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K-콘텐츠 IP 영향력 Vol. 31
더 전문적인 AI 엔진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기술은 진화하고, 대중은 이에 맞춰 나에게 더욱 최적화된 정보를 얻기를 원한다. 취향과 취미가 저마다 천차만별인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선 업계의 미래가 걸린 어젠다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선두에 섰다.
헬릭스 큐레이션이 적용된 카카오페이지 앱 화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현재 우리나라의 웹툰과 웹소설 시장은 발전기를 넘어 성숙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한때 무서울 정도로 성장세를 보였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지며 기존의 기술을 더욱 공고히 다져야 할 때라고 해야 할까.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듯 지난 4월 30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인 ‘헬릭스 큐레이션’을 출시했다.
김기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TO는 “콘텐츠 사업의 본질인 ‘콘텐츠 강화’와 이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AI 기술’을 결합하면 이상적인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본다”라며 “창작자들의 작품이 가장 잘 조명될 수 있는 방향으로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 차별화된 AI 기술을 선보일 수 있도록 역량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기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TO
사진 제공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번에 공개된 헬릭스 큐레이션은 카카오페이지에 바로 적용됐다. AI를 통해 이용자 취향과 성향을 분석해 앱 내 작품 추천 화면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하반기 AI 브랜드 ‘헬릭스(Hellix)’를 론칭하고 첫 번째 기술로 ‘헬릭스 푸시’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헬릭스 큐레이션’은 이용자의 구매 이력, 관심 작품 등 다양한 데이터를 AI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작품을 추천하는 기술이다. ‘헬릭스 푸시’는 이용자가 주로 앱에 접속하는 시간을 분석해 최적의 타이밍에 스마트폰 푸시 알람 형태로 맞춤작 추천 및 무료 이용권을 지급해 독자가 작품을 열람하게 한다면, ‘헬릭스 큐레이션’은 이름 그대로 AI가 이용자를 위한 추천 작품들을 큐레이션한 결과를 홈 화면에 띄우는 것이다.
‘헬릭스 푸시’ 서비스 이미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따라서 카카오페이지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은 서로 다른 작품 홈 화면을 접하게 된다. AI가 이용자 취향에 맞는 추천작을 보여주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을 찾기 위한 과정이 줄어 앱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헬릭스 큐레이션’을 시범 적용한 결과, 적용하지 않은 대조군 대비 웹툰과 웹소설 CTR(Click Through Rate, 클릭률)이 각각 57%, 227% 증가했고, 거래액은 90%, 61%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카카오엔터가 이 같은 전략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AI 기술 활용을 통한 콘텐츠 다양성 확보와 글로벌 시장 강화였다. 결국 비즈니스는 유저들의 시간과 흥미를 확보하는 경쟁이라는 점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쟁쟁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들에 맞서기 위해선 색다른 ‘변화’와 ‘혁신’이 필수다. 그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박종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 부문 대표 겸 부사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장르 개수를 늘리는 것을 지양하는 대신, 장르 자체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전략도 그중 하나다. 과거처럼 남성과 여성의 성별에 따라 콘텐츠 취향을 나누기보다, 이제 대중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선택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전통적인 장르 분류의 극복을 지향하는 카카오엔터의 고도화된 AI 기술은 이 맥락에서 빛을 발한다. 이에 대해 박종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 부문 대표 겸 부사장은 “독자가 제각기 좋아하는 그 무언가를 AI는 밝혀낼 수 있더라. 독자들이 가장 좋아한 회차, 인기 장면 등을 데이터로 분석해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전적으로 독자의 취향을 반영, 전통적인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것임을 시사했다.
카카오엔터는 또한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숏츠(짧은 영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2분기 중 공개 예정인 ‘헬릭스 숏츠’는 AI가 웹툰, 웹소설을 짧은 영상(숏츠)으로 제작하는 기술로, 완성된 숏츠를 앱 홈 화면에 띄워 열람을 유도한다. 이용자가 좋아하는 장르를 선택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넘어 가장 좋아하는 회차와 인기 장면을 AI로 제작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그야말로 요즘 식으로 재해석한 셈이다. 독자는 작품 한 편의 전 회차를 다 보지 않아도, 숏츠를 통해 강렬한 이미지 혹은 좋아하는 취향만 골라내 빠르게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숏츠 제작 기간과 비용 축소를 통한 숏츠 제작 활성화는 덤이다. 앞으로는 웹툰, 웹소설 콘텐츠를 만드는 CP(Contents Provider)사에도 헬릭스 숏츠 툴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김 CTO는 “헬릭스 숏츠를 비롯해 헬릭스 푸시처럼 거래액과 앱 체류 시간 등에서 유의미한 상승을 이끌 여러 가지 기술들을 준비 중”이라며 “카카오엔터는 창작자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술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hutterstock
고도화된 AI 기술과 수많은 창작자의 크리에이티비티가 조화를 이뤘을 때 다다르게 되는 종착지는 결국 콘텐츠의 본질인 즐거움, 다시 말해 ‘엔터테인먼트’다. 박종철 대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AI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라면서 “특히 웹소설 시장은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규모도 크다. 또한 과거 카카오페이지가 태동했을 때처럼 오프라인에 있는 현지 소설들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가져오고, 인기를 끄는 작품은 웹툰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면서 “결국 콘텐츠를 이용하는 독자들은 즐거움을 찾는 것이지 않나. 이런 니즈를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다. AI를 접목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콘텐츠의 본질인 엔터테인먼트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 콘텐츠 개발에 힘쓸 것을 강조했다.
글. 남혜연(마이데일리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