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전자책(e-Book) 시장의 현황과 전망 ■
노준석(KOCCA 통계정보팀 수석연구원)
세계 전자책(e-Book)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PewResearch(2012.2)가 발표한 “미국인(성인 2,986명)의 독서습관, 종이책과 전자책의 소비형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성인(18세이상) 중 29%가 전자책 단말기나 태블릿PC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자책을 읽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평균 독서량은 1년에 24권인데 반해, 전자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의 평균 독서량은 연간 15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자책을 읽은 사람들 중 88%가 지난 1년 사이에 종이책도 읽었으며,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의 평균 독서량은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61%)은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54%)에 비해 책을 빌리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이 더 높게 나왔다. 한편 종이책은 전자책보다 어린이와 함께 독서할 때, 다른 사람들과 책을 함께 보고 싶을 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책을 빨리 보고싶을 때, 여행할 때,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를 때, 침대에서 책을 읽을 때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책의 이용자를 인구통계학적으로 살펴보면, 50세 이하의 사람들, 백인들, 대학졸업자 이상, 연소득 5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이 전자책을 훨씬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세계 출판시장의 규모를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나눠 살펴보면, 종이책의 매출(오디오북포함)은 1,065억 달러, 전자책 매출은 55억 달러로 세계 출판시장에서 전자책의 비중은 4.9%를 차지하였다. 이 중 전자책의 매출은 소비자 도서가 41억 달러, 교육용 도서가 14억 달러였다. 2016년까지 세계 출판시장은 종이책의 이용자는 점차 줄어들고, 반면에 전자책의 이용자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즉, 종이책 시장은 2011년 1,065억 달러에서 연평균 2.3%씩 마이너스 성장해 2016년 949억 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에 전자책 시장은 2011년 55억 달러 시장에서 연평균 30.3%씩 성장해 2016년에는 20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서 2016년 세계 출판시장에서 전자책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7.9%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표 1> 세계 출판시장의 유형별 현황과 전망
(단위: 백만달러, %)
※ 출처 : PWC(2012)
주요 지역별 전자책 시장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북미의 출판시장규모는 325억 달러이며, 전자책 시장은 35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출판 유통시장은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에 의해 죄우되는데, 전자책이 성장함에 따라 온라인 서점의 매출이 35%나 늘어 50억 4천만 달러에 달했다. 미국에서 전자책 단말기와 태블릿PC의 판매량이 2천만대가 넘음에 따라 2016년 미국의 소비자 도서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EMEA)의 출판시장규모는 448억 달러로 세계 출판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45%나 되지만, 전자책 시장은 8억 달러로 작다. 이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엄격한 재판매 가격유지제도(RPM, 도서정가제와 유사)를 시행하고 있고(영국 제외),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VAT)의 면제를 적용하고 있지 않아서(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 제외), 종이책 시장은 비교적 안정화를 보이고 있지만,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아시아·태평양의 출판시장규모는 312억 달러이며, 일본(112억 달러)과 중국(107억 달러)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11년에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의 매출 급증 영향으로 오프라인 서점이 많이 페업하기도 하였다. 한국은 17억 달러인데 내수 소비시장규모라 전체 출판산업규모와는 큰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남미의 출판시장규모는 36억 달러이며, 전자책 시장규모도 4백만 달러로 미미한 시장이다. 이는 고가의 단말기들과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사이의 제한된 효용성, 전자책 콘텐츠의 부족 등으로 시장이 낙후되어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남미 시장의 53%를 차지하는 브라질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민독서량 2배 권장과 모든 도시의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전자책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와 2012년 킨들 단말기의 유통 등으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세계 전자책(e-Book) 시장은 대형 출판사와 전자책 관련 업체들의 활발한 노력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전자책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로는 아마존(Amazon), 애플(Apple), 구글(Google), 코보(Kobo) 등이 있다. 먼저 아마존은 이미 세계 8개국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종이책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킨들과 킨들 태블릿을 기본 플랫폼으로 전자책 유통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이나 아이폰을 통해 전자책을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전자책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아이북스(iBooks) 서비스를 만들었으며, 기존의 디지털콘텐츠 유통마켓인 아이튠즈(iTunes)에서도 전자책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반면에 구글은 구글 디지털도서관 사업이 잠시 주춤한 상황이지만, 구글북스를 통해 전자책 사업을 시작했다. 구글의 전자책은 컴퓨터뿐 아니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소니 전자책 단말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스마트폰이나 전자책 단말기, 태블릿 PC 등에서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보(Kobo)는 캐나다 전자책 회사로서 유럽의 주요 출판시장에 현지화된 전자책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독일의 “Libreka”프로젝트가 코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 전자책 시장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전자책 단말기와 콘텐츠에서 나타난 시사점을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는 80만종이 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유저작물도 200만종이 될 정도로 전자책이 읽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전자책을 읽는 도구로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권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고, 미국이나 유럽은 태블릿PC나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선호한다. 유럽권에서는 아이패드를 중심으로 한 태블릿PC가 전자책을 읽는 도구로 점차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아마존은 이미 유럽의 많은 국가에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킨들이라는 전자책 단말기와 태블릿PC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전자책 시장의 성장은 전반적으로 소비자 도서의 판매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교육용 도서시장도 종이책을 중심으로 다시 회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책은 여성 독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자녀를 위한 어린이 도서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평균수명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중년 독자들이 다시 책을 찾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으며, 자기계발서와 전문서적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전자책의 유통방식은 크게 도매 모델(wholesale model)과 대행 모델(agency model)으로 나뉘고 있다. 도매 모델은 종이책의 온라인 판매 모델과 흡사해서 판매되는 책값의 결정은 유통사(주로 서점)가 주도적으로 책정하는 방식이다. 즉, 출판사가 매겨준 책값과는 상관없이 유통회사가 책의 마진율을 생각해 판매되는 책값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주로 아마존이 사용하고 있다. 반면에 대행 모델은 유통사가 책의 판매 공간을 제공할 뿐이며, 판매되는 책값의 결정은 출판사나 전자책 회사가 하는 방식이다. 다만, 유통사는 전자책의 판매를 대행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일정한 수수료를 취하게 된다. 주로 애플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애플은 전자책 유통대행 수수료를 판매가격의 30%를 받고 있다. 적어도 미국 시장만을 놓고 보면, 대행 모델이 점차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대형 5개 출판사의 요구에 의해 아마존도 자신의 사이트와 단말기 이외에서는 대행 모델 체제를 수용할 것에 합의했다.
이 모델은 출판사들이 전자책의 소매가격을 설정할 수 있고, 전자책 소비자가격의 70%를 배분받으며, 애플이나 아마존 등 전자책 유통업체는 30%의 몫을 갖게 되는 구조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법무부는 애플의 대행 모델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법무부는 애플을 상대로 주요 출판업체들과 담합을 했다고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애플은 오히려 아마존이 출혈적인 가격인하 정책으로 전자책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전자책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전자책 콘텐츠의 유통방식과 이익배분 문제를 둘러싼 유통업체간에 또는 출판사와 유통업체간의 갈등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셋째, 전자책 단말기의 확산과 전자책의 수요 증가는 1인 출판을 용이하게 함과 동시에 촉진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미 로맨스, 판타지, 무협 등 장르문학은 전자책 플랫폼을 통한 1인 출판이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기존 작가들도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자책을 출판하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스티븐 코비가 신간을 출판사 없이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하여 화제가 됐으며, 조안 롤링도 해리포터 시리즈의 전자책을 직접 출판해 해리포터 공식사이트인 포터모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저자들이 집필한 원고는 왓패드(wattpad), 룰루(lulu) 등 직접출판 전자책 사이트에서 올려 출판하기도 하지만, 아마존이나 애플 등에서 제공하는 직접출판 전자책서비스에서 유통되기도 한다.
애플은 아이북스스토어에서 개인 저자들의 원고를 올려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데, 미국 세금등록번호(EIN)를 발급받고 애플 계정을 갖고 있으면 ISBN을 획득한 후 전자책 포맷인 '이펍(EPUB)' 형식의 콘텐츠를 아이북스스토어에서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아마존도 1인 출판을 위한 전자책 섹션인 '싱글즈'를 운영하며 저자의 직접출판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전자책 시대에 1인 출판의 활성화와 이들이 출판한 전자책의 판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출판사의 무용론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종이책 판매량의 감소에 따라 잔뜩 위축되고 있는 각국의 출판사에게 위기의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은 아직 큰 변화가 없어 전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전자책 단말기의 보급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시장의 성과가 확연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를 보유한 사람은 전자책 구매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미국의 전자책 시장의 선순환 구조에서 보듯이, 그동안 국내 전자책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2011년 교보문고의 전자책 매출은 전년보다 78% 증가한 120억원에 달했으며, T스토어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2011년 전자책에서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교보문고의 경우, 전체 전자책 매출 중 스마트폰을 통해 구매된 비중이 6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자책시장이 성장하면서 전자책 독서량도 늘고 있다. 최근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2011 직장인 독서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독서량은 지난 한 해 평균 읽은 책 16권 중 2권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전자책 판매량이 늘고 전자책 독서가 증가하면서 국내 전자책 시장도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전자책 단말기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에 ‘전자책시장의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국내 전자책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 여건이 지금보다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보다 많은 전자책 콘텐츠의 확충이 시급하고, 적정한 전자책 콘텐츠의 가격 형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뉴스위크지 표지에 실린 “책은 죽지 않았다. 그저 디지털로 진화할 뿐이다”라는 명제가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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