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NN개의 생각

‘콘덕’과 함께 성장하는 K-콘텐츠  Vol. 33

Special N N개의 생각

‘덕질’이 K-콘텐츠 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덕질’로 대표되는 팬덤의 새로운 콘텐츠 소비문화는 이제 K-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K-콘텐츠 산업은 ‘덕질’과 팬덤을 어떻게 수용하고 또 이용하면 좋을까? 팬덤 비즈니스와 콘텐츠 전문가 6인에게 물었다.

©Shutterstock

히트 IP를 관찰하고 세계관을 연결해 팬의 몰입을 유지하라

팬덤이 자신의 적극적인 행동을 ‘덕질’로 승화시키며 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와 최근의 디지털 플랫폼 사이에서 팬들은 고민 없이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시장의 변화 속에서는 관심받고 영향력 있는 디지털 문법의 콘텐츠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방송 광고 외에도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히트 IP의 지속적인 관찰과 세계관 간 연결성을 통해 팬들의 과몰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Z세대가 일상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해 SNS, 미디어, 오프라인 플랫폼에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 챗봇 제작이나 리액션 쇼츠와 같은 형태로 재창작되는 과정을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내 캐릭터를 어떻게 부여하고 성장시킬 것인지가 콘텐츠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황오영(JTBC SAY 콘텐트사업국 국장)

팬덤이 커뮤니티와 콘텐츠에 몰입하도록 유도해야

팬덤 기반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팬덤은 이제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K-팝 아이돌의 경우, 팬들이 제작하는 2차 창작물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숏폼 콘텐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팬이 만든 콘텐츠는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콘셉트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팬덤 유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운영하는 디스코드 K-팝 팬덤 커뮤니티에서도 과거와 달리, 단순한 소통 공간만으로는 이용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아티스트 스케줄 공지, 팬 창작 콘텐츠 제작, 실시간 스트리밍 이벤트 등을 통해 커뮤니티에 접속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팬덤 중심의 콘텐츠 소비문화는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커뮤니티와 콘텐츠에 더욱 몰입하고 충성도를 높이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duck929(덕질코리아 대표)

팬덤 라이프에 맞춘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K-콘텐츠 열풍의 중심에 있는 K-팝은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존재하기 어렵다. 팬들은 단순히 음반을 듣고 구매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능동적으로 창작 활동까지 하고 있다. 해외 음악 시장에서도 이들을 ‘슈퍼 팬(Super fan)’이라 부르며 주목하고 있다. 미국 음악 시장 분석 업체 루미네이트는 2023년 연간 보고서에서 스트리밍, 소셜 미디어, 공연 관람 등에서 슈퍼 팬들이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팬들은 유튜브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동하지만 슈퍼 팬들이 몰입하는 공간은 바로 팬덤 플랫폼이다. 위버스 같은 팬덤 플랫폼은 아티스트와 소통하며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즐기고 상품을 구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한다. 팬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능도 있다. ‘Weverse by Fans(위버스 바이 팬즈)’나 ‘팬 레터’ 같은 서비스는 창작 참여의 좋은 사례다. 팬들은 이제 강력한 소비자이자 창작자로 변모하고 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더 고도화된 기능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플랫폼 사업자의 핵심 역할이 될 것이다.

-이동환(위버스컴퍼니 플랫폼서비스실 실장)

IP 콜라보는 팬덤의 덕질을 기대할 수 있는 전략

최근 콘텐츠 산업에서는 서로 다른 브랜드 간 IP를 활용한 이색 콜라보가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올해 봄, 여름, 가을 시즌에 네이버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다크 문> 같은 외부 IP와의 콜라보를 통해 성공적인 시즌 축제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기존 팬덤은 물론 새로운 고객층까지 끌어들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의 경우, 롯데월드 어드벤처 곳곳에 모바일 화면 속에서만 보던 상징적인 공간 ‘세모 문구’, ‘꿈돌이 오락실’ 등을 재현하는 것은 물론, 작품 속 오디오 드라마를 청취하는 부스와 ‘세기말’ 콘셉트에 맞춘 모의고사, 모바일 미션 투어 등의 다채로운 체험 콘텐츠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세기말을 추억하는 세대에게는 향수를,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줄 수 있었다. 이렇듯 IP 콜라보는 브랜드 영역을 확장하고, 고객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경우, 작품 속 주요 장면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과 한정판 굿즈를 통해 팬덤의 충성도를 높였으며 새로운 고객층에도 신선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팬덤이 더욱 확장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마련했다. 이는 팬덤의 덕질이 필요한 다른 K-콘텐츠 산업에도 좋은 사례가 되리라 생각한다.

-서성재(롯데월드 콘텐츠개발 TFT 팀장)

팬이 만든 콘텐츠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

팬 활동, 즉 ‘덕질’은 특정 대상에 대한 깊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된다. 이는 종교나 정치와도 유사하게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팬덤 현상은 콘텐츠 IP 산업의 규모와 성장을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는 그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콘텐츠 생태계 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는 게 좋다. 더 나아가 팬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산업적 요소가 되고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까지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SNS,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아티스트와 팬의 직접적인 소통은 팬덤의 결속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팬들, 즉 팬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콘텐츠나 굿즈를 만들 때는 팬들의 관심사와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과 콘셉트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세계관을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팬 참여형 기획, 독창성과 희소성은 팬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준다. 확장성을 고려하여 기존 팬덤을 넘어 새로운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전략들을 통해 K-콘텐츠 산업계는 팬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혜윤(‘마플샵’ 대표)

팬덤이 ‘덕질’에 보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

콘텐츠 산업에서 팬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지금처럼 모두가 연결된 디지털 환경에서는 팬덤이 덕질을 하기에 용이하고, 이 과정에서 팬 커뮤니티는 기획자와 홍보 마케터의 성격을 띠게 된다. 필자는 <임영웅의 힘>을 집필하기 위해 ‘영웅시대’라는 팬덤을 취재하면서 중년 팬들이 임영웅에 대한 덕질을 통해 뿌듯한 보람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기존 콘텐츠를 중심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팬덤의 ‘덕질’은 아티스트의 가치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창작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덕질의 양과 다양성이 그 콘텐츠의 인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BTS의 경우 그들이 올린 동영상보다 전 세계 ‘아미’들이 가공해 올리는 리액션 동영상의 수가 훨씬 많다. 또한 아티스트의 ESG 감수성 역시 팬덤이 이끌어간다. 이처럼 팬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는 콘텐츠 산업의 다양화와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병기(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