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덕’과 함께 성장하는 K-콘텐츠 Vol. 33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Z세대(Gen Z)’라고 부른다. 곧 콘텐츠산업의 주요 소비자층이 될 Z세대는 어떤 콘텐츠 이용 행태를 보이고 있을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를 연구하고 ‘프리즘’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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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독특한 문화적 특징과 소비 패턴을 통해 산업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콘텐츠산업에서도 미래의 주요 소비자층이 될 Z세대의 콘텐츠 취향과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다. 이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Gen Z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를 통해 Z세대의 콘텐츠 이용 특성을 ‘PRISM’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이는 마치 빛이 통과될 때 예상하지 못한 여러 색이 나타나는 프리즘처럼, Z세대의 콘텐츠 이용은 다채로운 맥락으로 변주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Z세대는 콘텐츠의 전반적인 맥락보다는 순간적인 재미나 특이한 포인트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들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틱톡이나 유튜브 숏츠에서 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노맥락 콘텐츠’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전개나 상황을 담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닌, 새로운 자극과 재미를 추구하는 Z세대의 특징을 반영한다. <닭강정>이나 <핸섬 가이즈>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설정을 가진 드라마나 영화가 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Z세대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선호한다. 올해 큰 인기를 얻은 <선재 업고 튀어>, <낮과 밤이 다른 그녀> 같은 드라마에서는 일상적인 내용과 비현실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실제로 Z세대는 콘텐츠의 소재, 인물, 전개에 있어서 현실이나 비현실보다는 ‘현실에 있을 법한 가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는 완전한 현실도, 전적으로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중간 지점을 선호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자극받고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에 매력을 느낀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나 추리 예능의 인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콘텐츠 소비의 과정에서 Z세대는 자신만의 감정이 아닌, 타인의 감정과 반응을 살피는 특징을 보인다. 콘텐츠를 접하기 전에 먼저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의 리뷰나 반응을 검색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소비 이후에도 타인의 평가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이러한 ‘감정검색’의 현상은 Z세대가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닌, 타인과의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세대임을 보여준다.
SNS와 같은 플랫폼에서 이들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이는 덕질 문화와도 연결된다. Z세대의 약 80%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해 ‘덕질’을 경험했을 만큼, Z세대는 콘텐츠 소비를 통해 강한 소속감을 느끼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데 집중한다.
Z세대는 콘텐츠를 소비할 때 효율성을 중시한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배속 시청을 하거나, 필요 없는 부분을 스킵하며 빠르게 핵심 정보를 얻는 ‘초(秒)능력 소비’를 즐긴다. 특히 뉴스 소비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Z세대의 절반가량은 짧은 영상인 유튜브 숏츠를 통해 뉴스를 접하며, 중요한 정보만 간략히 전달하는 형식을 선호한다.
Z세대는 핵심만 빠르게 파악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마찬가지다. ‘쪼개기 콘텐츠’라고 불리는 짧고 간결한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이다. 이러한 소비 패턴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의 형식과 제작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Z세대는 AI 기술에 대한 친숙도가 높고, AI가 자신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에 맞는 추천을 해줄 것이라는 신뢰를 보인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AI가 제작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가장 비판적인 세대라는 점이다. 이는 Z세대가 AI에게 인간적인 깊이와 감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Z세대는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Chat GPT와 같은 좋은 퀄리티의 AI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느끼는 한편, AI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는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Z세대는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소비를 더 효율적으로 하는 동시에, 그 품질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콘텐츠 제작자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이처럼 Z세대의 다채로운 콘텐츠 이용 행태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콘텐츠 산업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의 콘텐츠산업은 미래의 콘텐츠 소비를 주도할 Z세대의 독특한 성향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짧고 강렬한 콘텐츠 형식에 대한 선호를 이해하고 콘텐츠 제작 방식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 미국 등지에서 ‘세로형 숏폼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덕질과 연계한 상호작용에 주목해야 한다. Z세대가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은 리뷰, 댓글, 좋아요 수와 같은 소셜 신호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물론, 덕질을 통한 동질감과 유대감이 소비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뜻한다. 콘텐츠 제작자는 Z세대 소비자가 소통을 통해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Z세대는 AI 기술을 능숙하게 활용하면서도, AI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과 인간적 감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뜻한다. 아직까지 AI는 그 자체로 창작자가 되기보다는,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로서 활용될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제작자는 AI가 제공하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사람만이 전달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감성과 창의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맥락이 없어도 재미있는 콘텐츠,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서사에 대한 선호 경향을 통해 콘텐츠의 창의성이 더욱 요구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서사적 일관성보다는 신선한 아이디어, 기발한 발상, 비전형적인 전개로 콘텐츠의 차별화를 이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내용은 <KOCCA FOCUS> 통권 171호 및 BCWW 콘퍼런스 트렌드 세션 발제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 데이터정책팀 김인애 선임연구원,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김대희 부장, 이영미 부장, 정슬기 과장, 한국리서치 기획사업본부 이혜정 부장이 공동으로 수행하였음을 밝힌다.
글. 김인애(한국콘텐츠진흥원 데이터정책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