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41호] '商社의 논리'가 지배하는 CS디지털방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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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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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0월 본격 서비스방송을 시작한 PerfecTV는 순조로운 가입실적을 보이며, 1996년도에 3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1997년도에는 100만 건 확보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日經)신문사가 선정한 1996년도 히트상품으로 등장한 CS디지털방송은 앞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모든 채널을 합해 보면, PerfecTV 110채널, DirecTV Japan 100채널, JSkyB 150채널, SkyD 20채널로 합계 380채널에 달하게 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년 이내에 이처럼 방대한 채널에서 영상이 하늘에서 쏟아지게 된다. 방대한 채널량을 지닌 CS디지털방송의 판매의 관건은 그 전문성에 있다. 기존 지상파방송국이 무엇이든 있든 대중식당이라면 CS디지털방송은 일품요리로 승부를 거는 전문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그 '질'과 가격을 따지게 되는 것이다. 월 7만엔이라는 고액시청료의 내용은 1월부터 유료화가 시작된 PerfecTV의 현행 채널은 무료채널 8, 기본채널 21, PPV채널 11, 프리미엄채널 21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청료가 들까. 기본계 21개 전 채널을 보기 위해서는 패키지로 월 2700엔을 지불해야 하며, 프리미엄계는 300엔에서 3만엔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전부 보기 위해서는 월 약 7만엔이 필요하고 PPV는 볼 때마다 채널에 따라 300엔에서 1500엔을 지불해야 한다. 음성에서는 다이이찌고오쇼(第一興商)의 Star Radio 100이 월 1200엔이며, 지상파방송에서는 무료인 단파방송도 디지털단파 2채널이 각 월 200엔이다. 패키지에 들어가 프리미엄계 어느 한쪽과 계약하고 PPV를 1-2편 보면, 바로 월 1만엔을 넘는 돈이 필요하게 된다. 이만한 돈을 지불하며 보는 프로그램은 그 구성면에서 볼 때 구입 소프트웨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제작한 프로그램은 극히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꼭 일본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줄지어 등장하고 있는 디지털다채널 위성방송의 공통적인 현상의 하나는 바로 헐리우드의 대작 영화와 스포츠가 인기프로그램의 대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헐리우드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이 음성을 지우더라도 줄거리를 알 수 있는 '무(無)언어성'으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나 <쥬라기 공원>처럼 액션과 특수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소프트웨어이다. 처음부터 언어의 벽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유통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들은 이미 극장 공개, PPV, 대여 비디오, 유료 TV, 판매 비디오, 지상파 TV라고 하는 유통로('window'라고 한다)를 확립하고 있다. 디지털다체널 위성방송에서도 신작은 PPV로 내보내고 있다. 단, 대여 비디오가 발달한 일본에서 PerfecTV의 PPV채널에서는 신작 프로그램이 극히 부족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스포츠분야에서는 국제적인 이벤트를 둘러싸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월드컵축구는 그러한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996년 7월 28일, 독일 최초의 디지털다채널방송인 DF1을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Kirch는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2002년 월드컵축구 방송권을 10억 4000만 달러에 구입하고 이어 2006년 월드컵축구 방송권을 12억 달러에 구입했다. 이는 지금까지 공공방송연합이 취급하던 방송권료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0억 4000만 달러가 매입금액이면, 당연히 매출금액은 약 18억 1900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 거액을 요구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 방송권을 NHK·민방의 구체제가 얻을지 CS디지털방송 진영이 잡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료방송이 되면 시청자는 고액의 시청료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위성디지털다채널방송은 암호화(스크램블)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유료방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은 보고 싶은 만큼 돈을 지불하면 된다"고 말하면 되겠지만, 결국은 '가진 자'만을 대상으로 한 세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유료방송의 '독점'문제로 영국에서는 방송법이 개정되었다. 500만을 넘는 가입자를 자랑하며 1996년도 결산에서 186억 엔의 매상과 58억 엔의 이익을 챙긴 BSkyB의 가장 중요한 상품이 바로 스포츠 채널이다. 영국에는 전통적으로 왕관의 보석(Crown jewels)으로 불리는 올림픽, 축구, 윔블던 테니스 등 8개의 스포츠 이벤트가 있다. 이 왕관의 보석을 BSkyB등의 유료방송이 '독점적'으로 방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송법 개정을 행한 것이다. Murdoch의 상륙으로 동요을 보이고 있는 일본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일어나리라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프로그램 구입은 '商社의 논리' 거액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사서 방송하여 이익을 얻는다는 생각은 '商社의 논리'와 일치한다. CS디지털방송은 일본의 2개의 통신위성회사의 자본구성 그 자체인 미쓰비시(三菱) 대 4대 상사(伊藤忠, 住友, 日商岩井, 三井)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PerfecTV가 사용하는 JCSAT-3호기를 소유한 JSAT(Japan Satellite Sys tem)과 PerfecTV는 이토쮸, 쓰미토모, 닛쇼이와이, 미쓰이 등 4대 상사가 주요주주이다. 한편, Hughes,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전기 등을 주요주주로 하는 DirecTV Japan은 같은 미쓰비시 그룹인 SCC(우주통신)의 SuperBird-C를 이용한다. 당초 SCC를 이용할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던 Murdoch/孫正義 연합의 JSkyB도 JCSAT를 사용하기로 함으로써 JSAT 진영에 가담했다. 상사의 입장에서 볼 때 CS디지털방송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통신위성의 트랜스폰더가 모두 팔리고, 개개의 프로그램공급자(위탁방송사업자)로부터 고객관리 수수료가 들어오면 전체경비는 걸맞는다는 계산이다. 민방의 지역방송국에서도 "프로그램을 만들면 적자다. 도쿄 키스테이션의 프로그램을 받아 방송하는 것이 수익을 올리는 첩경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분명히 '성공해도 본전'인 프로그램 제작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 보다 상사들이 자랑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그 돈으로 실적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서 방송하는 것이 장사로서는 확실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방송문화'를 육성한다는 사명감은 없고 단지 실적이 오르지 않으면 바로 그만 둔다는 '비즈니스 논리'만이 깊이 스며있다. 막대한 경비가 드는 프로그램 제작 분명히 프로그램 제작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NHK의 1996년도 예산에서는 국내 방송프로그램 제작·송출비를 4243억 2000만 엔으로 정했다. 이 가운데 인건비등을 제외한 국내방송비는 2351억 5000만 엔이었다. 단순하게 1일당으로 계산하면 제작비만으로 약 6억 4400만 엔이 투여되고 있다. 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1만 2000명의 직원과 관련단체 4000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지상파TV 2, BS 2, 중파 2, FM 1 등 각 채널의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방은 도쿄 키스테이션 5개 방송국의 경우, 영업수입의 약 40% 정도를 프로그램 제작비에 충당한다고 한다. 5개 방송국의 1995년도 영업수입은 제1위인 후지TV의 2750억 엔에서 TV도쿄의 758억 엔까지에 이른다. 따라서, 개략적인 수자로 1100억 엔에서 314억 엔이 프로그램 제작에 충당되며, 이를 1일당으로 계산하면 3억 엔에서 1억 엔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개별 프로그램 단위로 액수를 산출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드라마에서 1시간 당 3000만엔을 상정하고 있으며, 다큐멘터리에서도 1시간 50만 엔 짜리 프로그램을 누가 볼까
이러한 프로그램 제작을 실질적으로 담당한 것은 제작프로덕션이다. 그러나 압도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방송국은 프로덕션을 학대해 왔다. 기획을 방송국에 제출하고 제작 허락을 받은 제작 프로덕션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한 다음 비로소 방송국으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수주형' 구조가 프로덕션의 약체화를 초래해 왔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제작 프로덕션 가운데 2/3가 매출 5억 엔 이하라고 한다. 은행도 방송국에는 돈을 대출해 주지만, 제작 프로덕션에 대해서는 냉랭하다.
이러한 제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JIC(Japan Image Communication)처럼 CS디지털방송에 참여한 제작 프로덕션도 많다.
그렇지만, CS디지털방송에 참여했다고 해서 바로 자금이 모이는 것은 아니다. PerfecTV 산하의 어떤 위탁방송사업자의 경우, 가입 1건당 월액 90엔, 연간 1080엔이 들어온다. 설령 100만 가입자를 달성하더라도 10억 8000만 엔이다. 이런 수준으로는 트랜스폰더 비용과 고정비를 제외하면 프로그램 제작비에 돌릴 수 있는 것은 수억 엔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1시간당 예산은 50만 엔이 상한선이다. 1시간당 3000만 엔을 투입한 프로그램과 50만 엔을 투입한 프로그램을 비교해 보면 자연히 그 차이가 분명해진다. PerfecTV의 프로덕션 채널이 빈약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CS디지털방송의 '양'은 '질'이 따라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구입해서 방송한다'는 상사의 논리가 횡행하고, 세계적인 거대 미디어의 전략에 휘말려 전문채널을 육성하지 않으면 프로덕션이 겪고 있는 열악한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CS디지털방송이 유익한 미디어로서 자리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放送批評 '9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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