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K-콘텐츠 IP 영향력 Vol. 31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는 2024년 콘텐츠산업 전망 키워드 중 하나로 ‘입체적 IP 시점’을 선정했다. IP를 통해 콘텐츠가 플랫폼, 지역, 분야를 넘어 확대해 나가며 가치를 키우는 것을 의미하는 ‘입체적 IP 시점’ 키워드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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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모든 길은 ‘IP’로 통한다. 최근 화제를 모은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기획: CJ ENM 스튜디오스, 제작: 본팩토리)>를 예로 들어보자. 이 드라마는 <내일의 으뜸>이라는 웹소설 원작에 새로운 스토리를 가미하여 영상화되었고, 드라마의 성공은 3년 전 출시된 원작 웹소설과 노블 코믹스로 만들어진 웹툰 매출을 껑충 끌어올리면서, 웹 콘텐츠와 영상 콘텐츠 간에 이루어지는 IP 확장의 정석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팬들을 위한 이벤트, 팝업스토어를 통한 콘텐츠 속 머천다이징 상품 판매, 팬 플랫폼을 통한 출연 배우의 프라이빗 채팅 서비스 등이 예정되어 있고, 대본집이나 OST 판매를 넘어, 극중 밴드의 실제 콘서트도 상상 가능하다. 또한 국내에서는 OTT 티빙과 tvN을 통해 그리고 해외의 경우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뷰(Viu) 등으로 성공을 거둔 만큼, 그간의 넷플릭스 집중화에서 상대적으로 비껴 선 IP 확보와 플랫폼 운용 전략 측면에서도 의미를 제공한다.
제작사와 플랫폼을 동시 보유하고 있는 해당 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주요 글로벌 OTT 콘텐츠의 급격한 제작비 상승, 그에 따른 국내 제작사의 IP 매절 계약 경향과 국내 OTT 위기 심화 등의 국면 속에서, IP를 확보한 국내 제작사-국내 OTT의 선순환적 성공 사례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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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이 원작인 <선재 업고 튀어>의 성공은 팝업스토어 오픈 등으로 이어지며 IP 확장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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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와 관련된 IP의 개념은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콘텐츠 IP를 ‘저작권, 라이선싱 등 지재권과 관련된 법적 권리 묶음’ 차원으로 좁게 정의하는 것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IP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제한할 수 있다.
콘텐츠 IP는 콘텐츠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다양한 비즈니스의 연계적 활용을 통한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는 핵심 원천의 확보와 활용 전략을 포괄한다. 고전적인 차원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OSMU’와 통합적 스토리 세계관에 방점을 두는 ‘트랜스/크로스 미디어’의 시대를 넘어, 이제 콘텐츠를 허브로 ‘장르 확장’, ‘플랫폼 확장’, ‘브랜딩 확장’, ‘이용자 경험 확장’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분야와의 연결을 의미하는 자원으로서 IP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 IP의 중요성은 단순히 개별 콘텐츠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콘텐츠산업이 작동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콘텐츠산업 내 플레이어의 다양한 움직임을 IP 창출, IP 보유와 거래를 통한 확보,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한 활용과 성과 창출 등 IP 관점에서 해석 가능하다. IP를 일종의 ‘창의 자원’으로 본다면, 콘텐츠산업 가치사슬을 기획-제작-유통을 넘어, IP의 창출-보유/거래-활용의 관점으로 재구조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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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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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기업들의 IP 비즈니스 전략은 주로 성공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팬덤’ 그리고 ‘규모의 경제’와 함께 작동된다. 기존에는 IP를 보유한 사업자가 단순히 판권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단선적 IP 확장이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IP 전략이나 사업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IP 기획-제작-활용 가치사슬을 각 기업별로 내부화하거나 기업 간 인수 합병, 제휴 등을 통해 구사되기도 한다.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올해 일본 A-1픽쳐스 제작의 애니메이션으로, 넷마블의 RPG 게임으로 재탄생되었다. <아스달 연대기> 시즌 2 드라마 제작에 게임사 넷마블과 웹툰 스튜디오 와이랩이 참여해 게임, 웹툰 제작으로 연계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또한 넷플릭스 팝콘을 먹으며 OTT를 보고, 디즈니 브랜드의 생활용품을 소비하고, 마블 캐릭터와 함께 뛰는 마블런을 즐기는 팬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 역시 콘텐츠 IP 확장과 관련된 일면이다.
IP는 장르, 플랫폼, 지역, 분야를 넘어 콘텐츠 가치를 ‘N차’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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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의 도약이라는 변곡점에서 가장 핵심적 단어를 꼽으라면 ‘IP’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산업이 명실상부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완성된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와 연계된 다양한 분야로 그 가치가 넘쳐 흘러가야 한다. 그 넘나듦을 위한 매개체가 바로 IP다.
IP는 장르를 넘어서, 플랫폼을 넘어서, 지역을 넘어서, 분야를 넘어서 콘텐츠의 가치를 ‘N차’로 확대해 나간다. 때문에, 향후 방송이냐, 게임이냐, 웹툰이냐 기존의 장르를 중심으로 놓고 경쟁을 구획하고 콘텐츠산업을 분석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약화될 개연성이 높다. 또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가치사슬이 연관되는 산업 범위가 매우 넓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콘텐츠산업의 다양한 파급 효과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콘텐츠 IP 진흥을 위한 전담 부서를 신설하여, K-콘텐츠 슈퍼 IP를 발굴/육성하기 위한 사업 체계를 구축하고 장르와 산업을 넘나드는 전방위 IP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제 K-콘텐츠산업에 필요한 것은 스타워즈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슈퍼 I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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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질문은 계속된다. 현재 성공을 거둔 K-콘텐츠의 IP 활용 양상을 보면, 대부분 단기간 내 휘발성이 높다. 성공의 과실을 시간적·공간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IP의 보유가 충실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장기적이고 다각적인 콘텐츠의 IP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본격적인 IP 비즈니스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포켓몬, 디즈니, 스타워즈와 같이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슈퍼 IP를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부족하다면,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
K-콘텐츠의 지속 성장을 위해, 지금, 콘텐츠 IP에 대한 보다 전략적인 분석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글. 송진(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