송사가 당분간 계속하여 우위를 점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며, 공영TV 방송사측에서는 자성의 목소리와 더불어 "시청률 확보에 연연해 하지 말고 의연히 공영방송의 의무와 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서 이러한 독일 TV 방송계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민영TV 방송사들의 쇠퇴 기미와 함께 이제까지 민영방송에 밀렸던 공영TV 방송사들이 점차 고개를 들며 시청률 확보에서 선두탈환의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6년 3/4분기 이후 지금까지 TV 시청률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공영방송인 ARD와 ZDF 그리고 제3방송사들의 시청률은 점차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3대 민영TV 방송사인 RTL과 Sat1 그리고 Pro7의 시청률은 점차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표 참조)
그간 민영TV 방송사에 시청률 선두자리를 내준 동안에도 공영TV 방송사는 '뉴스'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성역으로 설정하여 많은 공과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뉴스만큼은 공신력이 높은 공영방송의 것을 보려는 고정 시청자들의 영향도 있긴 했지만, 방송사 자체의 많은 노력에 힘입어 시간대 변화는 물론 새로운 진행자와 신선한 포맷으로 맹공을 퍼부은 민영TV방송사들에게 뉴스 분야에서만큼은 절대로 우위를 내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공영TV 방송사들은 당장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다큐멘터리나 폴리트매거진 형태의 교양프로그램에 치중하여 질좋은 프로그램들을 방영하며 꾸준히 시청자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 2월과 3월 두달에 걸쳐 6회 분량으로 방영된 ARD의 다큐멘터리 야심작인 '히틀러 협력자 (Hitlers Helfer)'나 ZDF의 폴리트매거진인 '전면에서 (Frontal)'와 같은 경우는 수작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그동안 선정적인 프로그램, 돈을 엄청나게 들인 화려한 매머드 쇼프로그램 그리고 'Reality-TV' 등의 제반 문제에 따른 시비 속에서 호황을 누려왔던 민영TV 방송사들은 식상한 테마들에다가 구태의연한 프로그램들로 인하여 점차 시청자들을 공영TV 방송사에 빼앗기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연 민영TV 방송사들이 직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민영TV 방송사가 직면한 문제들을 몇 가지 영역으로 분석해 놓은 한 조사기관의 보고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 1. 구태의연한 프로그램 아이디어 문제 2. 처음에 천명했던 기존 터부의 파괴와 신선함을 유지하는 데 실패 문제 3. 중요한 정보 취득원으로서의 기능 실패 문제 4. 프로그램들의 적자 운영 문제 5. 지나치게 많은 광고방송 위에서 지적된 문제들 이외에도 RTL 사장인 Helmut Thoma가 지적하는 바처럼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는 민영TV 방송사들이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이 되어버려 서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 또한 민영TV 방송사들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또다른 지적처럼 이번 조사가 전통적으로 공영TV 방송사가 높은 시청률을 차지하는 연초에 실시되었기 때문인 것 - 새해의 시작과 함께 공무원들이나 정부관련 종사자들이 업무적 이유 등으로 상대적으로 공영방송을 많이 시청한다는 통계조사자료에 근거하여 - 만으로 치부하기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ARD와 ZDF가 시청자를 잡기 위해 실시한 체중감량 및 프로그램 개발 등의 전략을 간과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시작된 디지털TV 방송과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날 추세인 민영방송사를 고려한다면 작금의 TV방송 시장은 힘겨운 싸움과 파산이 속출할 어려운 정국이 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작년 한해 민영TV 방송사들 가운데 흑자를 낸 방송사는 RTL과 Pro7뿐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박노성/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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