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V, 공익, 그리고 유럽 차원의 규제 정책
● 작성취지 - 본 보고서는 영국의 Open Societies Foundation이 유럽 내에서 디지털 TV 도입과 관련하여 EU 및 개별 국가 차원의 정책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현재 디지털 전환을 맞은 유럽의 현황을 전하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공익(Public
Interest)이 어떻게 담보될 수 있는 지를 분석함으로써 한국 미디어 산업계에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함. - 본 보고서는 Open Societies Foundation이 2012년 1월에 작성한 <Digital Television, the Public Interest, and European
Regulation>을 토대로 정리 및 분석하였음. ※ 작성자 : 육주원 (워릭대학 문화산업 박사과정)
● 작성순서
1. 「유럽 방송 산업 내 공익 개념의 모호성」
2. 「디지털 TV와 공익」
3. 「유럽 차원의 규제, 디지털 TV 보급, 디지털 전환」
4. 「디지털 전환, 보편성 그리고 공영방송」 5. 「결론 및 시사점 - 한국 미디어 산업계에 던지는 화두」
● 용어 정리 - 디지털 TV (Digital TV) : 디지털로 영상 음성 신호를 전송하는 TV 방송의 총칭. HD와 같은 고화질 방송이 가능해지며, IPTV나
주문형 방송과 같은 인터렉티브한 방송 서비스도 가능해짐. - 디지털 전환 (Digital Switch-Over) : 기존의 아날로그 TV 방송 송출을 중단하고, 디지털 TV로 송수신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을
의미함. - 공영 미디어 (PSM : Public Service Media) : 기존의 공영 방송국 (Public Service Broadcasting)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서
방송전파를 이용해 콘텐츠를 송출하는 전통적인 방송국의 기능을 넘어서서 디지털 매체 환경 속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와 정보를 유통시키는 미디어로서의 기능에 주목하는 개념.
1. 『유럽 방송 산업 내 공익 개념의 모호성』
□ 방송 산업 내 공익 (Public Interest) 개념
○ 공익이란?
- ‘공익’이라는 개념은 그 동안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사용되어 왔음 - 미디어 분야에서 ‘공익’에 부합한다 함은 어떤 행위가 공공 의사소통 행위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의 이해에 부합할 경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음. - 공익은 또한 한 사회에 가져다주는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정보적 편익 - 한 사회 안에서의 민주적 참여 과정과 그 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안녕에 부합하는 - 을 의미하기도 함.
○ 서유럽의 규제 vs 미국의 불개입주의 -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나 개입이 ‘공익’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질 수 있느냐가 논쟁적인
화두였음. - 서구에서는 매스컴 (특히 TV)의 공익성을 둘러싸고 정치적 다원성, 문화적 다양성, 접근도의 향상 등과 같은 공익적 가치를
증진시키기는 데 있어서 자유 시장 체제가 낳은 지 혹은 정부 주도 규제 시스템이 낳은 지가 항상 뜨거운 감자였음. - 서유럽 모델 안에서도 정치적 경제적 독립성을 구가하는 북유럽 모델과 그렇지 못한 남유럽 모델 간의 차이가 크지만, 대체적
으로 미국 같은 나라에 비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지지하는 모델이 일반적임.
- 유럽 방송계의 개입주의적인 정책은 미디어가 교육, 정보, 오락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오래된 성격 규정에서 유래함.
- 반면, 미국의 불개입주의는 표현의 자유와 규제의 최소화로 특징 지워지는 미국식 상업 미디어의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음. - 미국의 방송은 자유 시장 원리인 수요와 공급에 따르는 것이 미디어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권 및 소비자 만족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함. - 반면, 서유럽 모델은 개인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보다는 사회라는 집단 안에서 각 구성원인 시민들이 지니는 의무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음.
□ 유럽 내 방송 환경 개괄
○ 서유럽 모델
서유럽 방송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입각함:
▪ 프로그램의 다양성
▪ 새로운 내용과 형식에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고품질의 프로그램
▪ 국가 정체성과 문화를 반영함
▪ 소수자의 이해를 반영함
▪ 공정한 뉴스와 현안에 대한 보도
▪ 표현의 자유 ▪ 미디어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권
- 이러한 원칙은 그 동안 콘텐츠 자체, 그리고 방송 시스템 전반에 대한 막강한 규제와 개입을 통해 달성되었음. - 하지만, 점증하는 미디어 경쟁과 기술 융합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의 정책 생산자들은 1980년대 이래로 가볍고 유연한
통합적 규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시장 내 메이저 사업자들이 여러 분야에 걸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줬음. -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 규제 정책으로는 2003년 제반 통신 미디어 분야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기 위해 Ofcom (Office of
Communication)를 설립한 영국의 예가 대표적임. - EU의 2007년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Audiovisual Media Services) 고시는 강력한 섹터별 규제책을 철폐할 것을 주문하였으며,
2009년 전기통신 개혁 패키지 (Telecom Reform Package)와 더불어 디지털화가 진행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대한 통합
적인 규제의 신호탄이 되었음.
-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와 같은 규제완화 흐름이 ‘공공 담론에 대한 시장화’와 ‘공공영역의 상품화’를 촉진시킨다고 비판하고 있음.
- 위와 같은 규제완화 경향은 기본적으로 ‘경쟁’을 통해 공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함. - 그러나 다원주의, 다양성, 자유,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과 같은 사회적인 가치들은 시장 진입 장벽을 전면적으로 제거하는 경쟁
원리 도입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음. -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디어 소유 제한 규정, 콘텐츠 가이드라인, 공영 방송에 대한 지원 등과 같이 섹터별로 필요한
특수한 정책들이 필요함.
○ 중앙 및 동유럽 모델
- 구 사회주의권으로 분류되었던 중앙 및 동유럽의 경우에는 서유럽과 심한 편차를 보임
- 하지만, 중앙 및 동유럽 블록 안에서도 방송을 둘러싼 다양한 편차가 엿보이고 있음. - European Research Council (ERC)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국가들은 각기 상이한 경로로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로의 이행을 경험하였음.
- 폴란드와 헝가리 같은 나라에서는 신/구 엘리트 간의 ‘협약’에 따라 이행의 과정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음. - 실제로 이른바 Visegraid Group (체코 공화국,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속한 국가들은 모두 순조로운 이행을 달성하
였음.
- 반면에, 루미니아와 같은 남동쪽 나라들은 보다 급작스럽고 폭력적인 이행의 과정을 경험하였음.
- 이 지역에서 나타난 체제 전환 및 시장주의적 개혁의 속도와 폭은 나라에 따라 다양한 편차를 보임. - 이러한 다양한 편차에도 불구하고, ERC의 연구는 몇 가지 공통점을 지적하고 있음: 국가의 정치화, 자본의 이해에 종속된 방송
(남유럽적 특징이기도함), 약하고 미발달된 미디어 시장, 방송 사업체들의 사유화, 부유하는 법률 및 제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언론인들
- 따라서 이 지역의 공익에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개혁도 포함이 됨. - 이 지역에서는 서유럽보다는 훨씬 심각한 정도로 미디어 사업자의 책임성 문제, 상업적 행위자들의 과도한 영향력, 거대 기업들
의 과도한 정치적 의제설정 능력, 제약당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및 시민 사회 참여 등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
- 또 다른 주요 문제 중 하나는 공영 방송에 관련된 것임. - 서유럽 (특히 북유럽) 언론이 높은 수준의 정치적 경제적 독립을 유지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지역에서는 사회주의 시절 공영방
송과 정치적 엘리트 간의 유착이라는 관행이 아직도 잔존하고 있음.
- 구 공산권 나라들에서 도입된 공영 방송 시스템은 대부분 노골적으로 실패하거나, 아주 미약한 성과 밖에 내지 못하였음.
- 이는 공공 기관들을 뒷받침해줄 시민 사회 및 민주적인 시스템이 아직 미성숙하였기 때문임. - 서유럽에서는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재규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중앙 및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정치적 엘리트
들이 공영 방송국들의 올곧은 발전을 저해하고 있음.
○ EU 차원의 정책적 대응
- EU의 보조금 및 정책은 공영 방송 개혁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 - 일반적으로 이들 나라들은 국가 보조금 지급 방식에 있어서 경쟁 원리를 도입하였기 때문에, 공영 방송국들은 공공 수익에 대한
정의를 엄격하게 하여야만 했고, 그 결과 상업적인 수익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았음. - 그러나 2009 European Commission의 Broadcasting Communication은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공영 방송 규제와 국가의
보조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음.
- European Commission은 원칙적으로 국가의 과잉 보조는 항상 무분별한 지출을 낳는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음.
- 그러나 공영 방송의 운영을 위해서는 국가 보조가 일반적으로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출발을 함. - 그리고 지나치게 엄격한 국가 보조금 사용은 공공 기관이 갖는 사회적, 문화적, 민주적 기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기능들이, 점점 시장화 되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보지 못함. - 국가 보조 정책에 경쟁 원리를 도입하는 입장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권리가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공공재라는
사실을 간과함. - 이 문제가 더더욱 중요한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더 나아가 경제적인 상품가치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임. - EU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쟁 정책은 시장 기회를 증진시키기는 하지만, 중앙 및 동유럽의 시청각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갖는
문화적 복합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시민 사회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창출해내지는 못함. - 그러나 이 지역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정보 환경을 감안한다면, 공영 방송국에게만 다원주의적 시스템 창출의 과제를 떠넘길
수는 없음. - 관료제와 정치권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공영 방송의 개혁 (편집권 독립을 목표로 한)과 더불어 전국 방송, 지역 방송, 커뮤니티
채널 등을 포괄하는 비영리 미디어 섹터의 육성도 시급함.
- 정부 정책은 이러한 행위자들에 대한 안정적인 국가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임.
- 재정난에 시달리는 방송 사업자는 양질의 방송은 물론, 경제적 정치적 독립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 - 또한, 디지털 시대를 맞아서 TV 방송 뿐 아니라, SNS와 대안적인 인터넷 매체 등이 매체와 언론 환경의 다변화, 다원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출되고 있음.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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