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경제위기’ 또는 ‘경기침체’라는 키워드로 한 해를 여전히 장식하고 있는 올해 미국의 게임 산업은 그동안 자신에게 주어져 왔던 ‘고급 여흥문화’라는 꼬리표를 확실히 떼어낼 참이다. 1970년대 초반에 시작된 게임 산업이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어느 정도의 대중적인 보급이 이루어지자 많은 미디어 산업 전문가들은 게임 산업이 ‘여유 있을 만한 사람들의 놀이문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국 경기지표에도 불구하고 게임 산업의 성장은 꾸준히 증가하였다.
'IBIS World Report: Video Game in the US'(이하 ‘아이비스 리포트’)에 따르면, 2005년 약 285억 달러 규모였던 게임 산업 규모는 그 후 2006년과 2007년에는 12.3%와 12.1%의 성장률을 보였고, 2008년에는 무려 18.6%의 고속 성장률을 보였다. 2008년 겨울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던 경제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약 5%의 성장률을 보임으로써 올해 게임 산업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지 않고 있다.
아래에서는 아이비스 리포트를 바탕으로 올 2009년까지 미국 게임 산업의 전반적인 동향과 더불어 네 가지 주요 세부 분야들, 즉 게임 퍼블리싱, 개발, 유통 및 판매 그리고 온라인 게임 등을 다루어본다. 다음에서 살펴볼 것처럼,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온라인 게임보다는 콘솔(console)을 이용하여 가정에서 텔레비전 연결을 통한 비디오게임이 여전히 가장 대중적 트렌드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비디오게임 산업의 간략한 역사와 최근 주요 흐름
게임 산업에서 주요 게임의 유형은 보통 세 가지로 구별된다. 첫째, 1990년대 초반까지 주된 유형이었던 ‘아케이드(arcade)’ 게임이 있는데, 이는 쉽게 말하면 한국의 ‘오락실’에서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동전을 투입하여 일정 시간이나 게임 횟수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둘째, ‘콘솔(console)’을 이용하는 게임으로 최근 닌텐도(Nintendo)의 ‘위(Wii)’나 소니(Sony)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시리즈’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 soft)의 ‘엑스박스(Xbox) 시리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아래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콘솔은 게임 산업에서 주요한 수익창출의 수단이다. 왜냐하면 게임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해당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 부가적인 장치로서 콘솔을 함께 판매함으로써 게임 개발 단계에서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보통 200만 달러에서 많게는 약 2억 달러까지) 등을 벌충하기도 하는 주요 수단이자 이용자들의 게임에 대한 충실도를 부여해 주는 매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게임 산업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엔터테인먼트와 기기 분야 개발사업 부문에서 2008년 한 해에만 약 80억 달러의 사업비를 쏟아 부었다).
셋째, 한국에서도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크래프트(Starcraft)나 미국에서의 ‘헤일로(Halo)’ 같은 온라인 게임이 있다. 미국의 온라인 게임 인구가 증가세에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가장 대중적인 게임 유형은 콘솔을 이용한 비디오게임이다. 아래에서 토론될 것처럼 온라인 게임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는 한국 등에 비해 가정 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보급이 2000년 중반 들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 그리고 게임의 가족문화와 관련된 인식 등과도 연관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현재 10대 자녀를 둔 40대들이 1980년대 비디오게임의 본격적인 보급 제1세대에 해당된다는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인식도 필요로 하는 토론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게임 산업의 시작은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비스 리포트에 따르면, 이미 1947년 미사일 발사 시뮬레이션이 게임 방식으로 이용된 경우도 있으나 산업으로서 게임이 한 세대를 시작한 것은 1972년 즈음하여 매그나복스 오디세이(Magnabox Odyssey)와 퐁(Pong) 등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이후 1977년(현재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1974년대 중반 일하기도 했던) 아타리(Atari)가 ‘The 2600’을 출시하고, 그것이 1990년대 초반까지 약 3,000만 게임 세트가 팔렸다. 아타리를 떠난 몇몇 게임 개발자가 최초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게임 개발 사업을 시작한 액티비전(Activision)이 1970년대 말에 설립되었다. 이후 1983년 게임 산업은 유사한 게임의 저가 공세에 시장 경쟁력이 떨어져 큰 위기를 맞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게임 산업의 중심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이때 일본의 세가(Sega)와 닌텐도가 패권을 쥐기 시작했다. 이후 게임 산업은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삼각 구도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주로 게임 퍼블리싱과 콘솔 분야와 관련된다. 게임기의 제작은 값싼 노동시장을 제공하는 아사이 지역에서 주로 이루어지며, 게임의 디자인은 일본·독일·미국 등 주요 이른바 선진국들에서의 지식 인력을 활용하는 전형적인 국제적 노동 분업을 나타내고 있다.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어질 것처럼, 최근 온라인 게임의 성장은 게임 콘텐츠 유통망의 혁신으로 이와 같은 분업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구조적 양태 자체를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게임 산업은 꾸준한 고용 성장률을 보여주는데, 이는 주로 게임 산업 전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 유통이나 판매 분야와 연관된다. 1997년 약 10만여 명이던 게임 산업의 고용 인구는 2002년까지 약 14만여 명으로 성장하였다. 같은 시기 게임 산업의 수익(revenue)은 163같은 시 규모 약 145같은 시로 성장하였다. 총생산(gross product) 규모는 같은 시기 58같은 시 약 83같은 시로 성장했다. 2003년부터 14만여 까지 미국의 게임 산업의 수익과 총생산은 각각 266같은 시와 94같은 시 약 446같은 시와 150같은 시 규모로 성장하였다. 이는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무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게임 산업이 이렇게 확대되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게임 이용에 있어 인구학적 변화와 게임 테크놀로지의 개발과 발전 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성별에 따라 보면 가장 많은 게임 이용 인구는 역시 18세부터 45세 사이의 남성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하고 있고, 18세 이하의 남성이 19%, 45세 이상의 남성이 6%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 인구가 이처럼 40세 전후 나이 대까지 넓어진 것은 1980년대 대중화의 초기를 걷던 게임 문화에서 자랐던 당시 10대들이 현재 40세 전후의 중년으로 성장하면서도 꾸준히 게임을 즐기는 데에 그 이유가 있다.
이런 점에서 비추어볼 때 게임 산업이 다른 문화 산업과 비교하여 나타나는 강점은 장난감의 경우처럼 이용 층이 새롭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이용 층에 새로운 이용 층이 더해지는 일종의 ‘이용 층 축적의 경제’를 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이비스 리포트의 토론이다. 여기에 더하여 18세부터 45세 사이의 여성 게임 인구가 전체의 무려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9%에 이르고 있다. 18세 이하 10대 소녀들의 게임 인구는 8%, 45세 이상 여성 게임 인구는 2%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 게임 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게임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게임들은 ‘Halo 3’, ‘Grand Theft: Auto IV’, ‘Call of Duty’, ‘Madden’, ‘Grand Turismo 5’, ‘Metal Gear: Solid 4’ 등으로 주로 ‘스포츠’와 ‘슈팅 전략 게임’ 등 남성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둘째, 게임 테크놀로지의 개발과 발전이 게임 산업의 확대와 게임의 대중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닌텐도의 ‘위’이다. 이는 적외선 장치를 이용하여 버추얼 시뮬레이션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 보이기도 한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의 경우도 블루레이(BlueRay) 디스크를 게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 위해 사용함으로써 그래픽의 기술적 효과를 더해 주고 있다. 2008년 출시된 ‘스포어(Spore)’라는 게임은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의 캐릭터를 만들게 하는 일종의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기법을 통해 게임 콘텐츠 개발에서 상호 작용성 효과를 배가시킨 경우이기도 하다. 이 게임이 출시된 이후 게임 이용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 수는 무려 100만 개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와 그를 추동하는 낙관적인 요인들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진입장벽의 문제가 게임 산업에도 있다. 현재 게임 산업의 ‘빅3’라 할 수 있는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은 모은 거대자본으로 하드웨어(특히 콘솔)와 소프트웨어(게임 개발) 등을 위한 고급 인력을 끌어들이는 데 충분한 자금력을 발휘할 수 있고(현재 게임 산업에서 투여되는 자본은 데한 임금의 비율은 65%일 만큼 고급 인력화에 따른 고임금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연구와 개발 분야에서도 소규모 개발업자들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들 ‘빅3’가 2008년 한 해 콘솔과 게임 액세서리에 투자한 비용을 합하면 125억 달러에 이른다고 아이비스 리포트는 보여준다.
최근 분야별 동향
이러한 게임 산업의 간략한 역사와 최근 주요 흐름 등을 바탕으로 게임 산업의 세부 분야별 주요 특성들과 사업자들의 동향 등을 살펴본다. 아이비스 리포트에 따르면, 게임 산업의 생산은 크게 게임 소프트웨어, 콘솔, 액세서리 그리고 온라인 게임 가입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 각각의 분야가 67.6%, 18%, 7.8%, 6.8%의 생산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1)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development & publishing)
게임의 개발과 퍼블리싱은 물론 같은 분야는 아니며, 게임 개발 회사가 게임 퍼블리싱 회사와 같은 것도 반드시 아니다. 가령, ‘헤일로(Halo)’라는 게임은 거대 게임 퍼블리싱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를 통해 이용되지만 이 게임을 개발한 기업은 번지(Bungie)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 특히 비디오게임의 경우 콘솔과 언제나 함께 개발될 필요성 때문에 개발과 퍼블리싱의 상호 관계는 다른 분야보다도 훨씬 밀접하다. 또한 하나의 게임 개발에 보통 최소 100만 달러에서 많게는 2,000만 달러까지 투입되는 거대자본화 경향 때문에 게임 개발 분야의 시장진입 장벽 역시 다른 분야보다 훨씬 높다. 대부분 ‘빅3’ 퍼블리싱 기업들도 모두 개발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04년에서 2009년 사이 게임 개발 분야의 성장률은 11.5%이다. 퍼블리싱의 경우 2009년 한 해만 예상되는 총순수입이 약 79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1980년대 10~20대 게임 인구가 약 2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게임을 즐기며, 게다가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는 점이 다양한 게임의 개발을 추동하고 있는 주요 ‘문화적 요인’임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가령, 2007년 한 해에 판매된 게임의 절반이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 이용 가능하다는 ‘E(everyone)’ 등급 게임들이었고, 게임을 구매한 부모들의 93%가 자녀와 함께 게임을 즐기려는 이용 목적을 나타냈다고 아이비스 리포트는 보고한다.
이를 통해서 산업적 메커니즘이 게임 문화 성장에 지배적이라는 견해보다는 그를 둘러싼 시대적·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보다 의미 있는 분석을 위해 필요한 작업임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예로서 토론될 수 있는 것이 미국의 게임 분야에서 ‘콘솔’이 갖는 산업적 및 문화 상징적 지위이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이들 ‘빅3’의 2000년대 급성장은 우선 이들이 내놓은 콘솔 게임의 큰 성공에 그 원인을 둘 수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의 경우 2003년 출시 후 약 850만 대가 판매되었고, 2008년 현재까지 약 3,400만 대가 팔렸다. ‘플레이스테이션3’가 2006년 출시 이후 총 760만여 대가 팔린 것까지 고려하면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이란 게임 콘솔 판매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아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막대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360’의 경우 2005년 출시 이후 2008년까지 1,600여만 대가 판매되었고, 닌텐도의 ‘위’는 2006년 출시되어 불과 2년 만에 2,000만 대가 넘는 판매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게임 콘솔의 성장은 텔레비전 수상기의 평면화와 화질의 혁신이라는 기술적 측면도 고려되어야 하고, 게임을 여가문화의 주요한 한 측면으로 여기는 현재 40대의 게임에 대한 이해가 설명력을 더해 준다.
다음으로 게임 산업의 성공에서 문화적 요인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사례는 ‘휴대용 게임 콘솔’의 성공이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laystation Porta ble)’의 경우 2005년 이후 2008년까지 약 1,600만 대가 판매되었고, 닌텐도의 ‘닌텐도 DS(Nintendo DS)’도 같은 시기 무려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의 두 배에 해당하는 3,000만여 대가 판매되었다. 이러한 휴대용 게임 콘솔의 성공은 애플의 ‘아이파드(iPod)’나 각종 스마트폰 등으로 나타나는 ‘무선 문화(wireless cultures)’의 성장과 대중적 확산에 있다. 퓨 재단(Pew Foundation)의 존 호리건(John Horrigan)의 연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여기에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망에 대한 인식이 뚜렷이 증가해 오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무선 문화가 가능한 배경을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게임 퍼블리싱 ‘빅3’
1. 소니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유통 및 판매 등 게임 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부문이다. 그리고 이 부문에서 가장 큰 게임 기업은 단연 ‘빅3’이다. 아이비스 리포트에 따르면, 소니는 미국의 전체 게임 시장에서 23.5%를 점유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1995년 게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후 소니는 세계 시장에서 1억 대가 넘는 게임 콘솔을 판매해 오고 있다. ‘그랜 츄리스노(Gran Turisno)’, ‘그랜드 데트프(Grand Theft: Auto)’, ‘파이널 팬터시(Final Fantasy)’ 등의 히트 게임을 계속 퍼블리시하고 있다.
소니 그룹 전체의 수익은 2005년 약 6,900억 달러에서 2006년에는 7,160억 달러, 2007년에는 7,900억 달러, 2008년에는 8,4500억 달러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전체 수익에서 소니의 게임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에 9.8%, 12.2%, 11.7%, 그리고 지난 2008년에는 14.2%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말부터 이어져 오는 세계 전체의 경기침체 국면에서 소니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올해 후반기 소니의 손실은 무려 1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360’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도 또 하나의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플레이스테이션3’가 디자인 문제 등으로 출시가 늦어지면서, 2008년 ‘엑스박스360’은 1,200만 기기가 판매되었고, 닌텐도의 ‘위’는 1,270만 기기가 판매되었다. 같은 기간 ‘플레이스테이션3’의 판매는 고작 530만 기기에 머물고 말았다.
2. 닌텐도
게임 전문 기업인 닌텐도의 성장은 말 그대로 급진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미국 게임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닌텐도는 1990년대 세가와 소니, 그리고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경쟁 체제로 인해 미국 게임 시장에서 서서히 지는 해와 같았다. 그러나 2004년 말 ‘게임보이(the Gameboy)’의 후속 콘솔로 ‘닌텐도 DS’를 출시하면서 2008년까지 무려 2,100만 대를 판매했다. 현재 닌텐도가 미국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5%로,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분야로만 보면 소니 다음으로 거대한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
닌텐도의 2005년 수익은 31억 달러 정도였는데, 2006년에는 48억 달러, 2007년에는 90억 달러, 2008년에는 167억 달러로 급상승했다. 성장률로 따져보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54%, 90%, 84%에 이르는 그야말로 ‘대박’이 된 셈이다.
3. 마이크로소프트
세계 최대의 컴퓨터 운영체제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미국 게임 시장 점유율은 12.1%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체 수익은 2003년 약 320억 달러였고, 그 후 꾸준한 증가를 보여 5년 만인 2008년에는 6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전체 기업의 성장률은 10%대를 유지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부문의 성장률은 30% 이상을 보이고 있다. 게임 부문의 수익 역시 2005년 35억 달러, 2006년 47억 달러, 2007년에는 60억 달러, 2008년에는 81억 달러를 보여 전체 기업 수익의 약 10%대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2001년 ‘엑스박스’가 미국 게임 시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와의 경쟁에서 크게 뒤졌었다. 2005년까지 ‘엑스박스’가 1,300만 대를 판매했는데, ‘플레이스테이션2’는 무려 3,300만 대 이상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360’을 내놓았고 드디어 최대 경쟁사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를 판매 대수에서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게임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던 닌텐도의 ‘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시장 점유율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부문에서 약 20억 달러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하는 게임 시장 공략 방식은 성공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엑스박스 라이브(Xbox Live)’라는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헤일로3(Halo3)’를 출시하여 게임 시장에서 그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3) 게임 개발
1.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Incorporation)
‘매든(Madden)’이라는 미식축구 경기 비디오게임을 개발한 일렉트로닉 아츠는 주로 스포츠와 관련된 게임 분야의 주요한 시장 점유를 이루고 있다. 골프의 타이거 우즈(Tiger Woods)의 캐릭터와 관련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기도 하며, 또 다른 대표적인 게임으로서 10대 층에도 폭넓은 인기를 두고 있는 리얼리티 포맷의 ‘심스(The Sims)’·‘Need for Speed’·‘Medal of Honor’·‘Command and Conquer’ 등의 게임을 개발했다. 그 외에도 ‘The Simpsons’·‘Rock Band’ 등의 게임을 통해 올해 약 42억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는데, 지난해 4억 5,000만 달러의 순 손실에 이어 올해에도 8억 3,000만 달러 정도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렉트로닉 아츠는 미국 게임 시장에서 9.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게임 개발’ 분야에서는 역시 최대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 코미니앤드 세가(Kominand Sega)
일렉트로닉 아츠와 세계 게임 개발 분야의 ‘투톱’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이 코미니앤드 세가다. 최근 2년 동안 전 세계 게임 시장을 대상으로 약 24억 달러와 47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세가는 특히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Master System’, ‘Mega Drive’, ‘Dreamcast’, ‘Saturn’, ‘Genesis System’ 등 콘솔 제작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일본 소재의 글로벌 기업이다.
3. 블리저드 소프트웨어(Blizzard Software)
한국에서도 유명한 ‘스타크래프트(Starcraft)’, ‘워크래프트(Warcraft)’ 등을 개발한 블리저드 소프트웨어는 초국적 미디어 기업인 비벤디(Vivendi)의 소유다(최근 비벤디는 NBC 유니버설의 지분을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에 매각한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벤디의 게임 사업 부문의 2008년 수익은 16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4. 인포게임스(Inforgames)
인포게임스는 어콜레이드(Accolade)와 기념비적인 게임 개발 기업인 아타리(Atari)를 현재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다국적 게임 개발 기업이다. 2008년에는 4억 7,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1999년 이후 지난 10여 년간 손실액이 무려 9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보고된다.
5. 테이크 투 인터액티브 소프트웨어(Take Two Interactive Software)
젊은 층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Rockstar’ 게임을 개발한 테이크 투 인터액티브 소프트웨어는 ‘그랜드 데프트: 오토(Grand Theft: Auto)’를 개발한 ‘2K Studios’를 가지고 있는 게임 개발 기업이다. 2003년 1억 달러의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그 후 2년 동안 매년 5% 이상 성장세를 보이다가 2006년 무려 13.6%의 수익 감소를 보였다. 아이비스 리포트는 특히 최대 2억 달러까지 투입되는 게임 개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수의 게임을 이 시기에 이 기업이 개발하지 못했던 것에 그 이유를 두고 있다.
4) 게임 판매(retail)
미국의 게임 시장에서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 그 이유는 한국처럼 온라인 게임이 주류를 이루어 게임 소프트웨어의 온라인 유통을 통해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사업자와 게임 이용자들이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라 비디오게임의 소프트웨어를 도·소매상에서 이용자들이 구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게임 판매 부문에서 최대 기업은 게임스탑(Gamestop)이다.
2003년 약 16억 달러의 연간 수익을 올린 이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게임스탑의 2008년 총수익은 무려 88억 달러였다. 2009년 한 해에만도 미국 전역에 걸쳐 600여 개의 지점을 계획하고 있는 게임스탑은 이미 전국 체인망으로서 5,000개 도시에 6,000여 개의 지점 또는 사업 연계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 기업 게임스탑도 1994년 도산의 위기를 맞기도 했었고, 그리하여 미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 체인 기업인 ‘반즈앤노블(Barnes and Noble)’로 매각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후 경영난을 못 이기고 반즈앤노블은 게임스탑을 매각하여 일렉트로닉 부티크(Electronic Boutique)와 게임스탑의 합병이 2005년 이루어진다. 게임스탑은 그 후 최고의 성장가도를 달리는데 그 배경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그리고 닌텐도의 ‘위’ 등 ‘빅3’가 내놓은 콘솔 비디오게임의 폭발적인 인기와 게임의 대중화가 있었다.
전체 미국 게임 시장에서 게임스탑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무려 21%나 된다. 전 분야를 가로질러 단일 기업으로서는 소니 다음으로 거대한 게임 기업인 셈인 게임스탑이 게임 판매 부문에서만 그 점유율이 약 70%를 넘는다. 그 나머지 25% 정도는 다음에서 설명할 것처럼 백화점이나 장난감 전국 체인점에서 이루어진다.
토이즈알어스(Toys R Us)는 2008년 한 해 수익이 120억 달러에 이를 만큼 거대한 미국 최대의 오프라인 장난감 전국 체인 기업이다. 전체 기업 수익의 약 8% 정도 되는 10억 달러가 게임 판매를 통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는 것이 아이비스 리포트의 추산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게임을 구매하는 부모의 90% 이상이 가족이나 자녀를 위한 용도라는 점도 토이즈알어스가 게임 판매 시장에서 그 지위를 유지하는 배경을 제공한다.
얼마 전 합병한 시어스(Sears)와 케이마트(KMart)는 토이즈알어스에 이어 백화점 체인 중 게임 판매 부문에서 부상하고 있다. 이 합병기업의 2008년 매출액은 약 500억 달러였는데, 이 중 게임 판매를 통한 수익은 약 14억 달러였다.
2008년 3,8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던 미국 최대의 전국 체인 기업인 월마트(Walmart)도 주요한 게임 판매 부문이다. 하지만 2008년 월마트의 수익 중 게임 부문을 통해 거둬들였던 수익은 불과 9억 달러에 불과하여 전체 수익의 약 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절대 게임 부문 매출액에서 9억 달러의 수익은 토이즈알어스나 시어스케이마트에 비해 절대적으로 뒤처지는 수치는 아니다. 월마트와 유사한 전국 유통 체인망을 구성하고 있는 타깃(Target) 역시 게임 부문에서 연간 전체 기업 수익의 약 1.4%에 불과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그 절대 액수는 9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들 게임 판매 기업들이 현재 처한 가장 큰 도전은 온라인 게임의 성장이다. 온라인 게임은 게임 소프트웨어의 유통과 판매를 온라인을 통해서 만들기 때문에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기업들에게는 생산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는 현재 최적의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컴퓨터게임의 증가와 더불어 게임 콘솔 등이 컴퓨터와 연동하여 게임 업데이트나 소프트웨어 구입을 이룬다는 점에서 게임 판매 기업들의 큰 주목이 이루어지고 있다.
5) 온라인 게임(Massive Multiplayer Online Games, MMOGs)
미국의 게임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6.6%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요인들이 이야기될 수 있다. 우선 200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주목을 받고 인프라의 확대를 가져온 초고속 인터넷망의 뒤늦은 가정 내 보급이 이를 필수화하는 온라인 게임의 성장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 문화의 출발을 콘솔을 통한 비디오게임으로 시작해서 게임 문화의 대중화를 (컴퓨터 온라인 게임으로 시작한 한국과 달리) 비디오게임으로 일관시키고자 했던 산업적 메커니즘도 고려의 대상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기존 가정 내 텔레비전 중심 문화에서 놓고 볼 때 추가 투자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것도 사실이어서 게임 이용자들은 이미 구입한 값비싼 비디오게임 콘솔을 유지해야 했다. 다른 한편, 무엇보다도 주거지역의 교외화를 통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손쉽게 이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게임의 주된 이용 층인 10대 청소년들이 가정 내에서 텔레비전과의 간단한 연결만을 통해 개별적(그룹 플레이가 아닌)으로 이용했던 미국의 게임 문화도 비디오게임의 지속성에서 고려될 주된 문화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게임 시장도 최근 온라인 분야(Massive Multiplayer Online Games, MMOGs)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어 2003년 이후 연간 37%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회원가입제를 바탕으로 주요 수익원으로 두고 있는 이러한 형식의 온라인 게임의 대표적 사례인 블리저드의 ‘World of Warcrarft’의 경우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36%에 이르는 성장률을 보여 33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향후 전망
게임 산업에서 게임 퍼블리싱 분야는 역시 다른 미디어 산업과 비슷하게 ‘빅3’에 의한 독과점 체제가 유지되어오고 있다. 게임 개발 분야는 다소 경쟁 체제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100만 달러에서 최고 2억 달러까지도 투자되는 사업 환경이 소규모 자본이나 창의적인 소규모 게임 개발업자들의 시장 진입에 커다란 장벽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콘솔을 통한 게임 방식이 주류를 이루면서 게임 개발과 게임 퍼블리싱 간의 상호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콘솔 판매를 통한 게임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확보와 이에 따른 게임 퍼블리싱 ‘빅3’의 수익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게임 개발 분야에서는 콘솔을 통해 이윤 창구를 확대하는 게임 퍼블리싱처럼 투자되는 거대 자본을 획득할 만한 뚜렷한 창구가 다변화되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온라인 게임 분야의 성장은 게임 생산 부문에서의 비용절감을 예고한다. 따라서 온라인을 통한 게임 소프트웨어의 유통은 게임 산업에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필수적인 과제이자 기회인 셈이다. 그런데 영화나 텔레비전 그리고 음악 분야와 마찬가지로 비디오게임에서도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서서히 이슈가 되고 있다.
얼마 전 2009년 4월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법원은 인기 게임 소프트웨어인 ‘파이어릿 베이(Pirate Bay)’를 빗토렌트라는 개인 간 파일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유통시킨 이 게임 개발업자들에 대해 저작권 위반 유죄를 선고하였다. 미국음반협회와 전미영화협회 모두 이 결정을 환영하며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가 게임 산업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그동안 거대 콘텐츠 기업들이 저작권을 통해 저작물 자체의 활용에 대해 지극히 초상업적인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고 저작권 침해 대상자들에게 처벌 중심의 체제를 강요해 오고 있다는 비판, 그리고 모든 저작물 이용자들을 잠재적인 저작물 침해 범죄자라고 인식하고 있는 산업 중심적 이해 등이 게임 산업에서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이미 그와 같은 초상업적인 저작권 처벌 체제는 시장의 확대와 경쟁에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해 왔음을 거대 미디어 기업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위의 스톡홀름 결정이 게임 산업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참고 : - IBISWorld Industry Report: Video Games in the US: NN003, published November 2, 2009. - John B. Horrigan, “Home Broadband Adoption 2009”, Pew Internet & American Life Project, June 17, 2009, http://pewresearch.org/pubs/1254/home-broadband-adoption-2009. - David Kravets, “Content Industry Applauds Pirate Bay Guilty Verdicts”, Wired, April 17, 2009, http://www.wired.com/threatlevel/2009/04/content-indus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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