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인터뷰

‘콘덕’과 함께 성장하는 K-콘텐츠  Vol. 33

Trend N 인터뷰

변화와 위기? 난 내 길을 간다

2024년 가을 극장가의 최대 화제작 <베테랑 2>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을 만났다. 콘텐츠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망설임 없이 정의를 실현하는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처럼 ‘정신 차리고 내 일을 한다’는 류승완은 천생 영화감독이다.

©CJENM

류승완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았다. 2015년 개봉해 1천3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 1편에 이어 9년 만에 <베테랑> 2편이 나왔다. 결과는 성공적. 영화는 개봉 8일 만에 5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관객에 대한 청신호를 켜며 순항하고 있다.
<베테랑> 2편은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 범죄 수사극이다. 이번 작품에선 류승완 감독 특유의 인상적인 액션 장면이 또다시 등장한다. <베테랑> 시리즈의 시그니처 음악과 더불어 오프닝의 대규모 불법 도박장 검거, 남산 추격 신, 우중 액션까지 쫀득한 고급 액션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베테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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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복수의 쾌감을 이루고 싶었죠”

류 감독은 지난 9년의 시간에 대해 “어떤 사건에 대해 속으로 분노하고, 비난하고, 가해자에게 살의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비난한 대상이 실제 가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적이 있다”라고 말문을 연 뒤 “잘못된 분노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내 모습에 스스로 섬찟했다. 내가 순간순간 일으키는 분노는 옳은가, 내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게 옳은 정의인가. 그런 생각들이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였다”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숙제로 출발했다. ‘재탕’하기는 싫었다. 그건 관객에 대한 배신이다”라는 말로 영화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해외 성과 역시 눈부시다. 좋은 콘텐츠, 연기파 배우들의 합, 무엇보다 류승완 감독의 뚝심이 통한 것이다. <베테랑> 2편은 지난 5월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도 초대받아 해외 관객과 관계자의 호응을 받았다. <베테랑> 2편은 북미와 중동 지역 그리고 홍콩, 태국, 베트남, 호주 등 163개국에 판매되며 K-콘텐츠의 위력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베테랑=류승완’이라는 수식어를 안착시킨 류승완 감독에게 K-콘텐츠의 저력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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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2편은 각종 영상, 쇼츠,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에서 시작된다. 범람하는 콘텐츠 속에서 사는 우리가 접하는 영상들이 어쩌면 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영화의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됐다. 류승완이 가진 신념을 이 안에 어떻게 녹아들게 했는지 궁금하다

정성을 들여 영화를 만들고 게을러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작품을 통해 이루려는 가치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해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영화를 통해 투영됐다고 생각한다.

<베테랑> 시리즈는 ‘빌런에 대한 통쾌한 응징’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대표 시리즈로 자리 잡은 영화 <범죄도시>와 결을 같이 한다. <범죄도시> 이전에 <베테랑>이 존재했지만 2편이 1편과는 다른 방향을 추구하면서 <베테랑><범죄도시>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나도 <범죄도시> 팬이다. <범죄도시>가 너무 웃기니까 난 그렇게까지 웃기지는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베테랑><범죄도시> 시리즈를 의식하기에는 두 시리즈가 체급이 너무 다르다. 마동석 배우와 이야기하면서 ‘두 세계관을 만나게 해보자’고 농담을 한 적은 있다.(웃음) ‘그렇게 되려면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과 <범죄도시>의 마석도는 쌍둥이어야 하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영화에 대한 소스를 제공받는 형사가 같은 분이다. 마동석이 <베테랑> 찍고 나서 나한테 ‘이후의 스토리는 겹치지 않게 하자’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흥행 감독’으로서 영화를 포함한 음악, 웹툰, 게임, 드라마 등 K-콘텐츠의 저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가진 엄청난 저력이 가장 큰 원천인 것 같다. 더불어 한국 관객들의 높은 수준과 그에 따른 요구가 콘텐츠의 전반적인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나는 어릴 때부터 흘러간 노래를 좋아했다. 또 아버지가 음악을 좋아하셔서 늘 집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처음 본 영화도 70년대 것이었고. 창작자들의 성장 환경이나 성향 등이 아무래도 작품 속에 묻어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 <베테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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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특유의 ‘활극’은 OTT 환경에도 잘 맞을 것이다. OTT 오리지널 시리즈 연출 제의가 들어온다면 할 의향이 있나?

하겠다, 안 하겠다 원칙을 세우진 않았지만 아직은 극장에서 내가 만나고픈 관객들을 상상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게 좋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순간순간이 아직 좋다고 해야 할까. 사실 OTT용으로 만든다면 휴대폰으로 보는 것까지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내 영화를 휴대폰에서 보는 게 상상이 안 된다.(웃음)

웹툰, 게임, 웹소설, 음악, 드라마 등 영감을 얻기 위해서든 재미를 위해서든 평소 즐기는 K-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솔직히 웹툰, 게임, 웹소설 등은 잘 못 본다. 대신 동료들이 참여한 드라마는 챙겨보려고 한다. 나는 일상에서 소재를 찾고, 현재 상황과 평소의 내 생각들을 모아서 뭔가를 정리하는 것 같다. 과거 즐겨 듣던 추억의 음악을 영화 속에 원 없이 넣을 때의 즐거움도 있다. 영화 <밀수> 때가 꼭 그랬다.

유튜브나 SNS, OTT 같은 뉴 미디어가 콘텐츠 제작과 감상의 구도를 흔들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인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로서 최근 콘텐츠 제작과 감상의 변화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매체 환경 변화보다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디지털 환경에 완전히 적응한 세대의 출현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을 소비하는 것뿐 아니라 생산하는 데도 거리낌 없는 세대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졌다. 20세기에 영화가 누렸던 특별한 지위는 변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극장에 모여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발생하는 특별한 감정의 소통과 교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극장용 영화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창작자들은 더 특별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극장용 영화가 관객에게 사랑받았던 본래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잊지 말아야 하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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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에 비해 한국 드라마는 웹툰, 웹소설 같은 새로운 스토리 공급원을 만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영화의 재도약은 어디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뜨면 지는 게 세상만사 아닌가. 한국 영화의 침체기라기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극장용 영화의 위기가 찾아왔다. 한국 영화계는 사실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우리 인생도 매번 위기인데 영화라고 다를 게 있겠나. 정신 차리고 잘 만들면 바닥을 치고 또 올라오는 날이 오겠지 하면서 난 내 일을 할 뿐이다.

<베테랑> 2편의 쿠키 영상을 통해 속편을 예고했다. 3편에 대한 생각은?

시나리오는 들고 있다. 전편과 이번 작품을 모두 보신 분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마 <베테랑> 2편 쿠키 영상하고도 관련이 있을 거고. 사실 2편의 빌런인 ‘해치’에 관한 스크립트는 하나 있다. 많이는 말씀 못 드리지만, 구현된다면 1편의 중요 인물이 해치의 성장 과정과 연결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글. 남혜연(<마이 데일리>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