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산업의 ‘굿 파트너’ 생성형 AI Vol. 32
‘어떻게 해야 콘텐츠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더 많은 이가 즐기게 할 수 있을까?’ 모든 콘텐츠 분야의 고민을 AI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K-콘텐츠산업 전반에서 근본적인 고민과 필요를 해결하고 있는 AI 활용 사례를 살피고,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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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선보일 때면 어떤 도메인이든 아이데이션부터 제작, 서비스(라이브), 마케팅까지 각 전문 영역 단계별로 심도 있는 고민을 하게 된다. 최근 AI는 이 전문 영역마다 활용되는 추세. 이때 콘텐츠 전문가들은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목표에 맞게 해결책을 고민하고 AI를 변형하기도 하며 AI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게임이나 웹툰, 드라마, 광고 등은 ‘화풍’이 주는 일관된 경험이 중요한 콘텐츠들이다. 따라서 아트 디렉터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혹은 메인 그림 작가들의 노력으로 세계관이나 메시지의 맥락에 맞는 아트 산출물을 도출하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러스트나 사진 등 아트 생성 작업의 기간을 단축하고 효율적으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의 이미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미지 생성형 AI는 학습된 데이터가 방대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사진을 빠르게 생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오히려 ‘화풍’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저작권 이슈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출처 | 스테이블 디퓨전 홈페이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으로 유명한 블리자드는 스테이블 디퓨전을 변형하여 ‘블리자드 디퓨전’이라는 이미지 생성 기능이 담긴 도구를 자체 제작했다. 이 블리자드 디퓨전은 블리자드가 보유한 그래픽 자산들을 학습시켜 일러스트를 생성함으로써 저작권 이슈를 미연에 방지하고, 블리자드만의 콘셉트에 맞는 일관성 있는 아트 산출물들을 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웹툰 업계에서도 유사한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고자 웹툰 작화의 일관성을 높이는 방향의 AI 솔루션들이 나오고 있다. ㈜크림에서는 AI 기반 맞춤형 보조 작가 공급 솔루션인 ‘에이드(Aid)’ 서비스를 시작했고, 웹툰 작가를 준비했던 ㈜툰스퀘어 대표이사가 자신이 겪었던 웹툰 제작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만든 ‘투닝 매직’이라는 생성형 AI 기반 웹툰 창작 스튜디오형 AI 솔루션도 출시된 바 있다.
웹툰 창작 스튜디오형 AI 솔루션, ‘투닝 매직’
출처 | 투닝 매직 홈페이지
도서가 디지털화되고, 도서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이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게 하려는 출판 업계의 오랜 고민도 AI를 통해 해결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AI를 활용해 기존 방식처럼 책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는 것을 넘어 책을 완독하고, 독서 후 활동까지 이어지게 해 독자가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도록 돕는 일종의 ‘학습 습관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다.
게임 도메인에서도 이런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콘텐츠를 기획 의도상 허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악용하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어뷰징’이라고 한다. 게임 업계는 오랫동안 플레이어들을 위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자 어뷰징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넷마블은 어뷰징을 감지하는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했고, 지난 4월 출시한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에 이 기술을 적용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만족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넷마블의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넷마블
얼마 전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닷컴’에 국내 최초로 구글의 AI 기반 마케팅 솔루션 ‘디멘드젠’을 적용해 신규 이용자 200만 명을 유입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100% AI로 제작한 광고도 선보이는 등 AI를 활용해 마케팅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공기관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는 최근 AI 광고 창작 지원 시스템 ‘아이작(AiSAC)’의 ‘스토리라인 생성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상품의 유형과 핵심어(키워드)만 입력하면 AI가 약 6~10개 장면의 광고 스토리라인을 제시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광고, 마케팅 창작자들의 콘티 제작 고민을 덜어준다.
‘아이작(AiSAC)’ 시작 화면
출처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홈페이지
지금까지 우리 콘텐츠산업은 웹툰, 음악, 게임 등 각 분야별로 제작, 서비스, 마케팅 등을 고도화하고, 그에 맞춰 정부 지원 정책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콘텐츠는 분야는 달라도 창의성을 높이고 사용자를 만족시키려는 근원적 고민의 결이 맞닿아 있어 제작과 서비스, 마케팅 접근법이 유사한 경우가 많다. 이제 AI 원천기술과 각종 솔루션의 도입이 보편화되며 모든 콘텐츠 분야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AI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콘텐츠 분야별 제작 기술과 서비스 기술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최근 동향을 보면 감히 ‘AI는 콘텐츠 전체를 관통하는 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현재 UX 등 콘텐츠 분야별로 다양한 AI 솔루션이 특화되어 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AI 솔루션이 사용하는 원천기술은 유사하고 각각의 동작 원리는 유기적이다. 이는 거의 모든 콘텐츠 분야를 망라하고 유사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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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AI가 콘텐츠 도메인을 가리지 않고 활용되는 가운데 우리가 집중해야 할 또 다른 이슈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AI 원천기술과 솔루션들이 대부분 미국 등 해외 기업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콘텐츠업계가 단순히 AI를 ‘응용’만 하다 보면 언젠가 해외 기업들에게 데이터 주권이 넘어가게 되고, 이는 기술 종속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게임 업계에서 일반화된 것처럼 구글이나 애플 등의 해외 기업에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오픈 마켓을 통하지 않고는 글로벌 서비스를 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게임 제작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유니티, 언리얼 엔진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처음에는 무료로, 이후에는 적은 비용으로 사용하던 이 엔진들이 게임 제작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자 갑자기 유료화되고 가격이 오르면서 지금 우리는 매년 적지 않은 엔진 사용비를 미국 기업들에 지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콘텐츠산업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를 단순히 기우라고 여기기는 힘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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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AI 활용이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콘텐츠 제작, 응용 외 자체 AI 솔루션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AI의 도입으로 창작자의 권리 훼손, 창작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AI 솔루션을 활용해 콘텐츠산업의 오랜 고민들을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빠르게 마련해야 할 시기다.
이런 급변기에 자신만의 해결 방법을 찾아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콘텐츠인에게 무한한 존경과 응원의 말씀을 전한다.
글. 신혜련(명지대학교 ICT융합대학 디지털콘텐츠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