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37호] 일본의 다채널화 동향 | ||||||
---|---|---|---|---|---|---|---|
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
||||
디지털위성방송으로 '초다채널화' 일본방송계에서는 지난 10월 일본 최초의 디지털위성방송 PerfecTV가 등장함으로 '다채널화'라는 용어가 다시금 키워드로 부상했다. 이미 수차의 보도로 알려진 바와 같이 PerfecTV는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 쓰미토모, 미쓰이, 닛쇼이와이, 이토츄상사가 연합해 설립한 위성방송운영회사('플랫폼'으로 불림)로 '96년 10월에 약 60개 채널로 무료 시험방송을 개시했고, '97년 1월에는 유료 본방송으로 전환했다. 또 올 4월에는 30개 채널을 추가 확보해 100개 채널 체제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번에 추가 참여하는 채널 중에는 포르노 영화 채널도 포함된다. PerfecTV는 '97년 1월 말 현재 이미 20만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해, 당초 올 3월 말까지 3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자 했던 목표는 예정을 앞당겨 달성될 전망이어서 출발은 순조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Rupert Murdoch의 News Corp.과 재일 한국인 3세 손정의의 소프트뱅크가 합작하는 프로젝트 'JskyB'(현재, Sony사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전망이다.)가 4월부터 일단 12개 채널로 방송을 시작하고, '98년에 150개 채널로 본격적인 위성방송사업을 전개할 전망이며, 미국의 Hughes사, 일본 최대의 비디오렌탈체인 컬쳐컨비니언스클럽(CCC), 마쓰시타, 미쓰비시 그룹 등이 참여하는 'DirecTV Japan'(약 100개 채널), 또 기존 아날로그 위성방송사업자들이 연합한 'SkyD'(약 20개 채널)가 올 10월부터 방송을 개시할 예정이다. 예정대로라면 '98년 봄 무렵에는 일본 국내의 위성방송채널은 모두 400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물론 디지털위성방송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일본의 특수한 상황, 즉 이미 1100만 세대에 보급된 NHK의 BS위성방송(아날로그)의 존재 - 이러한 아날로그 위성방송 및 아날로그 하이비전(일본의 HDTV규격)의 존재는 세계적인 테크놀로지 발전 동향을 고려하지 못한 우정성의 명백한 정책 실패로 평가된다 - 와 방송 개시 10여 년이 지난 다채널형 케이블TV의 계속적인 부진 등은 CS디지털위성방송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상황 요인이다. 그러나 PerfecTV가 방송을 시작한 이래 예상을 웃도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 최근 PerfecTV의 관계자는 10년 만의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 앞으로 방송사업을 시작하는 'JSkyB', 'DirecTV Japan' 등의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미디어 자본이 중심이 된 사업이며, 이러한 사업에 일본의 대자본들이 앞을 다투어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향후 전망이 반드시 어두울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이러한 거대 미디어 자본들은 이번 일본 진출을 향후 중국, 한국 등도 시야에 넣은 전초기지 구축으로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사업 실적으로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할 것이다. (필자가 만난 'DirecTV'의 관계자는 앞으로 'DirecTV China', 'DirecTV Korea'의 등장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미디어 규제 완화 동향을 고려해 진출 시점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일본 통신원 리포트에서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일본의 다채널화 동향을 정책 변화와 시장 상황을 중심으로 소개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먼저 일본방송계의 다채널화 과정과 배경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다채널화'의 주체와 의미의 변화 일본에서 다채널화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이다. 당시 다채널화는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의 채널 증가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구체적으로는 우정성이 1987년부터 추진한 이른바 '민방 4파화 정책', 즉 각 지역에 방송국 신설을 유도해 수도권과 지방에서 방송 향유 기회의 격차를 축소한다는 취지의 정책 영향으로 각 지역에 민영방송국이 신설되면서 채널이 증가하는 것을 가리키기 위해 '다채널화'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10여년 전부터 '다채널화'의 주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1984년 난시청지역의 해소를 목적으로 NHK의 BS위성방송의 시험방송이 시작되었고, '89년에는 본방송으로 이행했다. 또 1989년에는 방송법 개정이 이루어져 이른바 '위탁/수탁방송사업자제도'가 도입되어, '91년에는 일본 최초의 유료민간위성방송 JSB(별칭 WOWOW)가 서비스를 개시했고, '93년부터는 통신위성(CS)을 이용한 방송도 시작되었다. 다른 한편, 케이블텔레비전의 다채널화도 추진되었다.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케이블TV방송은 난시청 해소를 목적으로 각 지역의 영세 사업자가 실시해 왔던 사업이다. 그러나 80년대 들어서 공중파 방송의 재송신 이외에 신규 채널을 제공하는 다채널형 케이블TV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에 박차를 가한 것이 1989년의 통신위성 자유화 정책이었다. 이 정책으로 통신위성을 이용해 케이블텔레비전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다채널화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텔레비전 이용 방법의 다양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 대의 텔레비전 수상기에서 공중파는 물론, BS방송, CS방송 등의 위성방송, 그리고 케이블텔레비전 등의 복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홈비디오의 보급이나 TV게임의 보급도 텔레비전 이용 방법의 다양화에 일조했다. 어쨌든 이때까지의 다채널화는 채널의 양적 증가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기존 공중파의 수개 채널에서 위성방송, 케이블TV 등이 가세해 수십 채널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의미했다. 그러나 최근의 '다채널화'는 지금까지의 '다채널화'와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배경에는 디지털화가 있다. 디지털화로 인한 다채널화는 지금까지의 다채널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디지털압축기술에 의해 하나의 트랜스폰더를 이용해 6∼8개 채널을 방송할 수 있게 되어 하나의 위성으로 백수십 채널의 방송이 가능해 졌다는 점이다. 이로써 기존 수십개 채널의 다채널화에서 일약 수백개 채널로 증가하는 이른바 '초다채널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기존의 다채널화가 채널수의 증가만을 의미한 반면 디지털화로 초래되는 다채널화는 컴퓨터와 결합할 수 있게 되어 기존 아날로그 방송에서는 불가능했던 쌍방향 서비스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한 디지털위성방송의 경우 기존의 매스미디어 집중배제원칙이 완화 적용되어 한 사업자가 채널을 12개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외국 자본의 참여가 더욱 활발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우정성의 자체적 판단이라기보다는, Hughes 등 일본 시장에 참여하려는 외국 기업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실제 '95년 10월에 휴즈가 참여하는 'DirecTV Japan' 측에서 1사당 보유채널수를 재검토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프로그램의 원활한 조달과 '질'이 과제 일본 우정성이 '96년 6월에 발표한 보고서 '방송고도화비전'에서는 2010년에 위성방송만으로 400∼500채널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지만, 현재의 상황 전개를 살펴보면 불과 2, 3년 후면 수백채널의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디지털위성방송의 다채널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는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우선 프로그램의 수급 상황을 지적할 수 있다. 현재에도 다채널형 케이블TV 채널의 대부분은 80% 이상이 외국 프로그램으로 메워지고 있다. 일본 국내의 프로그램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NHK와 JSB 위성방송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기존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은 대부분이 일본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지만, 일본 TV산업의 구조상 기존 공중파 프로그램의 재이용, 다각적 이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세계적으로 프로그램의 방영권료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외국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송사업은 안정된 경영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현재 디지털위성방송의 채널을 보면 위성 트랜스폰더의 비용 등이 저렴해진 상황을 배경으로 기존 채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채널 컨셉트가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시험단계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수용자 측면에서 수백채널을 과연 필요로 할 것인지에 대한 반론도 있다. 물론 이런 반론에 대한 대응논리로서, 예를 들자면 소프트뱅크의 사장 손정의는 '신문 이외에 잡지가 수백종 존재하는 것처럼 기존 텔레비전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새로운 서비스'라는 이른바 '매거진형 텔레비전' 논리를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시장주의자인 Murdoch은 '다양성의 증가'라는 일관된 주장으로 위성사업을 설명한다. 이러한 주장에 일본의 우정성은 일단은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다채널화 정책의 실패로 따가운 비난을 받아왔던 우정성으로서는 Murdoch의 News Corp., Hughes 등의 외국 자본이 참여해 다채널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쪽에 외국 자본의 진출로 국내 방송시장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보다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다채널화 정책의 방향성 또한 일본 우정성이 추진하고 있는 다채널화와 관련된 일련의 규제완화정책은 엄밀히 판단하자면 미국 등에서 추진되는 탈규제(deregulation) 정책과는 명백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한 사업자가 12개 채널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결국 방송사업자의 인허가권은 우정성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행정의 독점 상황은 여전하고,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면의 규제도 현재의 다채널화 상황에서 현실적인 적용이 거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별다른 법 개정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정성으로서는 외국 자본의 진출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더라도 시장에 대한 통제력은 여전히 보유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최근 발표한 '다채널화 시대의 시청자와 방송에 관한 보고서'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방송 내용면의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일본의 국내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일본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가 수월해 진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앞으로 일본 방송계는 방송이 시작된 이래 최대의 격변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전개되는 방송의 세계화 동향에 일본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도 시장 개방은 더욱 추진될 것이고, 국내적으로도 디지털위성방송 등의 등장으로 기존 공중파 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질서에 어떠한 변화가 초래될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일본의 다채널화 동향을 분석하는 데 우선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의 아날로그BS위성방송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BS-4 후발기부터 디지털로 이행할 것인지이다. 이 결정은 올 5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1100만세대에 보급된 아날로그 위성방송을 당장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존 공중파 방송으로서는 전망이 불투명한 CS디지털위성방송보다는 이미 상당히 보급이 이루어진 아날로그 방송에 참여하는 것이 안정된 사업 전개를 위해서는 안전한 판단이다. 지난 1월 우정성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기존 공중파 방송국은 대부분 아날로그방식 유지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향후 전망을 고려할 때 디지털화는 비용면, 미래의 가능성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다. 더욱이 앞으로 'PerfecTV', 'JSkyB', 'DirecTV Japan' 등이 성공적으로 보급될 경우 기존 아날로그 위성방송이 과연 언제까지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불안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공중파 방송국도 공식적인 입장은 아날로그 유지를 지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니혼TV의 경우는 현재 'PerfecTV'에도 참여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앞으로 일본방송계의 다채널화 동향은 국내외를 막론한 전세계적인 방송시장의 역학, 아울러 시장 창출과 방송행정의 독점권 유지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우정성의 정책 선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다채널화 동향의 어디에도 시민사회의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 이러한 비판이 고조되어 일본의 다채널화를 비롯한 방송질서 재편에 시민사회가 발언권을 획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희박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황성빈/일본통신원]
|
|||||||
첨부파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