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44호] 총선 열기 속의 프랑스 방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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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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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월요일, 프랑스 대통령 시라크는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된 특별 담화에서 국회를 해산한다고 선언했다. 시라크가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의회 해산권을 행사함으로써 이루어진 조기 국회 해산으로 프랑스는 예정보다 약 10개월 앞당겨진 5월 25일과 6월 1일 이틀에 걸쳐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하게 됐다. 정치권이 본격적인 선거유세에 들어감에 따라 총선은 방송의 주요 소재가 됐다. 각 정당이 제작한 공식적인 선거유세 방송과 뉴스 프로그램을 통한 선거관련 보도를 제외하고, 각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총선에 관련된 프로그램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뉴스나 대담, 토론 프로그램에 정치인들을 초대해 그들의 정견을 듣는 것이다. 물론 방송위원회(CSA)가 이러한 모든 정치관련 프로그램들의 형평성을 감독한다. 다시 말해, 방송사는 특정 정당의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따라서 정치적인 공정성, 형평성의 문제를 떠나, 방송사가 직면한 문제는 대부분 프라임 타임대에 방영되는 이 선거관련 방송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정치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무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큰 문제이다. TF1은 매일 저녁 8시 뉴스 시간에 각 정당의 정치인들을 한 명씩 초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고, France2는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9시에 총선관련 특별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있다. 이러한 특별 제작 프로그램 외에 방송사들은 기존의 토론, 대담 프로그램들에 정치인들을 초대해 토론의 장을 제공한다. 어떻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머물게 할 것인가? 방송위원회가 요구하는 형평성과 공정성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누구를 초대해 어떻게 토론을 이끌 것인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각 방송사들은 여러 여론조사 기관들에 의뢰해 시청자의 프로필, 방송사의 이미지 그리고 각 정치인의 이미지를 조사한다. 이러한 선행조사를 통해 방송사의 이미지와 어울리고 방송사의 주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정치인들을 선정하고 그에게 질문할 내용과 토론 진행방식을 결정한다. 프랑스 정치인들은 나름대로의 정치적 성향과 배경을 가지고 있고 대단히 뚜렷한 가치체계를 표상하고 있다. 방송사가 하는 일은 이러한 정치인들 중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고 자사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정치인을 선정하는 것이다. 한 예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정치인은 뭔가 도전적이거나 호감을 주는 사람이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로는 군소정당인 공산당의 당비서 로베르 위는 각 방송사가 초대 인물로 선호하는 정치인이다. 또 각 방송사마다 각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그에 맞는 시청자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같은 정치인이 나오더라도 토론의 색깔은 방송사마다 달라진다. 예를 들어, 프랑스 최대 방송사인 TF1은 시청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거물급 정치인들을 초대하며 토론 또한 아주 물샐 틈 없이 진행함으로써 흔들림 없는 안정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젊은이들이 주시청자인 Canal Plus의 경우는 제도권에 편입된 안정된 토론보다는 보다 자유롭고 비판적인 토론을 유도한다. 정치방송 프로그램을 위한 이러한 조사와 준비 관행은 대외비에 부쳐진다. 자칫하면 정치 선동가로 몰릴 수도 있고 국민의 정치 의식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인 데다, 방송사의 정치성향에 대해 이러 저러한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철저한 조사와 치밀한 준비과정 덕분인지, 이번 선거기간 동안 각 방송사는 전반적으로 평소 수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시청자들의 무관심 내지는 혐오에 맞서야 한다는 공익기관으로서의 사명감과 시청률 유지를 통해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는 기업의 생리 사이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프랑스 방송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주형일/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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