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모바일 메신저 ■
강중구 (KOCCA 통계정보팀 주임연구원)
최근 NHN의 ‘라인(LINE)’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라인은 모바일 기기나 PC를 통해 가입자들끼리 무료로 음성통화 및 메신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2011년 6월 국내에서 최초 출시되었다. 출시 23개월만인 지난 4월 30일에 라인의 글로벌 가입자가 1억5천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연내 3억명, 내년 말 5억명이라는 가입자 예상치가 발표되며 최근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NHN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라인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해당 서비스가 글로벌 유통 플랫폼 사업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플랫폼 사업은 콘텐츠 제작 사업에 비해 안정적이고, 시장의 성장을 고스란히 매출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모바일게임 분야의 경우, 높은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오픈마켓 구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게임의 흥행여부에 따른 각 업체의 부침이 심하다는 점이 리스크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해당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수십 개 게임 매출의 20% 가량을 가져갈 수 있는 퍼블리싱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콘텐츠 시장의 급성장 추세가 향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 세계 가입자를 기반으로 라인이 향후 거둘 수익의 규모 역시 급속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하듯 지난 5월 9일 NHN의 2013년 1분기 실적 공시에서 라인의 매출액은 685억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59.9% 증가했다. 이는 라인의 매출 중 일본의 비중이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를 반영한 금액으로, 일본 현지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12년 4분기 대비 약 90% 성장한 것이다.
[그림 1] 라인 가입자 추이 (백만 명) [그림 2] 라인 국가별 가입자 2012년6월 vs 2013년3월(백만 명)
※ 출처: NHN ※ 출처: NHN
더욱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라인의 가입자 증가 추세가 승수효과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라인 가입자는 5000만명을 넘어선 일본을 비롯해, 태국(1600만명), 대만(1500만명), 스페인(1000만명) 등으로 파악되며, 세계적으로 일일 60만명 이상, 매주 300~400만명 가량 증가하고 있다. 이는 라인의 적극적인 가입자 확대 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해당 문화권에서 영향력이 큰 인도네시아와 스페인 등의 전략 국가에서 TV광고를 집행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미 문화권에서 강세를 보이는 ‘와츠앱’이나 중화권에서 2억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확보한 ‘위챗’에 비해 앞선 서비스 경쟁력과 더불어 게임ㆍ스티커ㆍ쿠폰ㆍ운세 등의 부가 서비스 매출을 통해 수익화에 성공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라인은 지난 3월 게임 누적 다운로드 1억건을 돌파한데 이어, 4월에는 라인 카메라 3천만건을 기록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여, 앱마켓 분석사이트인 앱애니에 따르면 NHN은 구글플레이의 3월 게임 매출 부문 전체 2위, 일반 앱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그림 3] 구글플레이 게임 배급사 매출 순위(2013년 3월) [그림 4] 구글플레이 일반 앱 배급사 매출 순위(2013년 3월)
※ 출처: 앱애니 ※ 출처: 앱애니
우리가 라인의 영역 확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모바일 메신저의 성장이 게임ㆍ캐릭터ㆍ만화ㆍ음악ㆍ영화 등 국내 콘텐츠의 효과적인 유통 창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같은 글로벌 유통채널의 영향력 확대와 유튜브를 통한 싸이의 성공으로 대변되듯, 콘텐츠는 이미 전 세계에서 동시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전까지 어느 정도는 존재해 왔던 국가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며 완전경쟁 시장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 업체들은 작년부터 글로벌 사업 강화와 모바일로의 전환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해왔지만, 쟁쟁한 글로벌 제작사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작년 ‘카카오톡 게임센터’를 통해 촉발된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은 소셜 플랫폼의 파급력을 통한 국산 게임의 보급 가능성을 증명하는 전환점이었다. 서비스 출시 첫 달인 지난해 8월 47억원에 불과하던 카카오톡 게임 매출은 불과 한 달 만에 130억원으로 증가했고, 10월에는 400억원에 도달했다. 이와 같은 폭발적인 시장의 성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으며,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카카오톡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라인 역시 작년 11월 일본에서의 게임 서비스를 런칭했고, 국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지만 ‘윈드러너’의 일본시장 매출이 최근 국내 매출을 뛰어넘은 것으로 보고되는 등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아래의 표를 통해 한일 양국에서 카카오톡과 라인이 지니는 소셜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5] 구글플레이 한국 무료ㆍ매출 순위(5월12일) [그림 6] 구글플레이 일본 무료ㆍ매출 순위(5월12일)
※ 출처: 앱애니 ※ 출처: 앱애니
또한, 한국과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전세계 구글 플레이 매출의 50% 가량을 양국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산 게임들의 영향력이 함께 상승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게임 3월 매출 순위에 따르면 ‘윈드러너’, ‘다함께 차차차’, ‘애니팡’, ‘라인 팝’ 등 4개의 게임이 전 세계 상위 10위권에 포진했다. 이들 게임의 월매출은 최소 5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윈드러너’의 경우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7] 구글플레이 국가별 점유율 추이(2012년) [그림 8] 구글플레이 전세계 게임 매출 순위(2013년 3월)
※ 출처: 앱애니 ※ 출처: 앱애니
이 같은 실적이 아직까지는 한국과 일본의 내수시장 성장에 따른 것이긴 하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의 가입자 증가에 따라 해외에서도 한국 게임의 이용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아직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대만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가입자 기반이 형성된 나라에서의 매출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더불어, 현지화를 통해 각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시도 또한 본격화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5월 2일 인도네시아에 카카오톡 게임센터를 런칭한데 이어, 5월 6일에는 베트남에서 '타이니팡', '아스트로윙', '버드팡', '헌터캣', '모두의 게임'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와 같이 ‘for kakao’라는 명칭을 달고 메신저와 연계하여 서비스함으로써, 아직 스마트폰 보급 초기단계인 해당 국가들의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림 9] 구글플레이 대만 무료ㆍ매출 순위(5월13일) [그림 10] 앱스토어 인도네시아 무료ㆍ매출 순위(5월14일)
※ 출처: 앱애니 ※ 출처: 앱애니
모바일 메신저의 부가 서비스는 아직 대부분의 매출이 게임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향후 만화, 캐릭터,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유통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본에서는 라인과 현지 58개 출판사가 제휴하여 3만여권의 만화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허영만 등 중견 만화가들의 작품이 유료로 제공되고 있다. 최근 웹툰이 국내에서 부분적으로 유료화를 적용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인기 작품을 번역하여 전 세계에 유통하려는 시도 또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릭터 상품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최근 라인 매출의 30% 정도가 스티커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티커는 메시징 서비스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국산 캐릭터가 발굴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게임 및 웹툰 캐릭터와의 시너지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소셜 플랫폼은 케이팝의 효과적인 마케팅 창구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지드래곤은 새 싱글 ‘미치 GO’의 음원을 라인을 통해 독점 공개했는데, 이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음원 유통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림 11] 카카오페이지 [그림 12] 지드래곤 ‘미치GO’
※ 출처: 카카오톡 ※ 출처: NHN
이와 같이 플랫폼 사업은 다양한 연계 효과를 지니므로, 일정정도 노하우 축적이 이루어진 후 경쟁력 있는 국내 콘텐츠들이 향후 서비스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수억 명의 글로벌 가입자를 향해 직접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오픈마켓을 통해 국내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효과적인 선택을 위한 소비자들의 피로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에게 소셜 플랫폼의 선별ㆍ공유 효과가 제공하는 장점이 적지 않기에 앞으로의 전망은 밝아 보인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 공급자로서는 ‘라인’과 ‘카카오톡’ 등 국산 메신저 서비스의 확장에만 기댈수는 없을 전망이다. 향후 최대 시장이 될 중국에는 3억명을 거느린 ‘위챗’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있고, 아직 가장 높은 수준의 콘텐츠 매출액을 보이는 미국ㆍ유럽 시장에서는 ‘와츠앱’과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가 널리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들 서비스 역시 최근 소셜 기능을 연계한 콘텐츠 매출액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페이스북’은 게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뉴욕과 런던에 이어 지난 5월 7일 서울에서 컨퍼런스를 개최하며 게임 개발자와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고, 얼마 전 ‘페이스북 메신저’에 스티커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중국 텐센트가 운영하는 ‘위챗’ 또한 올해 상반기 내로 게임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으로, 게임 구성이나 시스템 설계에서 ‘카카오톡’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쟁 서비스의 영향력과 추격이 만만치 않은 이유로, 글로벌을 지향하는 국내의 게임 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파트너를 모색하는 중이다, 일례로 지난해 말에는 위메이드가 ‘와츠앱’에 게임 플랫폼 사업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권역별로 다른 소셜 플랫폼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선점 효과로 인해 그 추세가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콘텐츠 공급자들은 다양한 서비스와의 제휴를 통해 해당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의 보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상품 자체가 지닌 완성도와 매력인 것은 여전하지만, 이를 판매하기 위한 유통 채널의 적절한 활용이 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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