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무질서가 위험수위에 다다른 중국방송 광고계 길들이기 작업을 시작했다. 중국의 광파전영전시부(廣播電影電視部 : 공보처에 해당)는 2월 19일자로 각 성과 자치구, 직할시, 방송관할 행정기관과 각 방송사에 방송광고선전 관리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일제히 하달했다. 중국정부가 이같이 방송광고 실태관리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나선 것은 최근 중국방송계의 무질서한 광고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중국에는 천여 개에 가까운 텔레비전과 라디오방송사들이 난립하고 있다. 물론 이들 방송사들은 국가와 지방정부에 귀속돼 있다. 개인 사설방송사는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들 방송사들이 경영자금을 거의 대부분 광고에 의존하면서 중국 광고법에 근거한 방송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몇 가지 사례들을 중심으로 중국 방송계의 동향을 짚어본다.

첫째, 중국 광고법에 따르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방송사는 반드시 광고 경영 활동을 전담할 전문적 기구를 세워야 한다. 그렇지만 일부 방송사들은 해당 프로그램별로 소속직원들이 광고 수주에서 제작, 송출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분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광고전담기구에 맡길 경우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중앙보다 지방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둘째로 심각한 문제는 방송광고 편성시간의 무질서이다. 중국의 광고법에는 방송광고 편성시간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돼 있다. 광고법에 따르면 방송사 임의대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광고를 삽입할 수 없다. 또 각 방송프로그램당 광고비율은 송출시간 총량의 15%를 초과할 수 없으며 특히 18:00∼22:00 사이에는 프로그램 송출시간의 12%를 넘지 못한다. 그렇지만 시장경제체제가 도입된 중국의 최근 상황에서 보면 광고 자체는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런 편성시간 준수 규정은 있으나마나한 실정이다. 연속극이 한창 진행되면서 클라이막스에 오를 때 갑자기 광고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아예 일부 지방방송사에서는 한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송출하면서 중간에 5-6차례 광고를 내보내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술에 대한 광고 규정은 광고법에 별도 규정으로 마련돼 있을 만큼 엄격하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듯 광고효과가 가장 큰 것이 술광고라 그런지 이런 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술광고는 특수한 시간대(19:00-21:00)에는 두 종류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간대 광고단가는 엄청나게 비싸다. 중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중국 CCTV-1 채널의 저녁 7시 뉴스프로그램인 '新聞聯播'다. 방송법상 중국 전역의 TV와 라디오채널은 이 시간대 뉴스를 받아 동시에 송출해야 하기 때문에 가시청자는 9억 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 뉴스프로그램 직후 10초 술광고는 일년 광고비가 3억 2000만원(한화 320억원)이다. 해마다 이 시간대 광고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97년에는 주지(奏池)라고 하는 한 술 제조회사가 이 금액으로 낙찰을 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TV광고덕에 매출액이 5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 지역방송사들은 이 시간대에 술광고를 규정보다 많이 넣기도 한다.

세 번째는 광고 내용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현재 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본주의경제체제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신흥기업들은 방송광고를 통해서 자사 상품을 소개할 경우 광고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과대광고, 선정적 광고를 일삼는다. 심의가 부실한 헛점을 노려서 상품과는 전혀 상관없는 노출이 심한 여성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고전적 수법도 등장한다. 또 일부 기업들은 질낮은 상품을 과대광고하여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중국 광고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약 광고가 그러한 경우다. 중국의 '북경청년보'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자의 68%가 방송광고를 믿지 못한다고 밝혀 방송광고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을 엿볼 수 있다.

중국광파전영전시부는 이번 통지문을 시달한 이후 각 방송관련 행정기관이 즉각 방송사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한 후 결과를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그렇지만 이미 방송의 상업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상업광고의 맛에 길들여진 중국의 방송사들이 중앙정부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를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참고> 廣波電映電視部의 라디오·TV 광고선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통지

수 신 : 각 성, 자치구, 직할시 광파영시청(국), 중앙인민방송국, 중국국제광파전대,중앙전시대

라디오와 텔레비전광고는 방송선전공작의 한 부분이고 사회주의 물질문명과 정신문명 건설을 발휘하는 중요한 작용이다. 당의 14기 6중전회 정신을 관철하고 광고선전의 정확한 방향을 파악해 시청자들의 소비를 바르게 이끌기 위해 중화인민공화국 광고법 및 기타 유관규정에 의거, 라디오·텔레비전 광고선전 관리를 한층 강화할 것을 아래와 같이 통보한다.

1. 각급 방송관련 행정기관 및 라디오·텔레비전 방송사는 중화인민공화국 광고법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특히 광고선전관리 공작을 중시해야 하며 각 방송사들은 정확한 여론을 선도하고 영도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2. 각 방송사는 광고 경영활동에 종사할 전문적 기구를 세워야 하며 아울러 건전한 내부규정제도를 마련해 광고경영부분에서 라디오·텔레비전 광고 경영활동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3. 방송광고의 내용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하며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의 요구에 부합되어야 하고 소비자를 속이고 오도해서는 안된다.
4. 방송광고를 내보낼 때는 방송 프로그램을 온전하게 방영한 뒤에 방송해야 하며 임의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광고를 삽입, 방송할 수 없다.
5. 방송광고는 기타 프로그램과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상품 생산자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비용을 부담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전하는 내용으로 방송할 경우 '廣告欄目'이라는 표시를 반드시 해야 한다.
6. 각 방송사는 기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중계할 경우 중계 프로그램을 잘 전달해야 하며 그 사이에 자사의 광고를 넣을 수 없다.
7.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방영중일 때는 자막광고를 화면상에 첨가할 수 없다.
8. 각 방송사는 매 채널별로 할당된 방송 프로그램 광고의 비율을 초과해서는 안되며 프로그램 송출 총량의 15%를 넘을 수 없다. 18:00∼22:00 사이에는 프로그램 송출 총량의 12%를 넘지 못한다.
9. 광고는 국가통일이나 주권, 영토를 보전하는 데 위해한 내용을 담아서는 안되며 조국의 전통문화를 폄하 또는 희화해 묘사하거나 부정해서는 안된다 상업광고 중에는 국기나 국가휘장, 국가 및 국가영도자의 형상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10. 광고선전은 민족단결을 유지해야 하며 민족분열을 꾀하거나 민족관습을 모독, 국가 민족이나 종교정책을 위반해서는 안된다.
11. 방송광고는 아동의 심신건강에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하며 아동들의 불량한 습관을 조장하거나 반문명적 불량행위를 부추기는 내용 또는 부모나 어른의 아동에 대한 언행이 바르고 교육적인 내용과 상반되서는 안된다.
12. 방송광고는 성적이거나 성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아서는 안된다. 성병치료 광고는 금지한다.
13. 방송광고는 여성을 존중해야 한다. 여성을 모욕하거나 차별해서는 안되며 불건전하고 부정적인 여성상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14. 방송광고는 반드시 바른 말과 문자를 사용해야 한다. 고의적으로 잘못된 글자, 한자에서 음이 같거나 비슷한 것을 성어로 사용해서는 안되며 번체자 사용을 금한다
15. 방송광고는 사회공공질서를 유지보호하고 사회주의 도덕풍향을 수립해야 한다. 라디오·텔레비전방송사는 반드시 일정비율의 공익광고를 편성해야 한다. 상업텔레비전광고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녹지를 함부로 밟고 화초나 나무를 함부로 꺾는 등 환경보호에 불리한 화면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16. 광고는 과학을 중시해야 한다. 미신적 내용이 있어서는 안되며 과학을 가장한 선전도 안된다.
17. 고의적으로 청취자와 시청자를 오해하도록 하는 형식의 광고송출은 안된다.
18. 방송광고는 대중 생활습관을 중시해야 한다. 6:30∼7:30, 11:30∼12:30 및 18:30∼20:00 사이에는 치질치료제나 무좀약 등 부적당한 광고는 안된다.
19. 술 광고는 국가유관규정의 엄격한 통제 아래 방송해야 한다.
ㅇ텔레비전 : 매 채널, 각 프로그램마다 주류광고는 특수한 시간대(19:00∼21:00)에서는 두 종류를 초과하지 못한다. 보통시간대에는 매일 10종류를 초과할 수 없다.
ㅇ라디오 : 매채널, 각 프로그램마다 주료광고는 두 종류를 초과하지 못한다.

각 방송국은 위 통지한 요구규범을 반드시 지키길 바란다. 각급 텔레비전 행정기관부분은 위 통지를 받은 후에 즉시 소속 방송사에 대해서 광고경영과 송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해주기 바란다. 1997년 2월19일.

[민경중/중국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