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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통권 30호] 등급제도와 '96 가을 방송 프로그램 개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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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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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구호는 비단 어제 오늘에 시작된 얘기들은 아니지만, '96년을 전후하여 이러한 담론들이 보다 구체화되어 가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두고 있는 와중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이자 현미국 대통령인 클린턴의 선거 이슈 중 하나가 미디어의 폭력성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지난 8월에 FCC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어린이 대상 방송 의무규정에 의해 방송사들은 일주일에 3시간씩 교육용 프로그램을 내년부터 방영해야 하게 되었다. TV 프로그램에 대한 보수적 시각의 확산과 더불어, 올 가을에 각 방송사의 전격적인 프로그램 개편의 결과로 새로 선보이고 있는 수십 가지의 드라마, 코미디물 등에 대한 폭력, 외설 평가들이 다시금 프로그램들 등급체계(Labeling System)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어쩌면 이번 시즌이 각 방송사들이 등급을 매기지 않은 채로 섹스, 폭력, 기타 부정적인 장면들을 지닌 프로그램들을 시청자들에게 보일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2월, 의회의 압력에 의해 방송산업 경영진들은 부정적인 내용을 지닌 프로그램들에 대한 등급을 매기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 동의한 바 있다. '97년 초까지는 그 결과물을 제출하게 되는데, 만일 FCC가 그 시스템을 승인하게 되면, 뉴스와 스포츠를 제외한 모든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들은 이에 의해 등급이 매겨지게 된다. 또한 같은 시기에 의회에서는, 부모들이 특정 프로그램을 자녀들이 시청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게 하는 V칩(프로그램의 송신을 차단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작은 컴퓨터 칩)을 텔레비전에 장치할 것을 법으로 의무화했다. 지난 9월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고어 부통령은 'V칩은 미국의 부모들이 폭력이나 노골적인 장면을 지닌 프로그램을 가정과 자녀들로부터 추방할 수 있는 기구'라고 역설한 바 있다. 1998년까지는 모든 새로 나온 TV들이 V칩을 내장하게 되고, 프로그램의 등급은 현재의 closed-caption system에서와 마찬가지로 방송 시그널로 프로그램과 함께 송신하게 되는데, 이렇게 송신된 등급에 관한 정보를 V칩은 자동적으로 읽게 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등급을 매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방송기업들이 선택한 실행그룹(Implementation Group)에 달려 있는데, 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Jack Valenti(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의 회장이며 현재 영화 등급 체계의 수석 설계인으로 일하고 있다.)에 의하면 아직 구체적으로 문서화된 것은 없지만, 대체적인 흐름은 시청에 적합한 연령층을 구분하는 데에 그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한다. 등급이 연령제한에 중심을 두고 있으므로 부모들은 자녀의 연령에 맞추어 송신을 통제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등급 시스템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등급 시스템의 목적은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정보를 주는 데에 있는데, 기존의 영화등급 시스템(G, PG-13, R 등)은 시청자의 연령에만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프로그램 정보(성적 묘사가 얼마나 노골적인지, 혹은 폭력이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되는지 등)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영화산업계의 입장에서는 피상적인 등급체계를 이용하여 시청자들이 외면할 여지가 있는 장면들에 대한 정보를 고의적으로 감출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봄에 캐나다에서 시험적으로 실시했던 등급제도(rating-system)는 연령과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부모들이 보다 구체적인 선별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적인 묘사는 다소 허용하는 반면 폭력물은 보다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다. 내용에 대한 등급제도가 캐나다에서 크게 호평을 받은 것을 감안한다면, 미국의 부모들 또한 연령에 의한 구분만으로는 크게 만족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V칩을 개발한 Tim Collings(현재 밴쿠버에 있는 Simon Fraser University의 교수로 있음)는 부모들은 어떤 연령에 어떤 프로그램이 적절한가를 외부의 다른 집단이 결정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어떤 집단에 의해 등급기준이 정해지는가 하는 문제를 떠나서도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용을 포함하는 등급 매김을 염두에 두고 이번 프로그램 편성에 의해 새로이 방송되고 있는 황금시간대의 시리즈물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폭력성 평가 같은 폭력이라 할지라도 내용을 염두에 두고 등급을 매기게 되면, 그 폭력의 결과가 어떻게 반영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어 폭력의 사용이 끔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낮은 폭력성)과, 폭력의 사용이 특별한 고통을 야기시키지 않거나 보상받는 성질의 것으로 묘사되는 것(높은 폭력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년 2월에 NBC에서 방송 예정인 'Schindler's List'는 NBC에서 매주 방영하고 있는 'Walker, Texas Ranger'(토요일 밤 10시)와는 그 폭력성에 있어서 확연하게 구별된다. UCLA Television Violence Monitoring Report에 따르면 'Walker, Texas Ranger'에서는 매회 5-10건의 폭력적인 싸움이 묘사되는데, 폭력의 대상이 입는 피해가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내용에 의한 등급은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CBS에서 새로 선보이는 'EZ Street'(수요일 밤 10시)의 경우는 어떠한가? 신규 프로그램 중 가장 폭력적인 것 중의 하나로 지적되는 이 프로그램은 그 첫 회에서, 총에 맞아서 파트너의 팔에 안겨 누워 있는 경찰이 묘사되고, 한 전과자가 새로 온 책임자를 잔인하게 구타하는가 하면, 범죄조직의 우두머리가 부패한 시장의 손에 못을 박는 장면이 나온다. 더구나 그 전과자나 범죄집단의 두목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처벌을 결코 받지 않을 뿐 아니라 구제 불가능한 성격으로 그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폭력성이 높다는 데는 이의가 없겠지만, 각 폭력들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측면들을 평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NBC에서 내놓은 'The Pretender'(토요일 밤 9시) 또한 대표적인 폭력물로 지적된다. 첫 회에서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자라온 잔인한 'Center'를 탈출하여 의사, 비행사 등으로 가장하여 사회악을 바로잡아 간다. 그 동안 'Center'의 사람들은 집요하게 그를 추적, 처치하려 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폭력성은 여전히 토의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Power Rangers Zeo'나 'Sailor Moon' 등의 만화들은 얼마나 빈번히 그리고 얼마나 강한 격투가 벌어지는가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겠지만 상당한 정도의 폭력등급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TV와 현실을 구별하는 데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한다. 아마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만화는 'NYPD Blue'만큼이나 사실적일지도 모른다. 성적 묘사 평가 이번 방송개편에 따라 폭력보다는 성적 묘사가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에 두드러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BC에서 내놓은 'Townies'(수요일 밤 8시 30분)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세 명의 여성 식당종업원들이 적합한 남자를 찾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첫 회에서 이중 한 명이 한 남자를 만나 집으로 데려가서 동침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나는 헤픈 여자(slut)가 아니라 상대를 평가하는 데에 무척 빠를 뿐이에요."라고 하는 노골적 대사를 동반한다. NBC에서 새로이 방영하는 'Man Behaving Badly'(수요일 밤 9시 30분) 또한 성적인 묘사로 화제가 되는 작품이다. 여기서는 어떤 남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콘돔을 불태우고 난 다음에 바지 허리띠를 풀어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아기를 갖게 하고 싶음을 표시하는 과격한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장면이 있을 때는 등급뿐 아니라 "이 프로그램은 임신, 혹은 죽음(AIDS)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성적 행위를 묘사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ABC의 'Dangerous Minds'(월요일 밤 8시)의 내용은 애매하다. 주인공은 도심의 고등학교 선생으로 그 첫 회에서 성교육 시간에 성행위시에 콘돔을 착용하지 않는 잘못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경우 TV는 교육적인 측면으로 해석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청소년들의 성행위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인지는 상당히 애매한 부분으로 남게 된다. 반면에, 'EZ Street'에서 주인공이 성행위 직후에 나체로 상대 여성과 얇은 시트를 덮고 있는 장면이나 오후 드라마 시간에 자주 나오는 김이 서린 샤워실에서 남녀가 나체로 포옹하는 장면들은 강도 높은 성적 묘사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괴기, 공포물 평가 'X-Files'의 성공에 힘입어 이번 프로그램 편성에서는 공포, 괴기스러운 장면들을 주종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NBC의 'Dark Skies'(토요일 밤 8시)는 정부 요원인 주인공이 외계인을 추적하는 내용을 지닌 것으로 이번 시즌에 나온 프로그램 중에서 공포물로는 단연 선두그룹에 속한다. 예를 들면 첫 회에서 한 의사가 죽은 사람의 머리를 잘라 내부를 조사하는데 그 속에서 무수한 촉수들이 와글거리고 있는 등 끔직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NBC의 'Profiler'(토요일 밤 10시) 또한 그에 못지 않은 공포를 주는 시리즈물이다. 첫 회에서 여주인공인 범죄수사 심리학자는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와중에 자신 또한 병적인 연쇄 살인범의 표적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이 프로그램은 살인 현장 사진, 시체 해부 장면 등 전반적으로 심도 깊은 서스펜스를 준다는 평가이다. 아동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이러한 종류의 서스펜스물은 결론 부분에서 피해자가 구출되는가의 여부에 관계없이 어린이들을 흥분시키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어린이들은 전체 내용을 이해할 정도로 프로그램의 진행에 몰두하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인 화면 구성과 단편적인 의미를 기억하게 되어서 정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공정한 등급이 관건 방송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하는 등급제를 FCC에서 승인할 경우 결국 등급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당사자들에 의해서 매겨지게 되는 셈이 된다. 문제는 과연 시청자들이 그러한 등급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CBS는 가족시청시간대에 방영되는 폭력, 외설에 대한 비판에 호응하여, 이번 시즌에는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에 방영되는 모든 프로그램들은 가족적이며 친근한 내용을 담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실지로 과거의 히트작인 'Touched by an Angel'을 본따서 만든 'Promised Land'(화요일 밤 8시)는 실직한 주인공이 천사를 대신하여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줄거리로서 진부하긴 하지만 부정적인 장면은 없다. 첫 회에서 보여준 자살에 대한 농담은 다소 격이 떨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Bill Cosby의 새로운 코미디물은 모든 연령층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밤 8시 30분에 방영되는 'Pearl'은 일반 노동 계층의 과부가 대학에 다시 들어가서 겪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는데, 첫 회에서는 몇 마디의 과격한 대사(son of bitch, 혹은 suck)를 제외하고는 무리 없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CBS의 또 다른 8시 30분 코미디물인 'Every- body Loves Raymond'는 3명의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극단적으로 질투심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가족 드라마로서 재치 있는 대사들이 돋보인다는 평가이다. 가장 큰 미지수는 과연 가족적 친밀감을 주는 이 시리즈물들이 얼마나 성공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벌써부터 CBS의 이번 시즌 프라임타임 프로그램 편성은 지나치게 무미건조해서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쩌면 훨씬 더 자극적인 내용의 프로그램들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서 만일 이번 CBS의 프로그램 편성이 실패로 밝혀진다면 방송사의 입장으로 보아서는 다시금 기본 노선을 전환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극적인 내용의 프로그램 편성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은 과연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 또한 방송사가 이러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을때, 자체적인 등급선정이 과연 객관적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근본적으로 다시금 다루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은호/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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