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 시장에서 한국 비중 분석 ■
강중구 (KOCCA 통계정보팀 주임연구원)
콘텐츠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높은 부가가치 창출 및 고용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선진국형 경제구조를 이루기 위한 핵심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산업경제, 지식경제의 사회경제구조를 벗어나 창의성ㆍ상상력이 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각국 정부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국내에서도 2010년 콘텐츠산업진흥법 제정을 기반으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진흥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다양한 통계지표를 기초자료로 활용하게 되는데, 국내 콘텐츠 산업의 각종 현황은 매년 본원에서 조사ㆍ발간하는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기반한 내용을 활용하고 있으나, 해외 국가들의 제반 통계는 각국별로 콘텐츠산업에 대한 정의 및 분류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에 근거한 자료 획득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본원에 서는 『해외콘텐츠시장 동향조사』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여 각국별 시장규모 추정 및 트렌드 분석, 정책동향 소개를 하고 있다.1)
『해외콘텐츠시장 동향조사』는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ㆍ재구성하여 세계시장의 규모를 추정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PwC2)에서 매년 발간되는 『Global entertainment and media outlook』을 해외통계 추정을 위한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PwC는 세계 최대 회계 법인으로서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보고서는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 분야의 각국별 내수시장 규모를 가늠하기에 활용도가 높은 자료라 할 수 있다. 통계정보팀에서는 지난 6월 15일 ‘통계브리핑 제13-10호(해외편)’을 통해 최근 발간된 PwC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분석한 바 있으며, 본고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영역별 비중을 중심으로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PwC에서는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 시장을 아래와 같은 13개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국내 콘텐츠산업통계에서 출판ㆍ음악ㆍ게임ㆍ영화ㆍ애니메이션ㆍ방송ㆍ광고ㆍ지식정보 콘텐츠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캐릭터ㆍ공연ㆍ콘텐츠솔루션을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 산업 영역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3)
1) 올해 보고서는 12월 중순 발간 예정임
2)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 영국 런던에 있는 매출액 기준 세계 1위의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이며 2011년 회계연도
기준 세계 158개국에 771개의 사무실과 16만 9천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음
3)『콘텐츠산업 통계조사』는 제작, 유통, 무역을 포괄하는 산업통계인 반면, 『Global entertainment and media outlook』는 내수시장 규모를
기준으로 산출한 통계이고 각 산업의 분류체계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개 보고서를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
[표 1] PwC,『Global entertainment and media outlook』분류체계
※출처: PwC(2013), 한국콘텐츠진흥원 재구성
이상 13개 분야에 대한 조사를 기반으로 올해 6월 발표된 PwC의 자료에 의하면, 2012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세계 시장규모는 1조 6408억 달러로 추정되었다. 이는 원화로 환산(1달러: 1050원)했을 때 1,722조 84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이며, PwC의 가정대로 향후 5년간 연평균 5.6%씩 성장한다면 2017년에는 2조 1525억 달러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시장에서 국가별 비중은 미국(30.4%), 일본(11.7%), 중국(7.0%), 독일(5.9%), 영국(5.2%)등 주요국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은 2.7%의 비중으로 7위에 올랐다. 이는 8위를 기록했던 2011년 대비 한 계단 상승한 것으로, 한국의 GDP가 세계 15위권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순위이다.
[표 2] 2012년 국가별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 시장규모 비교
※출처: PwC(2013), 한국콘텐츠진흥원 재구성
하지만 이 같은 순위가 한국 콘텐츠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높은 순위는 인터넷 접속ㆍ게임 등 경쟁력 있는 특정 산업부문의 내수시장 규모에 의존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13개 세부 부문별 현황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우선 한국의 게임시장이 65억 달러의 규모로 세계시장에서 10.3%의 높은 비중(세계 4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유무선 인터넷 접속 시장은 148억 달러의 규모(세계 8위)로 IT인프라가 잘 구축된 한국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는데, 관련 시장 자체가 다른 부문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의 높은 경쟁력이 한국의 전체 순위 상승을 이끈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유무선 인터넷 접속 시장이 차지하는 세계 평균 비중이 24.0%임에 반해 한국은 32.9%에 달함으로써 출판4)(11.2%), 게임(10.3%), 영화(6.6%), 음악(1.8%)을 합친 것보다도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표 3] 2012년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 부문별 시장규모 비교 (세계 VS 한국)
※출처: PwC(2013), 한국콘텐츠진흥원 재구성
4) 소비자 및 교육도서, 소비자 잡지의 합산
5) 각 영역에서 디지털광고부문 일부가 중복되는 이유로 합계가 100%가 아님
6) 위와 동일 (각주 5)
[그림 1] 2012년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 부문별 시장 비중 비교(세계 VS 한국)
※출처: PwC(2013), 한국콘텐츠진흥원 재구성
이 같은 사실이 증명하는 것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 시장이 경제 규모에 비해 상당히 큰 편이긴 하지만, 그 중 상당 부분이 정보통신 인프라에 대한 높은 지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음악ㆍ영화ㆍ만화ㆍ캐릭터ㆍ애니메이션ㆍ광고ㆍ스토리 등 우리가 이른바 창의성과 상상력에 기반한 ‘콘텐츠’라고 부르는 영역은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기대만큼 큰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론 PwC의 자료는 각국의 내수시장에 기반한 통계이므로 수출입 등 무역규모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어서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콘텐츠산업의 수출액이 2009년 24억 달러에서 2011년 41억 달러로 급증하는 등 해외시장에서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경쟁력을 인정받는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주요 문화수출국들은 탄탄한 자국 내 수요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ㆍ소비하는 과정에서 산업의 경쟁력을 담보하게 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수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수와 경제규모에 따른 내수시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을 수십 년간 해왔고 그 결과 빠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과정을 콘텐츠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콘텐츠산업은 효율성과 속도를 지향하기보다는 재미와 의미, 감동에 근거한 산업이기 때문에 창작자들이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꾸준히 배양해 주는 것이 느려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작자에게 생산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보장하고, 제작과 유통의 선순환을 통해 내수시장을 키워나가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콘텐츠의 디지털 유통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며 음악이나 캐릭터, 웹툰, 영화, 게임 등 주요 콘텐츠 분야의 수익 배분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요즘,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해 창작자의 권익과 유통사의 수익 간 조화를 이루어 전체 시장을 키워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피할 수 없는 이 과정을 잘 조율해 나갔을 때 우리의 우수한 콘텐츠들이 잘 구축된 정보통신 인프라의 기반 위에서 시너지를 창출하여 진정한 콘텐츠산업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아래에 원본 PDF 파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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