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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통권 30호] 홍콩의 오늘을 말해주는 두 프로그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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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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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홍콩인들에게 최대의 현안은 물론 9개월 앞으로 다가온 홍콩 반환 문제이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적어도 겉으로는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받아들인다. 자신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버릴지도 모를 세게적인 드라마가 바로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내년 7월 1일 자신들의 땅에서 눈앞에 펼쳐질 텐데도 홍콩의 보통사람들은 무감각할 정도로 냉정하다. 그러나 이들의 불안감은 사실 본인들만이 알 정도로 매우 민감하고도 끝없는 것이다. 홍콩 반환을 앞두고 중상류 계층을 중심으로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의 이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나 대륙의 중국 정부가 취하는 작은 정책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에서 이 같은 불안감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불안해 하는 모습을 남에게는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홍콩 사람들의 이 같은 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 지난 8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홍콩전기(香港傳奇)'와 '향강세월(香江歲月)'이다. '홍콩전기'는 드라마와 영화, 쇼 프로그램 등 오락 프로그램 일색인 홍콩 최대의 민간방송사 TVB(홍콩 무선텔레비전 방송국)가 지난 8월 14일부터 매주 수요일 밤 10시 50분부터 방영하고 있는 일종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반면에 '향강세월'은 홍콩의 공영방송사인 RTHK(홍콩 라디오 방송국)가 제작, TVB 채널을 통해 8월 17일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홍콩의 방송사가 홍콩반환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방영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지난 여름 중국의 국영방송인 CCTV(중국 중앙텔레비전 방송국)가 방영한 '홍콩창상(香港滄桑)'이란 프로그램에 자극받은 일종의 대응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이 짙다. 홍콩의 방송 전문가들도 그렇게 평하고 있다. CCTV가 제작, 방영한 '홍콩창상'은 르뽀 형식에 가까운 보도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시각에서만 홍콩 반환문제를 다루었고 그러다 보니 다분히 홍콩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 도입부에서 기자 두 명이 나와 과거 식민지 초기 시대에 영국군이 주둔했던 거리에서 무작위로 행인(홍콩 사람) 30명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 곳이 어떤 곳입니까?" 물론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들이댄 노인 한 명이 "100여년 전 저 건너편에 영국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지." 하면서 어렴풋한 기억을 끄집어 내면 프로그램 진행자가 "영국의 식민지 교육이 홍콩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침략마저 망각하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홍콩인들이 지난 150여년간 영국의 식민지에서 살아온 세월들을 치욕스러웠던 기간으로 단정짓고 홍콩 반환은 홍콩인들이 식민지에서 감내해야 했던 이같은 고통으로부터 구출시켜 주는 주권 회복이라고 규정한다. 진행자는 특히 홍콩인들의 조국, 즉 대륙의 중국 정부가 강대해졌기에 영국 정부로부터 홍콩을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 포맷에서 알 수 있듯이 '홍콩창상'은 자연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선전 프로그램에 가까웠다. 그뿐만 아니라 홍콩인들이 그동안 쌓아온 경제적인 발전이나 도시화 등 긍정적인 측면은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콩창상'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홍콩전기'는 주제는 물론 프로그램 구성방식도 '홍콩창상'과 대조적이다. 한마디로 홍콩인의 시각에서 홍콩의 오늘을 이야기한다. 특히 기자나 아나운서가 아닌 홍콩 중문대학의 馬 偉 교수(신문방송학과)가 진행을 맡은 데다 희귀한 기록필름과 고증 자료, 다양한 인터뷰 등으로 그날 그날의 주제를 설명해 그만큼 무게를 더했다. '홍콩전기'의 전형적인 포맷은 우선 기록필름과 박물관에 진열된 자료 등을 중심으로 홍콩의 예전 모습을 연대기순으로 보여주고 오늘의 홍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돼 있었던 홍콩의 과거를 회상한다. 그리고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된 오늘의 홍콩을 소개하면서 홍콩인들이 지금과 같은 풍요와 번영을 누릴 수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리한다. 예를 들면 주택 문제를 다루면서 100여 년 전 판자집과 같은 더럽고 지저분한 홍콩의 주택가를 기록화면으로 보여준다. 그 다음에는 목조주택이 무질서하게 지어진 40-50년대의 모습을 소개한 뒤 지난 '53년 크리스마스 전날 발생한 대화재를 계기로 홍콩에 대규모 아파트촌이 형성된 과정을 회상한다. 홍콩정부와 홍콩 시민들이 주택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오늘의 홍콩을 상징해 주는 하늘로 치솟은 홍콩의 고급 아파트촌이 자리잡기까지 자신들이 흘린 땀방울을 강조하는 식이다. '향강세월'은 '홍콩창상'이나 '홍콩전기'와는 달리 영국 정부와 중국 정부간에 홍콩 반환 협상이 시작된 지난 '83년부터 올해까지 14년간의 세월을 한 단면씩 드라마 형식으로 재구성한 특이한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모두 10부작으로 제작될 '향강세월'은 홍콩 반환 협상 이후 홍콩과 대륙에서 일어난 주요사건들을 소재로 하되 홍콩을 무대로 홍콩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시의 실제상황을 마치 픽션처럼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89년 천안문 사태의 경우 홍콩의 한 신문사 기자를 주인공으로 이 사건이 실제로 어떻게 전개되었고 홍콩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드라마로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인데 수요일 밤에 방송되는 '홍콩전기'가 토요일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향강세월'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9월 첫째주의 경우 두 프로그램은 똑같이 평균 91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지만 9월 둘째주에는 '홍콩전기'가 102만 명의 평균시청자를 기록한 반면 '향강세월'은 시청자수를 공식 확인할 수 있는 주요 프로그램에도 끼지 못했다. 자존심 강한 홍콩인들답게 자신들의 공로를 인정해 주는 프로그램에 눈과 귀를 기울인 셈이다. [박정태/홍콩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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