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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통권 35호] 홍콩, 보도프로그램의 잔혹성 규제 논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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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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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잔인한 장면 묘사는 규제하면서 보도프로그램의 잔혹스러운 장면 보도는 그대로 전파를 타도 괜찮은가? 최근 홍콩에서는 지난날 도심에서 발생한 최악의 고층빌딩 화재사건을 계기로 보도프로그램의 잔혹성 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특히 보도프로그램의 경우 방영시간의 제한이나 부모의 허락, 동석 여부 등과는 관계없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어 보도프로그램을 통해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어린이들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된 비극적인 화재사건은 11월 19일 하오 5시께 발생했다. 홍콩내 최대의 번화가로 손꼽히는 네이단 로드의 17층짜리 갈리 빌딩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소방관 1명을 포함, 40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부상한 대형 화재였다. 화재현장이 도심인 데다 홍콩의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현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화재발생 후 10여분 만에 보도진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TVB와 ATV 등 홍콩의 양대 방송은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임시뉴스를 전하기 시작했다. 전후 최악으로 불릴 만큼 피해가 컸던 화재현장은 다음날 낮 2시께 완전 진화될 때까지 계속 카메라에 잡혔고 끔찍스런 현장화면은 아무런 여과없이 뉴스시간마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됐다. 더구나 양대 방송사는 화재현장의 참혹함을 강조하기 위해 끔찍스런 장면을 몇 번이고 되풀이 방송했고 이 같은 보도는 다음날 저녁까지 계속됐다. 시청자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이번 화재사건 보도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제기한 곳은 홍콩정신과의사협회와 의료부조서비스단체였다. 이들 단체에는 화재 발생 다음날에만 화재의 공포를 호소하는 250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250통의 전화중 25%는 이번 화재사건의 피해자들 친지, 친구 등으로 화재의 충격이 다른 사람보다 컸던 사람들이었지만 나머지 75%는 피해자들과 아무 관련없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그중 50여 통은 6세 이하의 어린이들로부터 걸려온 것이었다. 호소 전화의 대부분은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난 비극적인 장면들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아 잠을 이룰 수 없다든가, 과거에 자신들이 겪었던 화재경험을 불러일으킨다든가 하는 것이었다. 홍콩 정신과의사협회 회장인 유진 룡 육신씨는 "전화를 하는 동안에도 끔찍한 장면이 자꾸만 잔상으로 떠올라 눈물이 난다는 경우도 있었고, 어린이들 가운데에는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잠을 자다가 화재공포로 인해 잠을 깨 부모가 다시 잠을 재워야 한 경우도 있었다."며 시청자들에게 이번 화재사건 보도프로그램이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는지 설명했다. 어린이들의 충격이 컸던 것은 이번 화재가 공교롭게도 텔레비전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시간대에 발생한 것도 한 요인이다. 홍콩의 TV방송사들은 하오 4시부터 6시까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화영화나 교육프로그램 등을 방영하는데 이때는 대부분의 부모가 직장에서 돌아오기 전이어서 어린이들만 가정에서 TV를 시청하는 게 보통이다. 부모도 없는 텅빈 집안에서 끔찍한 화재현장을 목격했으니 이들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이 갈 만도 하다. 이에 따라 홍콩의 정신과의사협회 등에서는 보도프로그램의 경우에도 드라마나 영화와 같이 잔인한 장면 보도 등은 심야시간의 뉴스시간에 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령 이번 화재사건과 같은 경우 끔찍한 장면의 보도는 어린이들이 많이 시청하는 하오 9시 30분 이전의 뉴스시간에는 가능한 한 삼가고 멘트와 현장 주변 화면만으로 처리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굳이 참혹스런 화면과 함께 현장을 보도하려면 심야시간대의 뉴스프로그램에서만 방송토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홍콩기자협회 등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규제가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보도프로그램은 픽션에 바탕을 둔 드라마나 영화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홍콩기자협회내 언론자유분과위원회 위원장인 로 웡홍씨는 "중요한 것은 그 같은 보도가 정말 사실이었으며 필요한 것이었느냐 혹은 시청자들이 그 보도를 접하고 그 같은 사실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라며 "어린이들과 일부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은 데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이번 보도는 전혀 과장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방송됐으며 방송저널리즘의 시각에서 볼 때 보도 자체는 훌륭했다."고 말했다. [박정태/홍콩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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