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37호] 미국, 오락화되는 방송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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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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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 저녁 미국 네트워크사들은 방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뉴스 가치는 과연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 날은 클린턴이 재선 대통령으로서 국회에서 향후 국정 전반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 연설이 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날은 O.J. Simpson의 민사재판 판결이 있는 날과 겹쳤다. 대통령의 연설이 전통적인 저널리스트적 입장에서 볼 때 높은 뉴스가치를 지니고 있는 반면 Simpson의 재판은 요즘 방송뉴스의 동력원이 되고 있는 오락뉴스의 모든 요소를 갖춘 것이었다. 네트워크들의 두 사건을 둘러싼 고민은 프로그램의 형태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던 국회의 모습과 재판장 앞에서 Simpson의 판결을 기다리는 보도진의 모습이 반반씩 화면을 차지하였고 워싱턴과 캘리포니아가 반복해서 보도되었다.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한 유명 스포츠스타의 개인적인 민사재판은 동일한 뉴스가치를 갖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NBC는 눈에 띄게 재판관련 보도에 초점을 맞추었고, ABC는 두가지 뉴스 다음에 방송되었던 'Nightline'이라는 시사분석 프로그램에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이 Simpson의 배상판결에 대한 분석만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방송뉴스는 언론인적 자부심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다고 많은 언론들은 회고한다. 만일 이와 같은 상황이 그 때에 벌어졌다면 분명 대통령의 연설이 당연히 뉴스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금의 방송뉴스들은 10년 전과는 달리 공익적인 뉴스 기준보다는 오락적인 차원에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가장 오락적인 것이 가장 뉴스가치가 높은 소재이다. 많은 사람들은 방송뉴스가 점차 헐리우드의 영화나 텔레비전의 시츄에이션 코미디처럼 오락에 굶주린 시청자들에게 즉흥적인 만족을 주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정보전달이라는 뉴스 본래의 기능이 퇴조 대통령의 연설은 인기없는 공적 프로그램이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쉽사리 짧은 시간에 평가할 수 없는 내용과 논리들로 가득차 있다. 교육에 많은 정책적 중점을 둔다고 하지만 시청자들은 지금 이 순간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몇 년이란 세월을 지나야 정책의 효과가 드러나는 것이고 그것의 성공여부가 판단된다. 그러나 몇 년이란 세월은 텔레비전 앞의 시청자들에겐 너무 길다. 시청자들은 지금 당장 결판이 나고 긴장감이 감돌며 자신이 잘 아는(잘 안다고 생각하는) 개인에게 더욱 많은 관심이 가 있다. Simpson의 재판은 당장 결정이 나고 특정 개인에게는 운명이 판가름되는 긴장되는 순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적인 프로그램의 소재를 요리하는 방송뉴스의 해설자들은 마치 스포츠를 중계하듯 오랜 시간 동안 승자와 패자의 역대 전적을 분석하고 승리와 패배 원인들을 설명해 주었다. 프로그램의 화면 또한 극적이다. 어떤 판결이 나올지 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은 법정 앞에 진을 치고 있고 Simpson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주변의 환경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잘 차려 입은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연설을 주의깊게 듣고 있는 정적인 화면과는 대조되는 역동성이 있다. 이번 네트워크들의 Simpson 판결 중계는 분명 현실세계에서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환상의 세계로 몰고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왕년의 유명한 풋볼선수의 패소판결은 시청자들에게 현실적으로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한 개인의 일이지만, 대통령의 연설은 시청자 대부분에게 궁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현실이다. 방송뉴스의 변화된 가치기준은 시청률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뉴스의 본래 기능인 정보의 전달이라는 자기 스스로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을 뿐이다. 뉴스가 오락화되고 선정적인 화면들로 가득찬다면 더욱 오락성에 충실한 형태인 시츄에이션 코미디나 텔레비전용 영화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은상/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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