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 인터뷰
‘콘크리트 유니버스’ 세계관 선보인 김숭늉의 유니버스
글. 남혜연 기자

웹툰 작가 김숭늉의 <유쾌한 왕따>가 웹툰-드라마-영화로 이어지는 ‘세계관 공유’로 확장되고 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시작으로 한 ‘콘크리트 유니버스’ 세계관은 <콘크리트 마켓>, <황야> 등의 드라마와 영화로 우리를 찾아올 예정이다. K-콘텐츠에도 ‘세계관 공유’를 가능하게 한 김숭늉 작가를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우선, 김숭늉이라는 독특한 필명을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아무렇게나 지은 거다.(웃음) 처음에는 본명 김동균을 사용하다 두 번째 작품 <유쾌한 왕따>부터 필명을 만들었다. 그때 ‘김보통’, ‘김수박’ 등 작가들이 필명에 김씨 성을 붙이곤 했다. <유쾌한 왕따>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휴머니즘이 살아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숭늉’이 된 거다. 그런데 전혀 구수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해서, 중간에 바꿀까 싶기도 했다.

웹툰 <유쾌한 왕따>는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20대 중반에 <유쾌한 왕따>를 기획했고, 서른 즈음에 만들었던 것 같다. 진짜 정말 사람이 어두워지면 우스갯소리로 ‘다 같이 망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게 되지 않나. 현실이 힘들었을 때 그런 단순함으로 출발했다. 한 마디로 ‘아포칼립스’ 상황이었다. 파멸, 세상의 종말, 대재앙을 상상했던. “만약 이런 상황이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라고 묻는 지점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재난물은 아니었다. “유쾌하게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왕따’라면 지금 나처럼 세상을 망하게 하고 싶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웹툰 <유쾌한 왕따> 사진 제공 | 레진코믹스

그렇다면 <유쾌한 왕따>는 그때 김숭늉, 아니 김동균의 상황에서 태어난 셈이다

2011년에 데뷔했고, <유쾌한 왕따>가 2014년에 나왔다. 비교적 데뷔는 쉽게 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웹툰 작가를 본업으로 삼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대부분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 외주 원고를 썼던 시절이다. 보통 원고료가 첫 회에 40만 원 선이었는데, 나는 공모전 출신이라 운 좋게 100만 원이나 받았다.(웃음) 그때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림을 그렸다. ‘내 인생은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여러 생각들이 섞여 있던 순간, <유쾌한 왕따>의 세상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유쾌한 왕따>는 김숭늉의 사실적인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서울은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 곳인데, 어떻게 ‘서울의 대지진’이라는 상황을 떠올렸는지 궁금하다

경험에서 이야기를 꺼낼 때가 많지만, 그게 전부라고 할 순 없다. 어린 시절 겪은 상황에 장르적 상상력을 더했다. 중학교 때 왕따를 당한 경험과 어릴 때 철거촌 시위 목격한 것, 예를 들어 새총을 쏘고 죽창을 찌르던 것들이 많이 투영됐다. 이후 작품에선 사람 냄새, 고시원에 살던 때의 경험에 좀비라는 장르적 상상력을 더했다.

‘지진’은 작품의 장르에서 시작된 소재다. 재난이라는 단어에서 ‘지진’과 ‘좀비’는 필수사항이다.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바닥에 붙어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주 자연스럽고 기본적인 이야기. 너무 특이하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기본적인 이야기에 장르를 섞는다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웹툰 <유쾌한 왕따> 사진 제공 | 레진코믹스

<유쾌한 왕따>를 다양한 장으로 구성한 것에는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사실은 1부로 끝나는 이야기였다. 개인과 집단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왕따로 개인을 표현했고, 학교를 그리면서 집단이 생겼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한 개인의 무력함을 계속 따라가기는 부족했다. 그래서 ‘한 번 더 하자’는 결론을 냈고, 장르를 조금 더 바꾼다는 느낌으로 2부가 만들어졌다. 덕분에 다양한 캐릭터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원작이 <유쾌한 왕따>였으니까. 영화를 본 소감은?

당연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웃음) 웹툰으로는 못하는 시각적 효과와 배우가 눈앞에 직접 살아서 움직이는 게 부러웠다.(웃음) 이병헌 배우의 연기 덕분에 캐릭터가 훨씬 입체적으로 표현됐더라. <유쾌한 왕따>는 블랙 코미디가 섞여 있다. 글자로 된 코미디와 사람이 하는 코미디는 정말 다르더라. 배우들의 뉘앙스나 말투도 재미있었다.

이 작품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슈퍼 IP’가 관심을 받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해봤을 것 같다

매번 봉준호, 박찬욱 같은 감독들이 “같이 작품 할까요?”라고 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미야자키 하야오가 한국말로 “김숭늉 씨, 한번 해볼까?”라고 말하는 상상도 해봤다.(웃음) 나는 내 작품이 다른 장르로 만들어지는 데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제작사 대표님이 대본을 보내주시는데, 읽을 시간이 없어서 피드백을 못 드렸다. 아니, 피드백을 드리는 것도 이상했다. 나는 만화가지, 영상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니까. 기회가 되면 내 작품이 영상화되는 데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성급하게 욕심을 부리고 싶지 않다.
나의 웹툰이 ‘슈퍼 IP’가 되는 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원작 자체가 인기가 많은 게 더 좋다. 지금으로선 만화에 더 집중하고 싶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릴 시절 꿈도 웹툰 작가였나? 작품의 피드백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궁금하다

엄청 어릴 때부터 웹툰 작가를 꿈꿨다. 그래서 웹툰과 관련 있는 계원예술대학교 애니메이션과로 진학했다. 졸업 후 공연 회사에서 백그라운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웹툰 작가로 데뷔했다. 지금도 애니메이션에 미련이 있다. 원래 웹툰 작가로 데뷔하고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웹툰의 매력 중 하나가 피드백을 바로 받는 것이다. 댓글은 만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작가가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분쟁에 휘말리기도 하니, 댓글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안 좋은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웹툰 작가 김숭늉의 하루 루틴이 궁금하다

김숭늉은 아내 그리고 고양이 네 마리와 살고 있다. 나는 하루를 28시간으로 사는 것 같다. 마감이 있으면 계속 일을 한다. 몇 년째 이 생활을 하고 있다. 작가에게는 경험도 중요하다. 그래서 틈틈이 뭔가 보고,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계속 연재를 하다 보면 쉽지 않다. 회사에 들어와 출퇴근을 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혼자 일했다면 아내, 고양이와의 삶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콘크리트 유니버스’ 세계관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이어 <황야>, <콘크리트 마켓> 등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야기한 대로 현재 더그림엔터테인먼트(박태준만화회사) 소속이다

웹툰 작가는 외로운 직업이다. 그래서 다른 작가와 섞여 조합을 하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더그림엔터테인먼트는 좀 더 기술적이고 정제되어 있고 대중 매체를 만든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을 스릴러와 재난을 기본으로 이곳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웹툰 작가를 준비하거나 혹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슈퍼 IP와 관련해서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

웹툰 작가가 돼서 행복하다. 그런데 사람들을 많이 못 만나면서 생활하니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27세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10년이 지나있더라. 웹툰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꿈을 이루는 것이 행복의 필수 요소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꿈은 이루면 좋겠지만, 웹툰 작가가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 단순히 만화를 그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면 괴로워도 어쩔 수 없이 매달려야 한다.

거창하게 처음부터 슈퍼 IP를 기획한다고 해서 슈퍼 IP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슈퍼 IP를 노리는 것도 좋지만, 일단 눈앞에 있는 좋은 작품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알아보지 않을까. <유쾌한 왕따>도 누군가 운 좋게 알아봐 준 덕분에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일단 만화에, 웹툰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화로서의 매력이 없으면 아무도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쾌한 왕따>는 어떻게 진행될지 귀띔해 줄 수 있나?

내년 공개 예정으로 3부라기보다는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이뤄지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잡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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