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40호] 영국의 BBC에 일고 있는 민영화 기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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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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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7일 영국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BBC가 5개의 새로운 상업채널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것은 BBC의 상당한 부분이 민영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BBC 당국은 이러한 변화가 BBC의 본질적인 측면, 즉 공공에게 봉사하는 공영서비스 방송으로서의 임무를 다변적인 방송환경 내에서 계속 수행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책의 한 모습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보이는 현실은 BBC가 제시하는 본연의 임무가 과연 여전히 존재하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주로 BBC에 소속된 제작시설과 자료들, 혹은 부설 조직들을 대여,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BBC의 민영화 경향은 사실 수년 전부터 그 기미를 보여왔다. 그러던 것이 단계적으로 강화되어 오늘에 이르러 명확한 현실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BBC 민영화의 역사는 우선 1993년 4월의 '제작자들의 선택(Producer Choice)'이라는 방안을 출발점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BBC는 프로그램 제작시 외부의 제작시설들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토록 하는 '내부시장 시스템(internal market system)'을 최초로 공인하였다. 이 계획의 실행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았는데, 즉 대부분의 경우, BBC 내부시설보다는 외부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임이 밝혀졌고, BBC 시설의 1/3 가량이 이용가치를 잃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BBC의 시설 및 자료부서는 지난 4년간 계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고 한다. 운영비용이 반감되었고, 운영인력 5000명 정도가 퇴진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제작부서와 방송부서의 결별을 뜻하는 것이다. 외부의 프로그램 시장이 이토록 활발해지고 있는 현상황에서 더 이상 방송사가 자체 소품실이나 방송사 소속 디자인팀들을 떠안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BBC 당국의 입장이다. 그리고 BBC는 이렇게 조직정비를 함으로써 약 2억 파운드(한화 약 3000억원)의 자산에 해당하는 엄청난 이익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자체 추정하고 있다. 이후 1995년 4월 BBC는 '10개년 계획안(BBC's New 10 year Charter and Agreement)'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서도 상업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안에 근거하여 BBC는 교차지원이 아닌 한 광고나 정기시청 등록(subscription)과 같은 상업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 전혀 제한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이어 1996년 5월 이 BBC 10년 계획안이 디지털 방송을 위한 10개년 계획으로 발전되기에 이른다. 이 안은 기본 시청료만을 지불하는 일반 시청자들과 디지털방송 이후 가능해진 신생채널들을 시청하거나 부수적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가외비용을 지불하는 시청자들을 구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누구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시청자의 권리'를 무효화하고 있다. 오히려 '지불한 만큼 누린다'는 자본주의적 속성을 미덕으로 가지고 있는 듯 하다. 1996년을 거치며 계획안의 제출과 토론이 지속되어 왔고, 이 중에는 BBC의 유료채널에 관한 문제나 BBC의 가장 대표적인 상업적 성공의 예라고 할 수 있는 국제서비스 Worldwide 채널을 대상으로 하는 운영방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BBC, Britisch Digital Broadcasting와 제휴 통해 디지털방송 주도권 장악 1997년도에 들어서자마자 발표된 가장 큰 방송계 뉴스 중의 하나는, BBC가 영국의 주요 3대 프로그램 제작사(BSkyB, Carlton, Granada)들의 연합체인 British Digital Broadcasting과 제휴하여 영국 디지털 방송의 주도권을 잡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장차 매스커뮤니케이션계를 통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방송 단계에서는 공영방송사과 민영방송사간의 구별이 무의미해지게 되었다. 금년 2월 영국 정부가 BBC Resources Ltd.의 설립을 인가함으로써 BBC의 상업화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더군다나 오는 4월 BBC는 프로그램 제작부서와 방송부서가 완전히 분리되는 방식으로 재출범한다. 그러면 BBC 조직은 더욱 세분될 것이고, 조각조각 잘라진 BBC 조직들의 민영화 추세는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커다란 변화들이 BBC를 비롯한 영국 방송환경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 이것이 과연 긍정적인 개혁인가, 부정적인 개악인가? 변화가 예상되는, 그러나 그 구체적인 효과는 예측되지 않는 현시점에서 영국의 방송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보고 자라왔던 BBC를 그들의 자손들도 공유할 수 있을지 회의의 눈길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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