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40호] 중국 방송계에 부는 애국주의 바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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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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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작은거인 등소평은 이미 죽었다. 그러나 최소한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만은 아니다. 올해 초 중국대륙에서 방영됐던 12부작 다큐멘터리 [鄧小平]을 통해서 여전히 그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中央電視臺(CCTV)가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 [鄧小平]은 3년 여에 걸친 제작기간과 800억 원의 제작비용만으로도 화제가 됐었다. 지난 2월 19일 등소평의 사망 직후 이 프로그램은 전국방송망을 통해 여러 차례 재방송된 데 이어 지금은 각 지역방송에서 재방중이다. 비디오 테이프와 VCD로도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평균 일반 중국인 노동자의 한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6백元(한화 6만 1000원)이나 하는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등소평] 방영 이후 중국텔레비전에서는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비록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회주의체제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어 대중을 계몽하고 선동하는 프로그램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방송계 동향을 보면 맹목적이고 주입적인 과거의 방식을 탈피해 드라마적 요소, 즉 재미를 가미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또 주인공도 대중들과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대중 자신들과 친근한 인물들로 주로 그려진다. 맹목적이고 주입적인 선동 프로그램 탈피 그중에 하나가 최근 방영됐던 [자야(子夜)]이다. 중국 사실주의 문학의 거두인 矛盾(본명 沈德鴻)의 작품 [자야]를 영상화한 이 프로그램은 북경 1TV를 통해 14편이 방영됐다. 1930년대 암울한 시기에 상해에서 방직공업으로 민족공업을 발전시켜 보려던 한 민족자본가가 매판자본과 제국주의에 의해 파멸돼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금융과 상업중심지였던 상해의 화려한 모습을 배경으로 서양 상인들이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밑천 잡아보려는 욕망과 속임수 등을 그린 이 드라마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조망해보려는 연출자의 의지가 화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외국기업들이 속속 중국에 들어와 외제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90년대 상황과 30년대 상해의 모습은 여러가지 면에서 시대적 배경이 맞아 떨어진다. 선진국의 제품에 맞서 이제 갓 생산한 열악한 제품으로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중국 국영기업의 형편도 30년대 당시와 너무 흡사하다. 중국인들이 매일밤 이 드라마를 지켜보면서 국산품 애용정신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 제작자의 제작의도였는지도 모른다. 중국의 방송계에 불고 있는 애국주의 바람은 비단 '자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등소평 사후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의 경향을 보면 유독 '인민의 영웅들' 모습이 자주 그려진다. 그렇다고 이런 '영웅들'이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다. 평상의 생활 속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중 중국 텔레비전 화면속에서 강택민 주석만큼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李素麗'라는 한 버스 차장이다. 그녀는 북경 시내 중심가를 오가는 322번 여자 버스 차장이다.그의 얘기가 중국 CCTV1 채널을 통해 처음 소개된 이후 그에 관한 드라마와 영화제작붐이 일고 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특별히 무슨 엄청난 일을 한 것은 아니다. 매일 버스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시민들에게 웃는 낯으로 대한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역에서는 '이소려를 배우자'는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대중들이 이용하는 버스에는 물론 호텔과 영화관, 심지어는 국가기관 청사에도 버젓이 이런 구호들이 걸려 있다. 작년 2월 3일 중국 운남성에서 발생한 대지진 당시 비행요원과 통신요원 그리고 구호요원들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 [緊急夜航]은 전국 방영을 앞두고 얼마 전 중국인민회당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시사회장에는 중국의 내노라하는 고위층들이 모두 참석했다. 악천후와 여진의 위험 속에서도 비행을 강행하는 항공사측의 용단과 성(省) 정부의 헌신적인 구호활동으로 무수한 생명을 구했다는 식의 다소 진부한 내용이지만 중국인들은 매우 진지하게 지켜보았다. 등소평 이후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한 정치적 수단 이처럼 중국방송계에 세차게 불고 있는 애국주의 바람은 중국의 현정국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등소평 사후 권력의 향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애국주의 바람을 주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21세기 초강대국으로 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방국가들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자국민들에게 민족주의를 주입시키기 위한 것으로도 이해된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여전히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이 이미 효용가치가 떨어진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대신 민족주의를 지도이념으로 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방송이라는 매체가 가장 매력적이라는 판단을 중국지도부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7월 1일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 반환 관련 프로그램들이 제작준비중이거나 제작중인 것은 이런 움직임을 잘 반영하고 있다. 홍콩의 변천사와 중국민족의 끈질긴 투쟁사 등을 기록사진과 현지 촬영,인터뷰 등을 통해 묘사한 <香港滄桑>(커다란 변화라는 뜻)이나 금년 3월 23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香港百題] 등도 그런 류다. 홍콩반환을 계기로 중화민족의 대부활을 꿈꾸는 중국인들의 사상과 민족 자존심의 회복운동은 그래서 중국방송계의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애국주의적 프로그램이 중국방송계에서 대량으로 양산될 것임을 예고하는 전조이기도 하다. [민경중/중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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