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회는 지난 11월 4일 문화부가 상정한 1997년 커뮤니케이션 부문 예산안을 비준했다. 이 안에 따르면 공영방송에 관련된 예산은 모두 170억 프랑(약 2조 8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억 프랑이 증가된 것이다. 그러나 1996년도에 비해 3.9%가 줄어든 시청료와 정부보조금 수입을 감안하면 실제로 공영방송국들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액수는 줄어든 셈이 된다. France2와 France3의 경우 4억 3900만 프랑, La Cinquieme과 La Sept의 경우 1억 2300만 프랑이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영방송국들은 부족한 예산을 광고수입으로 충당해야 하게 됐다.

집권 여당중 하나인 UDF의 국회의원인 일랭 그리오테레가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24억 프랑의 예산이 필요한 France2는 3억 프랑의 추가 광고수입을 올려야 하며, 예산이 33억 프랑인 France3는 5억 프랑의 광고수입을 추가로 올려야 한다. 이것은 France2의 경우 올해의 광고수입에 비해 6%, France3의 경우 13%의 수입을 더 올려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광고수입의 증가로 France2의 경우 총예산의 49.4%를 광고수입이 담당하게 된다. 그리오테레는 1996년도의 공영방송 정부 예산안이 France2와 France3의 광고 수입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하고 1997년 공영방송국 예산에서 광고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된 것이 공영방송의 재정 균형을 깨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안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France2와 France3가 광고수입을 올해보다 각각 6%와 13% 높게 달성해야 하는데 현재 텔레비전 광고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현상으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안은 텔레비전 광고시장이 15%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올 상반기의 호황을 근거로 작성된 것인데, 그 이후 성장률은 점차 줄어들어 이제 10%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방송 실무자들은 "예상 광고수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편성을 완전히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시청률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교체하거나 뉴스시간을 줄이는 문제 등이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전문가들은 "시청률이 떨어지는 문화·교양프로그램을 오락프로그램으로 바꾼다고 시청률이 단숨에 오르는 것이 아니며, 프로그램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France2와 France3의 광고시간이 거의 그 최고 한계량에 달했음을 고려할 때, 이제 남은 일은 광고요금을 올리는 일인데, 이러한 광고요금의 인상은 광고주들을 내쫓는 악효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한편 프랑스 방송위원회 CSA는 성명서를 통해 "이러한 정부예산 감축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일은 각 방송국들이 광고 시장에서 그 재정원을 찾도록 만듦으로써, 공영방송과 민영방송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광고수입 증가의 불확실함과 광고수입을 위한 시청률 경쟁을 통한 프로그램의 질 저하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현 프랑스 텔레비전의 사장인 쟈비에 구유 보샹이 France3의 사장으로 재직할 때, 광고수입의 증가와 양질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며, 부채를 줄이고 시청료 등 과징금을 올리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한 공영방송국 운영 과정에서 발견되는 불필요한 재비용의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오테레의 보고서에서도 인기 사회자들의 고액 연봉문제와 직원들의 단체협약, 경영인들의 경직된 태도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프랑스 공영방송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영방송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면서 공영방송을 광고시장으로 내모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주형일/프랑스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