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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48>, “경쟁, 어디까지 해봤니?”

아이돌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은 ‘오늘도’ 제작되고 있다. <프로듀스101>(Mnet) 시즌1과 시즌2의 성공으로 아이돌 가수 연습생들 간의 ‘경쟁’과 데뷔 과정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유사한 형식으로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새로 제작될 때마다 시청자들은 “또 아이돌 가수 오디션이야?”라고 피로감을 토로하지만, 연습생들이 흘리는 눈물 그리고 밤샘을 거듭하며 연습하는 모습이 방송될수록 시청자들은 수용자가 아닌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 자신이 지지하는 연습생을 열심히 응원하게 되곤 한다. 이제는 그 경쟁 범위가 해외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 글. 이종임(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강사)

아이돌 연습생, 비밀유지에서 공개 오디션으로의 전환

아이돌 연습생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밀에 부쳐야만 하는 기획사의 자산이자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팬덤 형성이 아이돌 가수의 인기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면서, 음악 전문 채널에서는 몇 년 전부터 아이돌 연습생들 간의 경쟁을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특히 SM이나 JYP, YG 등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 내부의 아이돌 데뷔 결정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었는데, 2013년에는 YG 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룬 <WIN-Who is Next>, 2015년에는 JYP 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의 오디션 과정을 보여준 <Sixteen> 등이 방송되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YG 연습생들은 <위너>와 <아이콘>으로, JYP 연습생들은 <트와이스>로 데뷔했고 인기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WIN-Who is Next> 방송화면
  • <Sixteen> 방송화면
이미지 : <WIN-Who is Next>, <Sixteen> 방송 이미지

가장 먼저 아이돌 연습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프로듀스101> 첫 번째 시즌일 것이다. <프로듀스 101>은 걸그룹 데뷔를 결정짓는 여성 아이돌 연습생들의 경쟁을 다룬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국민프로듀서’라고 호명하며 대중의 적극적 참여가 아이돌 가수 데뷔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만들도록 구성되었다. 게다가 101명의 경쟁을 TV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였고 시청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2016년 방송된 <프로듀스101> 시즌1의 큰 성공에 힘입어 2017년에는 보이 그룹의 데뷔를 결정짓는 <프로듀스101> 시즌2가 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 역시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시즌1을 통해 데뷔한 아이오아이(I.O.I)는 현재 각자 다른 그룹에서 여전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시즌2로 데뷔한 그룹 워너원(Wanna One)은 여전히 순항 중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2018년 6월 27일부터 2018년 7월 28일까지의 남자 광고모델 50명의 브랜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소비자들이 브랜드 참여와 소통 및 확산량을 측정한 결과, 워너원 멤버인 강다니엘은 남자 광고 모델 브랜드 평판 2위를 기록했다. 강다니엘을 비롯한 워너원 멤버들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또한 매번 화제가 되는데, 이러한 미디어 속 모습들은 <프로듀스101>의 인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1)

  • 시즌1에서 만들어진 IOI
  • 시즌2에서 만들어진 WANNA-ONE
이미지 : (왼쪽부터)시즌1에서 만들어진 IOI, 시즌2에서 만들어진 WANNA-ONE

이렇듯 아이돌 연습생들의 출연이 프로그램 시청률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 되면서 2017년 하반기에 이와 유사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수 제작되었다. <더 유닛>(KBS2)과 <믹스나인>(JTBC) 역시 아이돌 연습생들의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돌 연습생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그대로였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시청률이 낮아 출연한 연습생들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아이돌 데뷔를 시켜주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했던 심사위원들의 다짐도 최종적으로는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시청자 참여가 아이돌 연습생들의 데뷔를 결정짓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 Mnet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로 시청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데뷔 시스템의 결합/경쟁

  • PRODUCE48
이미지 : PRODUCE48

2018년 6월 15일 첫방송을 시작한 <프로듀스48>은 <프로듀스 101>의 시즌 2편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새로운 구성으로 제작되었다. 한국의 아이돌 연습생들과 일본의 걸그룹 AKB482)의 멤버들이 함께 경쟁 하는 구도를 만든 것이다. 최종 목표는 한국 연습생 및 AKB48 멤버 중에서 12명을 선정하여 구성한 글로벌 걸그룹을 배출하는 것이다.

일본의 AKB48은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콘셉트로 한 걸그룹으로, 아키하바라의 AKB48 전용극장에서 거의 매일 공연을 한다. 걸그룹 멤버들의 성장을 미디어 채널이 아닌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인기 요인이다. 하지만 <프로듀스48>에 출연하고 있는 일본 출연자들이 자신이 속한 그룹 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는, 아이돌 연습생으로 오랜 기간 준비를 했지만 데뷔 기회를 갖지 못한 한국 아이돌 연습생의 그것과 유사한 고민과 좌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방송 초반 한국 아이돌 연습생들과 일본 아이돌 연습생들의 실력은 차이가 났지만, 일본 연습생들의 솔직하고 친근한 모습에 대한 다양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었다. 오디션 과정에서 일본 연습생들은 음 이탈을 하거나 춤 실력 등이 한국 연습생들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초반과 달리 다양한 그룹 미션을 수행하면서 실력이 늘고 자신감을 갖는 출연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적의 구분이나 실력의 차이보다는 각 연습생 개인의 캐릭터나 소통방식, 인간관계, 그리고 노력하는 열정적인 모습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양국의 다른 문화와 언어권에서 살아온 지원자들이 친밀감을 갖게 되고, 서로를 격려해주는 모습은 순위를 떠나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짠하게 하기도 했다.

트레이닝 팀을 통해 연습생들에게 매겨지는 등급, 매회 발표되는 연습생 순위, 언어가 달라 소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그룹 미션 수행 등은 여전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지난 8회에서는 총 100만표 이상의 표를 받는 연습생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 함께 연습하는 한국·일본 연습생들
  • 함께 연습하는 한국·일본 연습생들
이미지 : 함께 연습하는 한국·일본 연습생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 ‘악마의 편집’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차별적이고 주관적인 화면구성이다. 일반인들이 출연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전후 관계를 생략해버리고 논란이 될 만한 장면만을 부각시키는 편집으로 인해 실제 의도를 왜곡하거나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비판도 많았다.3)

  • <프로듀스48 '고백영상'과 연습과정> 방송화면
이미지 : ‘고백영상’과 연습과정

아이돌 연습생들의 경쟁을 보여주는 <프로듀스>시리즈에서는 ‘누가 화면에 많이 등장하는가’와 관련된 논쟁이 뜨겁다. 국민프로듀서라 불리는 시청자들의 표심은 방송분량이 많은 출연자들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제작진의 화면구성은 순위를 결정짓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습생의 재능과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은 편집된 화면 속 연습과정이나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고백영상’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지지하는 연습생이 화면에서 점차 사라지거나 너무 짧은 시간 등장하는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핵심은 실력에 대한 공정한 경쟁과 평가이다. 그리고 객관적 평가, 공정한 경쟁은 일반 시청자들이 국민프로듀서로 명명되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게다가 <프로듀스48>은 한국과 일본 연습생들 간의 경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공정성이 중요하다. 글로벌 걸그룹을 선발하겠다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언어와 문화가 다른 연습생들이 함께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듀스48> 역시 공정성 논란이 뜨겁다.4)국민프로듀서인 시청자들은 연습생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방송 분량에 대해 민감하다. 팀 내에서의 역할, 미션 수행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연습생들의 실력과 방송 분량이 비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 방송분량 논란 관련 뉴스 기사 캡쳐화면
이미지 : 방송분량 논란 관련 뉴스 기사 캡쳐화면

시청자들은 우리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공정한 경쟁’이 미디어 속에서만이라도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시청자들이 <프로듀스48>에 던지는 소중한 한 표에는 한국과 일본 아이돌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돌 연습생들이 공정하게 데뷔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진심이 담겨있다. 그러므로 제작진은 글로벌 걸그룹 데뷔를 왜 우리가 지켜봐야 하는지, 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국민프로듀서들’인 대중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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