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36호] 미국, 심층취재의 한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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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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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언론과의 법정투쟁에서 이긴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강력한 수정헌법 1조의 방패 아래에서 언론의 자유를 누려온 미국 언론들의 한 구체적인 예이다. 그러나 언론환경의 변화는 수정헌법이라는 보호막의 운영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법원, 비밀취재한 ABC에 패소 판결 지난 1월 23일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법정에서는 미국 굴지의 방송네트워크인 ABC로 하여금 Food Lion이라는 미국 전역에 1100개의 체인점을 가진 식료품체인에 55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원고승리 판결을 내렸다. 1992년 11월 5일 방송된 ABC의 대표적인 매거진 형식의 심층취재 프로그램인 'Prime Time Live'에 Food Lion사의 한 상점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육류나 어류를 다시 포장해서 팔고 심지어는 닭의 상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세제로 씻어내는 모습을 비밀카메라를 통해서 촬영, 보도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프로듀서는 이력서를 위조하여 문제의 상점에 점원으로 취직하였고 립스틱만한 크기의 카메라를 가발 속에 숨겨서 다른 점원의 작업모습을 촬영하였다. Food Lion측이 주장하는 것은 프로듀서가 허위 이력서를 제출하였고 사적인 공간을 소유주의 허락없이 촬영하여 공개한 점이 실정법에 어긋난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방송사는 특정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Food Lion사는 그동안 기자회견 등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자신들은 비위생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하였지만 실상 법정에서는 프로그램 내용의 진위에 대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고 프로그램 제작과정의 문제점만을 지적하였다. 이에 반해 ABC의 입장은 이번 판결은 심히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이라면서 항소할 것임을 명백히 하였다. ABC 측은 만일 그 같은 다소 무리한 취재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어떻게 그 비리의 현장을 화면을 담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다. 또한 그러한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았더라면 소비자들은 개인적 이익추구의 희생자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프로그램 제작과정의 법적 허용한계를 재확인 이 재판의 판결을 맡은 배심원들은 오랜 고민 끝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데 방송채널이 급격히 증가하고 경쟁이 심화되어가고 있는 방송환경에서 각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무리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이 앞으로 일반인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사건을 다룬 것으로 보인다. 한 배심원은 이번 판결이 심층취재 프로그램의 금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판결의 핵심적인 내용은 프로그램의 제작과정에서 일정한 법적 허용한계를 재확인한 데 있다고 강조하였다. 실제 'PrimeTime Live'를 제작한 상황에 대해 ABC측은 사실 Food Lion측의 내부인을 포섭하여 그로 하여금 촬영을 하게 하였다면 허위 이력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그 당시 그 식료품체인 회사에는 노조와 회사측간의 갈등이 심각해서 촬영된 화면의 신빙성 여부가 의심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ABC측으로서는 신뢰도 있는 화면, 즉 프로듀서가 직접 촬영한 화면을 방송하는 것이 방송의 공익성에도 맞는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ABC의 이 같은 문제는 다른 방송네트워크들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다. 사건을 심층적으로 취재하여 방송하는 매거진식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네트워크의 수익을 올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 비슷한 시청률과 이에 따른 비슷한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시트콤의 제작비 혹은 구입비와 비교할 때 'Prime Time Live'나 '60 Minutes' 같은 매거진식 프로그램의 제작비는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이 높은 이러한 프로그램 장르에 모든 네트워크들이 한두 개씩의 유사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참가하였고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따라서 비밀카메라와 관련한 소송가능성은 각 네트워크마다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ABC의 패소판결이 다른 네트워크들의 일치된 반발을 몰고온 것도 이 때문이다. [윤은상/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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