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38호] 미국의 저녁뉴스 시청률과 방송 포맷의 변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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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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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에 심각한 기사를 위주로 하는 진지한 뉴스보다는 흥미위주의 소재를 다루는 뉴스잡지 형식의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임 타임에 방영되는 주요 네트워크들의 저녁뉴스 시간만큼은 정치 사회에 관한 심도있는 기사들을 다루는 전통적인 뉴스 형식을 지켜 왔었다. 그러나 올해 1월과 2월에 걸친 시청률의 변화는 오랫동안 지켜져 왔던 전통적인 저녁뉴스 프로그램의 형식에도 이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NBC의 'Nightly News'는 오랜 기간 심야뉴스 시청률 1위의 자리를 고수해 왔던 ABC의 'World News Tonight'을 제치고 6주 연속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NBC 'Nightly News'의 이러한 성공은 부분적으로는 프라임 타임시간대에 두드러지는 NBC 시청률의 덕을 입은 것일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NBC가 뉴스 부문을 살리려고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로 분석될 수 있다. 오랫동안 NBC에서 시도해 왔던 매거진 형식의 뉴스는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마침내 NBC에서 주중 3일에 걸쳐 방영되는 'Dateline NBC'가 시청률을 성공적으로 장악한 데 이어서 주중에 방영하는 'Today'와 'Sunday's Meet the Press'는 각각의 부문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매거진 형식을 띤 뉴스의 성공이 결국 현재의 'Nightly News'를 만들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다. 저녁뉴스의 시청률 경쟁에서 NBC의 'Nightly News'가 압승을 거두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15년간의 추세를 보면, 주요 네트워크들의 저녁뉴스 시청률은 지속적인 감소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감소추세는 각종 케이블 네트워크나 로컬 뉴스들이 부상하는 현상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지금까지 주요 네트워크들의 저녁 뉴스는 현재의 중년층을 겨냥한 포맷을 지켜오고 있었다. 1970년대와 80년대의 대부분은 'CBS Evening News'가 줄곧 시청률 1위를 지켜왔고, 1989년부터 ABC의 'World News Tonight'이 1위의 자리를 이어받아 왔다. 양대 방송사의 저녁뉴스는 30대 중반의 백인 중산층을 겨냥한 포맷을 수십년간 고수해 왔던 것이다. 한편 CBS에서는 매거진 쇼를 담당하던 Andrew Lack이 보도 부문을 맡으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의 뉴스형식에 비교되는 점을 몇 가지 들어보면, 매일 배당되는 기사 숫자의 감소, 방송형식을 보다 매거진 쇼 형식으로 변형, 정치가 중심인 전통적인 뉴스보다 건강, 가족, 소비자 이슈 등 보다 친밀한 소재 중심의 구성, 그리고 호기심을 끄는 제목을 이용한 다채롭고 속도감 있는 프로그램 구성 등이다. 예를 들어 'In Their Own Words'라는 부분에서는 뉴스 제작자가 나와서 몇 분 동안 혼자서 얘기하는 등의 새로운 구성을 도입하고 있다. 앵커맨의 경우에도 고전적인 방식에서는 무게있는 데스크에 앉아서 진행했으나, 이제는 화려한 전자식 화면으로 채워진 벽면 앞에 서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선한 구성과 시청률의 확보라는 강점을 인정하면서도 NBC 'Nightly News'에 던져지는 질문은 과연 이 프로그램이 어떤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3대 주요 네트워크의 저녁 뉴스시간을 모니터링한 Tyndall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NBC는 O.J. Simpson 사건과 같은 충격성이 강한 뉴스에 ABC나 CBS에 비하여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Bob Dole의 캠페인이나 화이트워터 사건 등의 정치적 사건에는 여타의 방송국에 비해 훨씬 적은 시간을 할애했다. 외신보도의 경우는 차이가 더욱 현저하다. 지난해 한해 동안의 보스니아에 대한 뉴스를 보면 NBC에서는 불과 49분에 그친 반면 ABC와 CBS에서는 각각 117, 134분간을 방송하였다. NBC의 방송보도내용은 일반 대중문화의 민감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 어느 방송사보다 많은 시간을 O.J. Simpson 사건보도에 할애한 NBC는 자신의 방송에 대해 상업적인 타블로이드지와 같아진다고 하는 비판은 부당하다고 역설한다. 많은 사람들이 O.J. Simpson을 원할 때는 방송은 그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NBC측에서는 뉴스의 가치를 단지 이러한 숫자에 입각해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워싱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보다는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에 관심있는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작년의 경우 NBC는 다른 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화당 전당대회에 대한 보도를 적게 했다. 반면에 NBC는 어쩌면 전당대회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는 국민들의 관심사에 대한 보도를 했다고 주장한다. 워싱턴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일반 대중들의 관심거리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으며 미디어는 언제나 일반 국민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아직 CBS는 전통적인 뉴스의 무게성을 고집하고 있다. CBS는 자신들의 뉴스가 그 날의 시사에 대해 가장 본질적이고 심도있는 보도를 한다는 자부심을 내세운다. 실제, CBS의 뉴스는 아직도 정보전달 중심의 구성과 고전적인 언어구사 등의 틀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CBS 또한 어느 정도는 강도높은 범죄나 재난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사실이다. NBC 뉴스프로그램의 성공은 다시금 방송사들이 가지고 있는 뉴스 보도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질문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날이 뉴스에 관심을 잃어가는 시청자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또한 동시에 다양한 정보원을 이용한 다각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저녁뉴스제작진들의 외면적인 규범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적인 압력은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상품성이 높은 뉴스를 전달하는가 하는 문제에 있다. NBC는 여타의 네트워크에 비해 이 문제에 공공연한 주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현재의 추세로는 저녁뉴스의 존립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NBC의 혁신적인 시도는 사장되어가는 저녁뉴스 프로그램이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회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보아야 할 여지가 있다 하겠다. [여은호/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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