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45호] 미국, 프로그램 등급제로 방송가 분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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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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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등급제도가 실시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 방송계와 행정부 및 입법부는 이 제도에 대한 평가와 수정 작업으로 분주하면서도 의견분열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여론과 정부의 움직임을 의식한 몇몇의 케이블 회사와 네트워크들은 기존의 등급표시에 세가지의 추가정보를 프로그램의 시작 부분에 표시하는 방식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방식의 등급표시는 기존의 등급에 성적 묘사의 정도(sexual material), 폭력 (violence), 그리고 저속한 언어의 사용(foul language)을 표시하는 심볼을 덧붙여 영상에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Fox를 비롯한 몇몇의 주요 네트워크들은 조만간에 성적 묘사를 나타내는 'S', 폭력을 나타내는 'V', 그리고 저속한 언어를 나타내는 'L'자를 현등급표시에 추가하여 방송에 사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NYPD Blue'와 같은 프로그램의 등급은 'TV-14-SVL'과 같이 영상에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까지 모든 주요 네트워크들이 만장일치로 고수해 왔던 수정 반대의 입장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서 방송계가 현등급제 실시 이후 야기된 많은 비판과 논란들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NBC와 CBS는 여전히 현등급제에 대한 수정을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거대 케이블업체인 Turner와 Fox는 이미 수정방식을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며 곧 ABC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방송 전문인들은 예견하고 있다. 분열현상과 문제해결의 괴리 이러한 분열 움직임은 기존 등급제를 개발한 방송계의 의견수렴 과정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결국 표준화된 등급제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개입할 좋은 핑계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왜냐하면 각 방송사가 임의대로 등급을 개발할 경우, 미국처럼 다양한 네트워크가 공존하는 체제에서는 결국 수용자들이 특정 프로그램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많은 등급제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상황을 불러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분열의 움직임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문제 해결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세가지 추가 정보를 더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지적되어 왔던 문제점, 즉 충분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과연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PG-14으로 매겨지는 특정 프로그램의 등급에 'S', 'V', 혹은 'L'을 더한다고 해서 과연 부모들이 어린이들의 시청에 대한 선택을 하기에 충분할 만큼 명확한 정보를 준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제기는 확실히 설득력이 있다. 정치적 압력과 등급제 최근까지 일관성있게 등급제 수정을 반대해 오던 방송산업계가 입장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역시 정치적 압력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 작년 국회에서 새로운 방송 규제법을 통과시키면서 새로 만드는 모든 텔레비전 수상기에 의무적으로 V칩을 부착할 것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 당시 V칩이 수신할 정보, 즉 프로그램의 등급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지정하지 않았으며, 클린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방송계에서 자체적으로 등급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 이후 등급제에 대한 입법부의 비판은 점점 강도를 더해 갔고 급기야 이번 5월에는 상원의원들로 구성된 통상위원회(Senate Commerce Committee)에서 등급제의 수정을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19대 1로 통과된 이 법안에 따르면, 방송사는 오후 10시 이전에는 특별히 '폭력적'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은 이상 폭력성을 지닌 프로그램의 방송을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법안들이 여러 건 국회에 상정이 되어 있다. 한편 FCC는 오는 6월 20일 하루 동안 등급제에 관련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일부 방송국들의 등급제 수정에 대한 움직임은 이 공청회를 겨냥하여 비판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도 포함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FCC에게는 현등급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패널(panel)을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등급제를 개발한다고 해도 현행법에 따르면 방송업계가 이를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 일부 등급제 개편에 반대하는 네트워크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와 국회가 정치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애초에 합의에 의해서 방송가가 자발적으로 등급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인데,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는 일관되게 점점 더 강도 높은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FCC의 공청회 결과가 기존 등급제에 대한 본질적 개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현재는 등급제의 개정에 반대하는 주요 네트워크에서도 결국 개정 작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등급제의 개정작업이 시작될 경우 현재 양분되어 있는 방송계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시 단합하여 일치된 안을 만드느냐는 것이다. [여은호/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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