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42호] 미국, 기술표준이 디지털시대의 난제로 남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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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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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NAB는 방송인들의 막강한 힘을 자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디지털 방송을 위한 주파수대를 무료로 공급받게 된 것을 비롯해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의무전송의 합헌 판결 등은 방송인들의 강력한 로비집단인 NAB 연차회의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시대로의 전이는 방송산업에 또다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가 방송인들을 더욱 들뜨게 만든 듯하다. 그러나 흥분된 방송인들의 고자세가 보다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의 선택을 방해하고 있지 않는가 우려된다. NAB 행사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사건은 Microsoft, Compaq, Intel사 등 컴퓨터업계의 대형 주자들이 방송계에 정면대결의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들은 방송인들에게 현재 방송계에서 채택한 디지털방송 표준기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신들은 방송계의 기술을 따르지 않고 고유의 표준기술을 이용하여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융합하는 시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시대로의 전이는 텔레비전, PC, CD 등 정보와 오락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이 기술적인 호환성을 확보함으로써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이룰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모아 왔다. 그러나 Bill Gates가 WebTV를 인수함으로써 표면화된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 대융합의 예고는 기존의 다른 미디어들이 호환될 수 있는 정보전달방식의 공유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컴퓨터 산업계가 지적하는 현재의 디지털방송 표준기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데이터나 텍스트의 방송(전송)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공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즉 방송계가 주장하는 대로 1초당 1080개의 주사선을 이용한다면 디지털방송용으로 배정된 모든 주파수 공간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방송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컴퓨터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기술은 보통 텔레비전 프로그램 방송에는 1초당 480개의 주사선을 이용하고 영화의 방송에는 1초당 720개의 주사선을 이용하여 방송하는 것이다. 고도의 영상미를 중시하는 영화나 정지화면을 제외한 움직이는 화면의 방송일 경우 시청자들은 1080개 주사선을 통한 고화질에 대해 실질적으로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480개나 720개의 주사선을 이용한 디지털방송은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이는 방송산업계에도 또다른 수입원이 될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보다 많은 그리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공적인 이익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방송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기술적인 차이에 따른 이해관계가 이 불편한 관계의 주원인으로 분석되기는 하지만 방송계의 고압적인 자세와 대형 컴퓨터사들의 오만한 태도가 협의의 폭을 더욱 좁게 하고 있기도 하다. 3대 컴퓨터사들은 NAB에서 컴퓨터는 텔레비전을 대치하고 말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이 추세는 '만일'이라는 가정이 아니라 '언제'냐는 현실이라고 위협한 것이다. 여하튼 미국 방송계가 컴퓨터계의 제안을 냉대함에 따라 컴퓨터업계들은 외부의 가능성에 눈을 돌리고 있는 듯하다. 현재 텔레텍스트 서비스가 널리 보급되어 있는 영국과 유럽공동체의 방송산업계에서는 디지털시대로의 전이는 당연히 온라인 서비스를 부가적으로 갖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6개의 주파수군을 디지털 방송용으로 배정하는 과정에서 3개는 기존 방송사에 할당하고 나머지 3개는 새로운 방송사들에게 할당할 계획이다. 현재 Digital Television Network(DTN)과 British Digital Broad- casting(BDB)이 신생 방송사들을 위해 배정된 주파수대를 획득하기 위해 지원했는데 DTN의 경우에는 디지털텔레비전 프로그램 방송과 더불어 온라인 서비스를 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이 회사는 디지털 방송을 통한 인터넷의 접속을 더욱 용이하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BDB의 경우에도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서비스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3대 컴퓨터사들은 이러한 외국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디지털신호의 변환에 필요한 셋탑박스 등 관련시장의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 듯하다. 20세기 초, 세계 철강시장의 90% 이상을 공급하던 미국의 철강업계는 강력한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여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무관심했고 그 결과로 현재는 철강국의 선두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미국의 자동차산업 또한 비슷한 경로를 겪었다. 현재 미국의 방송산업도 오랜 독과점적 환경에 젖어 점차로 수요자들의 취향과 기술의 변화경향에 둔감해지고 있는 듯하다. 정보 하부구조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디지털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무관심이 미국의 방송산업을 철강산업이나 자동차산업과 같이 세계 선두의 자리를 위협받는 처지로 전락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윤은상/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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