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영화제작 및 소비시장 동향과 시사점 ■
김영수(KOCCA 통계정보팀 책임연구원)
영화산업은 시청각콘텐츠(Audiovisual Content)산업의 한 분야로 TV방송산업 보다 매우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영화 콘텐츠가 TV뿐만 아니라 OTT, 스트리밍 등과 같은 신규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박스오피스나 DVD, 비디오 대여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한 매출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의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경기불황이 지속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영화제작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Screendigest(2013) ‘Media Research Bulletin’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6,098편의 영화가 제작되어 전년 대비 253편, 4.3%p 증가했고, 지난 5년간(2006~2011년) 연평균 2.93%p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총 제작비는 242억 달러를 기록했다. 권역별 영화제작 비중을 살펴보면, 아시아 49%, 서유럽 20%, 북미 15%, 중앙‧동유럽 6%, 남미 5%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전년 대비 아시아는 21% 성장한데 반해, 북미 지역은 11%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신흥 아시아 국가들의 공동제작, 투자조합 설립 및 조세 감면제도 등 영화제작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그림 1] 전 세계 영화제작 편수 및 추이(단위: 편) [그림 2] 전 세계 영화 제작시장의 권역별 점유율
※출처 : Screendigest(2013). Media Research Bulletin ※출처 : Screendigest(2013). Media Research Bulletin
특히, 세계 영화제작 시장에서 공동제작(co-production)은 자국의 영화제작 환경 및 물리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되었으며 여러 선진 영화제작 시장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제작방식이다. 제작시장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주로 유럽지역 국가들은 지리적,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공동제작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1년 기준, 전체 영화제작 비중 가운데 공동제작 방식을 취하는 상위 10위권 국가로는 룩셈부르크(75.0%), 슬로바키아(63.6%), 스위스(61.5%), 아일랜드(60.0%), 프랑스(58.0%), 핀란드(53.6%), 불가리아(50.0%) 등 8개 유럽 국가들이 포진해 있으며 슬로베니아의 경우, 100% 공동제작 형태로 영화가 제작되었다. 한편, 201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100편 이상 영화를 제작, 개봉한 국가는 총 14개 국가로 전년 대비 4개국이 늘었으며, 상위 4개국인 인도, 미국, 중국, 일본의 영화제작 편수는 전체의 49.9%, 상위 10개국은 전체의 65.2%를 점유했다. 또한, 전 세계 영화 1편당 평균 제작비용은 2010년 400만 달러에서 다소 하락한 397만 달러로 감소했는데 이는 미국, 스페인 등 선진 영화제작 시장의 제작비 감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전체 제작비 총액은 제작편수 증가로 인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세계 영화제작비 순위별 내수시장 규모 상위 Top10(2011년 기준)* (단위: 편, 백만 달러)
*순위는 제작비 총액을 기준으로 제시하였으며 각 괄호는 항목별 순위를 의미함
※출처 : Screendigest(2013). Media Research Bulletin, PWC(2012). Global Entertainment and Media Outlook: 2012-2016 재구성
세계 영화제작 및 내수소비 시장 현황을 <표 1>과 같이 분석 항목별로 살펴보면 첫째, 제작편수의 경우, 2011년 기준 인도가 1,225편으로 전체의 20.1%를 차지하여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 개봉했으며 그 다음으로 미국 817편(13.4%), 중국 558편(9.2%), 일본 441편(7.2%), 한국 216편(3.5%)등을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편당 평균제작비는 영국이 1,672만 달러로 1위, 이어 미국 1,140만 달러, 프랑스 935만 달러, 일본 712만 달러, 독일 624만 달러 등의 순이었고 한국은 145만 달러에 불과해 비교 대상국에서는 인도보다 한 단계 높은 10위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셋째, 제작편수와 편당 평균제작비를 곱한 제작비 총액의 경우, 미국이 93억 1,380만 달러, 전체의 38.5%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으며 이어 일본 31억 3,990만 달러(13.0%), 영국 19억 7,300만 달러(8.2%), 프랑스 19억 3,550만 달러(8.0%), 중국 13억 7,270만 달러(5.7%) 등의 순이었고 상위10개국 제작비 총액은 210억 5,280만 달러로 전체인 242억 달러의 87.0%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3억 1,320만 달러로 10위 권 밖인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영화의 최종소비 매출총액1)은 미국이 299억 5,300만 달러로 전체 854억 3,300만 달러의 35.1%를 점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일본 81억 7,500만 달러(9.6%), 영국 60억 2,200만 달러(7.0%), 프랑스 44억 7백만 달러(5.2%), 캐나다 38억 9,700만 달러(4.6%) 등의 순이었으며 한국은 17억 9,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섯 째, 제작비 대비 매출총액 비율(최종소비 매출총액÷제작비 총액)은 캐나다가 9.264로 1위를 기록, 제작비 총액 대비 내수소비 매출규모가 무려 9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 이어 한국의 제작비 대비 매출총액 비율은 5.728로서 2위를 기록, 투입 제작비 대비 최종소비 매출액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비교대상국 가운데 인도를 제외하고는 평균 영화관람료가 가장 낮고 오프라인 영상물 판매 및 대여시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인들의 극장이용 빈도가 매우 빈번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다음으로 독일은 3위(3.495), 이탈리아 4위(3.446), 미국 5위(3.21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와 같은 분석결과를 각 국가의 최종소비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최종소비 매출총액에는 자국산 영화뿐만 아니라 외국산 영화의 소비 매출액도 포함되어 있고 각 국가별 물가수준(영화 관람료 등)과 관련 산업의 구조 및 생태계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 1>에서 제시된 국가들 대부분이 자국산 영화시장 보호를 위해 스크린쿼터제를 시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편수와 제작비 규모를 최종소비 매출총액과 연관지어 판단한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 국가의 영화산업이 발전하고 성공을 담보하기 위한 기본요건은 견실한 영화제작 시장 조성에서부터 출발한다. 한국의 영화시장은 과거에 비해 자국산 영화제작과 유통이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중심으로 단시간에 매우 큰 성장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도 영화제작 시장의 근본적 체질전환과 수준 높은 영화제작 인력 양성을 목표로 영화아카데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영화계에 젊고 창의적인 인재를 수혈하여 제작시장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이밖에 지난 2011년 영진위가 발표한 ‘영화진흥사업 중장기 계획’은 한국영화가 가진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진출 등 미래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는 목표로 수립되었다. 그러나 외견상 풍요로워진 한국의 영화산업 이면에는 양극화 현상의 심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탄생하기 어려운 제작환경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업계의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시행이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과거에 비해 업계의 자생능력이 향상된 만큼 대내외적으로 한국영화가 주목받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상호 협력하여 성장할 수 있는 줄탁동기(啐啄同機)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별첨] 해외 주요 국가의 유형별 영화제작 편수(2011년 기준, 단위: 편)*
*영화제작 편수에는 공동제작 편수가 포함되어 있음
※출처 : Screendigest(2013). Media Research Bulle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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