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 주 민주당 하원의원이자 ''미 의회 통신 소위원회(the House Telecommunications Subcommittee)'' 의장인 에드워드 마키(Edward Markey)는 지난 2월 13일 네트워크 중립성을 인터넷 관련 미국연방통신정책의 골간으로 유지하는 법안(이하 ''마키 법안'')을 제출하였다. 마키는 이 법안에서, 비록 브로드밴드 사업자들에 대한 일련의 금지조항들을 담지는 않았지만, 미국연방통신위원회로 하여금 브로드밴드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에 입각해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평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법안의 의미는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 정책 분야에서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미국 제2의 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사의 DNS, 즉 ''도메인 이름 시스템''의 임의조정 논쟁과 함께 맞물려서, 네트워크 중립성에 대해서 미 의회가 어떠한 연방통신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느냐에서 모아진다.
버라이즌의 DNS 임의 조정 논쟁
지난해 말부터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에서 최대 두 사건이라면, 하나는 미국 최대 케이블 방송 네트워크 사업자인 컴캐스트가 저작권 침해 논쟁과 네트워크 서비스의 서비스 저하 우려와 관련하여 파일 공유 사이트인 빗토렌트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부분적으로 간섭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제2의 거대 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사가 자사의 브로드밴드 서비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도메인 이름 시스템을 임의로 변경함으로써 서비스 가입자들의 인터넷 이용에 대한 서비스 차별을 부과한, 즉 네트워크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사건이다.
도메인 이름 시스템이란 네트워크 상의 리소스를 서비스 이용자의 의도와 선호도에 따라 아이피 주소를 지도화(map- ping)하는 방식을 말한다. 가령, 인터넷 이용자가 익스플로러나 파이어폭스 같은 브라우저를 통해 어떤 정보를 검색하고자 구글이나 야후 등의 서치 엔진 사이트에 해당 문자·숫자·기호 등을 입력했을 때, 네트워크에서 웹 서버가 이를 적절하게 찾지 못한 경우, "Your Search…… did not match any documents" 또는 "Your Search or Server Not Found"와 같은 안내문을 해당 검색엔진이 보여준다. 이는 검색엔진이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에 해당하는 아이피 주소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이러한 경우, 검색 엔진은 한두 가지 정도의 대안적인 검색어를 제시하여 이용자가 자신의 이용 목적에 맞는 서비스 이용을 지속하도록 돕는다.
그런데 버라이즌사는 이러한 도메인 이름 시스템을 서비스 이용자들의 동의 절차 없이 임의로 변경하였다. 그래서 가령 버라이즌의 브로드밴드 서비스의 이용자가 구글을 통하여 어떤 정보에 대한 검색을 실시했지만 그것이 네트워크 상에서 적절한 리소스를 찾지 못한 경우, 버라이즌의 도메인 이름 시스템은 이를 버라이즌의 검색 사이트로 이동시켜 해당 이용자에게 버라이즌 자사의 사이트가 검색한 가능한 리소스를 제공한 것이다. 이 검색 리스트에는 다양한 광고가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에드 필튼(Ed Filten)은 이것이 명백한 네트워크 중립성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버라이즌은 자사의 사업 목적을 도모하기 위해 도메인 이름 시스템의 프로토콜을 간섭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버라이즌사는 이것이 이용자들의 원활한 서비스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터넷 이용자들이 어떤 회사의 어떤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이용하든지 간에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검색엔진, 개인 이메일 서비스 등의 선택을 제약할 수는 없다. 가령, 한국의 하나로 통신이 제공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에게 KT가 제공한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명백한 네트워크 중립성, 즉 ''인터넷상에서 서비스 선택에 관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필튼은 이러한 도메인 이름 시스템 임의 조정은 서비스 이용자들의 컴퓨터에 프로그램 된 소프트웨어의 올바른 이용 역시 방해할 수 있는,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터넷과 연결되어 활용되는 소프트웨어가 도메인 이름 시스템의 프로토콜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즉, 위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소프트웨어 이용자에게 검색 결과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배제한 채, 임의로 타 사이트로 검색 결과를 이동시키는 경우), 이 소프트웨어는 자신이 디폴트로 설정한 연산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기술적으로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마키 법안: 네트워크 중립성 옹호?
최근 2년 넘게 끌고 있는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은, 그동안 본지를 통해서 토론되어 왔던 바와 같이, 저작권 논쟁, 검열, 프리 스피치에 대한 헌법적 권리 침해 등 다양한 정치적·헌법적·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논쟁들을 불러오고 있다. 이번 마키 법안의 제출을 바라보면서, 많은 네트워크 중립성 옹호론자들은 기본적으로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우선, 데비드브 손(David Sohn)에 따르면, 이 법안은 미국의 연방통신정책이 이용자 중심에서 뚜렷하게 자유롭고 공개된 인터넷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현행 연방통신법안 속에 구체화시키고자 한다는 점 역시 이 법안이 상당히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시장에 대한 어떠한 형식의 규제도 반대하는 기업 중심의 인터넷 산업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파워(위에서 토론한 버라이즌이나 컴캐스트의 경우에서처럼)에 대해 이용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보호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 등도 이 법안이 사회적 공공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손은 이것이 자칫 미국연방통신위원회에 어떤 정책 판단의 무소불위의 힘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즉, 이 법안에서 언급되고 있는 연방통신위원회의 역할이 상당히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때문에 이 법안이 연방통신위원회에 인터넷 산업에 자유로운 정책적 개입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연방통신위원회의 역할은 인터넷 산업이 네트워크 중립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브로드밴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에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손은 이 법안이 어떤 네트워크를 법안 실행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지가 모호하다고 주장한다. 마키 법안은 네트워크 중립성의 원칙이 "인터넷을 포함하는 브로드밴드 텔레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케이블 방송, 전화 그리고 인터넷 산업이 각각의 고유 영역을 넘어서 교차 사업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고(가령, 케이블 텔레비전 네트워크 사업자인 컴캐스트는 전화와 인터넷 사업도 하고 있다), 현재 케이블 방송의 경우, 2005년 ''보편 전송자(common carriers)'' 의무가 철폐되었기 때문에, 마키 법안이 케이블 방송 네트워크에는 상당히 모호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보편 전송자 의무란, 어떤 네트워크 사업자가 전송되는 미디어 콘텐츠 혹은 그것을 담고 있는 채널을 선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1979년 미국 연방최고법원의 판결 전까지, 연방통신위원회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가 전송되는 콘텐츠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전송에 대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이는 어떤 채널에게든 시간적 우선순위에 맞게(즉, first-come and first-served) 케이블 방송의 네트워크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방최고법원은 케이블 방송 사업자를 콘텐츠 선택에 선호도를 부과할 수 있는 ''전자 출판업 (electronic publisher)''로 규정함으로써, 그 논쟁은 끝을 맺었다. 케이블 방송 네트워크에 부과되었던 이 ''보편 전송자'' 의무조항이 통신 사업자들에게는 2005년까지 적용되었다. 전화 사업 부문에서 디지털 가입자(telephone company digital subscriber line, DSL) 서비스가 보편 전송자 의무조항에서 벗어났으며, 결국 2005년 연방최고법원이 케이블 방송 네트워크 방식을 통신 네트워크에 적용할 것을 판결함으로써,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부문에서 불안정한 소비자 보호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바로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아트 보르드스키(Art Brodsky)는 마키 법안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서 마키 법안 내의 구체적 용어가 기존 연방통신법안(§202)과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근본적으로 연방통신법안에서 개념화하는 ''네트워크''의 의미가 ''공공 이해(public interest)''에 기반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산업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개별 브로드밴드 ''사업자의 네트워크''로서 특성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마키 법안이 원칙적으로는 네트워크 중립성을 강력하게 옹호한다고 하지만, 위에서 토론된 네트워크의 범위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이러한 모호한 네트워크에 대한 정의는 법안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논쟁을 만들 수 있다. 요컨대, 보다 근본적으로, 사사화(privatized)되고 있는 네트워크가 공적 이익에 어떻게 부합하도록 만들 것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가 선행되지 않는 경우, 결국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 역시 보편 전송자 의무조항이 거쳐야 했던 역사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 참고 : - Ed Felten, "Verizon Violates Net Neutrality with DNS Deviations", posted 12 November 2007, retrieved 15 December 2007, http://www.freedom-to-tinker.com/?p=1227. - Ed Markey, "H.R. 5353: Internet Freedom Preservation Act of 2008", submitted on 13 February 2008. - David Sohn, "Markey''s New Internet Neutrality Bill", posted 21 February 2008, retrieved 22 February 2008, http://blog.cdt.org/2008/02/21/markeys-new-internet-neutrality-bill/#more-221. - Art Brodsky, "Don''t Overlook the Elegance of Markey''s Bill", posted 22 February 2008, retrieved 23 February 2008, http://www.publicknowledge.org/node/1406.
◦ 작성 : 성민규(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터디즈학과 박사과정, MinkyuSung@gmail.com)
◦ 출처 : 동향과 분석 (통권 2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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