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41호] 영국, 차별화를 목표로 C5 개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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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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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오후 6시를 기하여 영국의 다섯 번째 지상파방송 채널인 C5가 첫 전파를 내보냈다. 10대들의 우상인 팝송 그룹 '스파이스 걸'의 축하쇼로 개시한 C5는, 이 개막쇼가 이미 암시하듯 4개의 기존 채널과는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는 데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듯하다. 사실 C5가 점차 경쟁이 치열해 가는 미디어계에서 생존해 나갈 수 있을까하는 것은 미디어 관련자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C5의 주요 재정원은 Pearson, United News & Media 그리고 CLT 등인데, 애초부터 이들의 재정은 여타 4개의 채널에 비교해 볼 때 매우 미약한 수준이었다(연간 프로그램 제작예산만 봐도 C5는 1억 1000만 파운드임에 비해 ITV는 6억 파운드에 달한다). 이러한 구조적 열등성 때문에 C5에게 있어 재정적인 보장 장치인 광고주를 확보하기 위해 보다 많은 시청자수를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가 되었던 것이다. 시청률 확보를 위해 C5는 프로그램상의 독특한 자기 이미지 형성과 그에 따른 확고한 시청자군을 형성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기로 한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소 파격적인 C5의 면모에 대해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는 있지만 일단은 C5라는 존재를 시청자들이 인식토록 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C5에 대한 영향력 있는 미디어 관계자들의 견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C5의 강점으로는, 1) 줄띠 편성(stripped and stranded scheduling) - 기존 채널들의 일주일 편성은 상당히 비규칙적이고 비정규적인 편이다. 2) 심야방송 시간대에서의 상대적인 유리함 - 심야방송 시간대는 영국 텔레비전 방송계 전체적으로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이다. 3) 영화 방송 시간대의 변혁 - 프라임 시간대인 밤 9시 전후의 TV 방송시간표는 매우 특이하다. 즉 BBC1에서는 9시 뉴스를 방송하는 것이 전통이다. 한편 ITV에서는 주로 영화를 방송하는데 예를 들어 2시간 길이의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 9시에 시작한 영화를 11시까지 계속 방송하지 않고 10시에 영화를 중단하고 약 40분 정도의 뉴스를 내보낸 다음, 그것이 끝나면 다시 이전의 영화로 되돌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이 BBC 9시 뉴스의 고유영역을 존중하기 위한 BBC와 ITV간의 타협책이라고 하나 실제로 영화를 중단 없이 시청하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불만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C5는 주 내내 9시에 영화를 중단 없이 방송한다. 제공되는 영화의 수준과 그를 유지하기 위한 방송사의 재정이라는 중대한 문제들이 자리잡고는 있지만, "우리가 방송하는 영화의 배우는 결코 '잠시 후 다시 오겠습니다.' 라는 대사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ITV를 염두에 둔 듯한 조롱기 섞인 광고는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히 설득력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큰 C5의 특성으로는 주요 시청자군이 10대∼30대에 이르는 젊은 세대라는 점,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 채널 전체적인 취향이 '자유스러움(free)-발랄함(live)-재미있음(fun)-젊고 신선함(younger and fresh)'과 같이 묘사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성이 두드러지는 프로그램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뉴스이다. 원래 뉴스는 시청률 경쟁과는 무관한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동시에 채널 고유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C5의 뉴스는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인 앵커맨의 이미지 - 권위 있는 중견의 시사 해설자 - 를 부정하고, 경쾌한 음악을 배경으로 젊은 세대의 앵커맨(우먼)에 의해 진행되는 뉴스 '쇼'는 신선하다는 느낌을 지나쳐, 지나칠 정도로 경박하다는 지적조차 받을 만하다. 하지만 개막 첫날 밤 C5의 주요 시청자군이 16∼34세의 그룹이었다는 사실이 증명하듯, 어쨌든 시청자들은 C5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채널 특유의 개성과 영국 방송의 고유성을 조화시키는 것이 C5 사활의 관건 관건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광고주 유치라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준까지 끌어올려 유지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출발한 C5에게 있어서는, 첫 해에 구매력 있는 시청자의 4.5%, 그리고 10년 후인 2007년에 그들의 10% 정도만 확보해도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채널 특유의 개성과 영국 방송의 고유성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C5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즉 채널의 자유롭고 신선한 분위기가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미국식 오락 위주의 소비주의적 문화에 침식 당할 염려가 있는 것이다. 디지털 방송의 시작에 앞선 C5의 등장은 점차 복잡화되고 다양화될 것이 분명한 영국의 방송환경을 예시하여 주는 듯하다. 그리고 그 출발은 불안하고 예측 불허이기는 하지만 그 추이를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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