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N인터뷰

연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K-콘텐츠 IP 영향력 Vol. 31

Special N 인터뷰

티니핑, IP 유니버스의 포털을 열다

완구에서 테마파크, 패션, 식음료, 공연 그리고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캐치! 티니핑>은 IP 확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캐치! 티니핑>의 성공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제작사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이하 SAMG 엔터) 최재원 부대표를 만나 티니핑 탄생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았다.

Q 지금의 <캐치! 티니핑>을 있게 한 SAMG 엔터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SAMG 엔터는 2000년에 설립됐고요. 김수훈 대표님이 20대일 때 스타트업으로 청년 창업을 한 케이스입니다. 당시 CG(컴퓨터그래픽)를 응용한 사업 붐이 일었는데 게임 또는 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었어요. 대표님은 90년대부터 CG를 독학으로 공부했을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CG 기술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창업하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10~20명 안팎의 작은 회사로 출발했는데요. 지금은 직원 수가 300여 명 정도 됩니다.

<캐치! 티니핑>
©CATCHTEENIEPING

Q SAMG 엔터도 꽤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어오면서 지금에 이르렀을 텐데요. <캐치! 티니핑>이 탄생하기 전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나요?

처음에 티니핑을 기획할 때만 해도 여아물에 대한 선입견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공주가 나와야 하고, 요술봉이 있어야 한다는 스테레오타입들이 있었죠. 완구 시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고요. 그런데 기존의 룰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물론 안정화될 순 있겠지만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시장을 리드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게 대표님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렇게 기존 여아물의 스타일은 어느 정도 가져가되 새롭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획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요정을 수집하고 소장하는’ 요소를 강화하게 됐죠. 티니핑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또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여자 캐릭터를 3D로 구현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여겨지는데 저희는 그동안 <미니 특공대>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만들면서 20년간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캐치! 티니핑>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Q <캐치! 티니핑>을 기획할 때부터 지금처럼 다양한 캐릭터로의 확장을 생각하셨나요?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확장성’입니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을 보면 주인공이 바뀌지 않잖아요. 그런데 티니핑 같은 경우는 계속 새로운 캐릭터들이 나오니까 굉장히 다양한 사업에 적용시킬 수 있게 됐죠. 일단 티니핑에 관심이 생기면 그다음부터는 자신들이 컬렉터가 되어 요정을 모으면서 스스로 주인공이 된 듯 ‘로미’에게 감정이입하게 됩니다. 한번 티니핑의 세계관을 알게 되면 뮤지컬이든 게임이든 팬덤이 움직이기 때문에 IP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유리합니다.

Q 캐릭터의 확장과 IP 확장은 또 다른 문제였을 듯합니다. <캐치! 티니핑>의 첫 IP 확장은 무엇이었나요?

첫 시도는 피규어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속 피규어를 제작하려고 했는데 완구 업계에서는 ‘여아들은 피규어를 사지 않는다’고 걱정하셨어요.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에 기반해 하신 말씀이었죠. 그럼에도 저희는 피규어 출시를 밀어붙였습니다. 반응이 올라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른 여아물들이 저희처럼 작품에 콜렉팅 요소를 넣는 시장이 됐죠. 일본, 중국에서도 그런 작품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시장의 트렌드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업계 특수성이나 원가 구조 같은 것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섣부르게 시도해서 손실을 본 사업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캐릭터 파워가 막강해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이 있기도 해서 IP 확장 사례마다 편차가 큽니다.

Q ‘우리가 생각한 IP 확장이 옳았다’고 느끼게 된 시점이 있었나요?

시즌 1을 론칭할 때만 해도 시장에서 반응이 확 올라오지 않았어요. 어른들은 드라마가 하나 유행하면 그다음 날 SNS에도 올라오고 기사도 나고 커뮤니티도 들썩한데 아이들은 그런 공간이 없거든요. 말도 잘 못하고 기껏해야 어린이집 가서 친구들한테 재밌다고 이야기하는 게 전부라 팬덤이 확장되는 속도가 엄청 느립니다. 그런데 <캐치! 티니핑>은 시즌 1 때 유튜브나 방송 시청률 데이터를 보니 반응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시즌 2로 가야겠다 싶었고, 시즌 2 방영 때 피부로 느껴지는 반응이 왔습니다. 완구 업계에서도 매출이 늘고, 제품의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걸 예상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품귀 현상도 일어났어요. 중고 마켓에서 1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될 정도였죠.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 ‘이건 뭐지?’하는 반응이 있었고, 지난해 넘어가면서부터는 일반인들도 “요즘 애들이 티니핑 좋아한대”, “초통령이래” 하고 말할 정도로 인기가 많이 확산됐습니다.

티니핑 월드 판교
©SAMG엔터테인먼트

이와 함께 지금은 판교에 있는 ‘티니핑 월드’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 IP를 확장했습니다. 아이들은 TV로만 보던 캐릭터를 현실 세계에서 만났을 때 각인 효과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매장이나 공간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이 각인 효과를 일종의 미디어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한번 각인된 효과가 굉장히 오래가고, 어렸을 때 받았던 인상을 평생 잊어버리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단순히 표를 팔고 이익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팬덤을 더욱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티니핑 월드’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런 오프라인 공간들이 저희 MD 제품의 유통망이 되고 있어요. 공간 자체가 티니핑 IP를 각인시키고, 팬덤을 늘리고, 제품까지 판매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전진기지 역할을 합니다.

Q SAMG 엔터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본질적인 이야기인데요. 먼저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나 캐릭터들이 진짜로 살아 숨 쉬고 아이들을 재미있게 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팬덤도 형성되지 않았을 거예요. 두 번째로는 SAMG 엔터가 ‘애니메이션만 잘 만들던 회사’에서 벗어나 ‘애니메이션과 연계되는 IP 사업을 동시에 기획해서 론칭할 수 있는 회사’가 되면서 경쟁력을 확보한 데서 비결을 찾을 수 있습니다. 키즈 쪽은 애니메이션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에 한계가 있거든요. 직접적으로 우리가 완구도 만들고 MD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게 2015년이었는데요. 이후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투자를 유치해 사업부도 확충하고, 완구팀을 직접 내부에 만들어 기획하고 제작한 것이 티니핑입니다. 20년 노하우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죠. 매출 규모도 많이 커졌고, 주식시장에 상장도 했습니다. 지금도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지키고 있는 회사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올여름 개봉할 티니핑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
©SAMG엔터테인먼트

Q K-애니메이션에 한 획을 그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 <캐치! 티니핑>. 앞으로 이 IP를 어떻게 더 확장하실 예정인가요?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옵니다. TV 방영 애니메이션은 11분이라는 시간의 한계가 있어요. 그 안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고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하고 긴 이야기를 펼치기는 어렵죠. 그래서 올해부터는 브랜드나 팬덤의 나이 대를 더 위로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하반기 여름쯤 개봉 예정인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아이들 때문에 극장을 찾았지만 부모님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로 제작 중이고, 개봉 시기에 맞춰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컬래버레이션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Q SAMG 엔터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단순히 키즈 콘텐츠 기업을 넘어 ‘종합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어렸을 때 티니핑을 보고 자랐던 아이들이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티니핑보다 조금 위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여아물도 올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결론적으로 저희는 종합 엔터 회사를 지향하기 때문에 올해 시장에 다양한 연령대의 팬덤들을 만들 수 있는 IP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Q 최근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고, 다양한 IP 확장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IP 확장을 꿈꾸는 콘텐츠산업 종사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으로 창작이 쉬워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인공지능이 보급되면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것 같거든요. 그럴수록 ‘레거시’로 불리는 기존의 작품들이 더 각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들은 지금과 같은 IP 홍수 시대에 차별화된 IP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하고요.
AI가 위기 요인 같지만 한편으로 기회 요인일 수도 있어요. 예전에는 여러 명이 있어야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는데 지금은 프로듀싱 감각만 있다면 AI 툴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 수 있거든요. 앞으로 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어떤 흐름이 올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장의 종합적인 트렌드를 읽고 너무 앞서가지도 너무 뒤처지지도 않는 감각을 지니는 것이 필요합니다.

글. 유미지 사진.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