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42호] 영국, 디지털TV 채널 할당 논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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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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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중순부터 영국 ITC(Independent Television Commission)는 디지털 지상파TV(Digital Terrestrial Television : DTT)의 나머지 부분에 면허권을 부여하기 위한 공식적인 심사과정에 들어갔다. 영국 언론관계자들은 이번 ITC의 결정이 미래 영국 방송문화의 본질적인 성격을 규정해 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6∼8주 후에나 공개될 이 심의 과정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요약하자면, 하나의 자리를 놓고 두 세력이 경쟁하는 식이다. 이 중 첫번째 경쟁자는, 영국 대미디어 그룹들의 컨소시엄인 British Digital Broadcasting(BDB)으로, 이미 ITV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Carlton과 Granada, 그리고 Murdoch 그룹 산하의 위성방송 그룹인 BskyB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이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면허 신청권자는 영국 제일의 케이블방송 기업 International CableTel 산하의 Digital Television Network(DTN)이다. 따라서 영국 디지털TV에 대한 전망이 이 두 후보자들이 지니는 강점과 약점을 비교하여,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여진다. 또한 우연치 않게도, 양자간에는 소유권, 자본력, 채널 구성, 프로그램 제공/편성 계획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대조되는 면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양자택일의 분기점에서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단순히 제도적으로 채널을 할당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영국 방송 '문화'의 질과 성격을 규정하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선 소유권과 관련하여 자본력 측면을 보면, BDB는 대미디어 기업으로 구성된 만큼 이미 탄탄한 자본과 사회적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DTN의 모기업인 International CableTel은 영국 최대의 케이블TV 기업이라고는 하나 지상파방송과 위성방송의 통합체라고 할 수 있는 전자에 비하면 매우 빈약한 수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CableTel이 1993년 개국 이래 평균 가입률 22%이던 영국의 케이블TV 시장을 31% 혹은 40%까지 올려놓는 성과를 보여왔다는 사실이 하나의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BDB와 DTN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재정적인 면은 최소한 심리적인 차원에서라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남아 있다. 채널 구성에서 두드러지는 소자본의 혁신성 채널 구성을 점검하더라도 이러한 경향 - 대자본의 보수적인 안정성과 소자본의 혁신성 - 은 그대로 나타난다. BDB가 제안한 바에 따르면, 새로운 16개의 채널 중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위성방송 채널이거나 케이블TV 채널인 것을 제외하고 그 외의 영화채널 또는 BBC 프로그램 공급 채널까지를 감안한다면, 반 정도를 차지하는 6개의 채널이 이미 보던 것을 재탕하거나 다른 매체들과 차별성 없는 시간 때우기 식의 편성으로 이루어지리라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DTN의 경우를 보면, 23개의 채널 중 19개가 인터액티브 및 정보서비스 채널, 그리고 소위 '뉴채널 컨셉트(New Channel concepts)'라는 이름의 채널로 구성되어 있다. DTN의 핵심 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뉴채널 컨셉트는 BBC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전문가 프로그램(new specialist), 영화, PPV 채널들로 구성된다. 특이할 만한 점은 DTN은 연중 2만 시간을 독립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할당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 평론가 Steven Barnett는 영국 방송역사상 하나의 사기업을 BBC라는 이름의 공영방송사로 전환하던 사례(1927)나 BBC 독점체제에서 상업방송인 ITC가 설립되던 시기(1955)를 회상하면서, 새로운 전환기에는 예측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위기가 잠재하기 마련이라고 전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란 개혁의 혁신성에 있다고 보고 ITC의 결정은 영국적인 문화의 건설, 하지만 사회의 다원주의화와 정보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보수적 편향과 위험을 감안한 혁신적인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대결하고 있는 가운데, 중대한 결정을 위한 신중한 선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러한 문화적 당위성만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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