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NN스토리 3

연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K-콘텐츠 IP 영향력 Vol. 31

Special N N스토리 3

K-콘텐츠는 어떻게 K-라면을 성공시켰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라면 수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라면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4% 늘었다고 한다. 이렇게 라면이 K-푸드의 간판이 된 데는 K-콘텐츠의 기여가 크다. K-콘텐츠가 라면을 전 세계에 알렸기 때문이다.

©Shutterstock

K-팝 스타의 일상에 등장한 K-라면

라면은 BTS, 블랙핑크 같은 K-팝 스타들의 소셜미디어 영상에 곧잘 등장한다. 꾸미지 않은 일상의 풍경에 라면이 곁들여지는 때가 많다. 라면은 K-팝 스타의 소탈한 매력을 더해주는 장치로 작동한다. K-팝 스타의 일상 영상에 라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자 글로벌 팬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다. BTS 멤버 지민이 즐겨 먹는 제품이 ‘불닭볶음면’이라는 게 팬들에게 알려진다. 지민이 맛있게 먹는 라면의 맛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생긴다. BTS 지민처럼 불닭볶음면을 먹어보려는 팬들이 속속 등장한다. K-팝 스타가 즐겨 먹는 라면으로 ‘먹방’을 찍으며 소셜미디어에서 인증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K-라면은 세계 시장에서 유명세를 얻게 됐다.

라면을 먹는 블랙핑크 지수
사진 | SBS <맛남의 광장>

불닭볶음면을 먹는 BTS 지민
사진 | BTS 유튜브 영상

K-라면, 한국의 보편적인 매력을 담다

드라마와 영화도 라면의 글로벌 대중화에 한몫했다. 2019년 개봉해 칸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휩쓴 영화 <기생충>은 세계적으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을 일으켰다. 2021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약 1억4,0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에도 라면이 나온다. 이번엔 생라면이었다.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소주 안주로 생라면을 먹는 장면은 글로벌 시청자의 관심을 자극했다.
라면은 왜 대중문화 영역에서 자주 등장할까? 무엇보다 한국인의 일상과 라면은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라면은 값이 싸고, 누구나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보편적인 매력을 가진 존재다. 이야기에 라면을 곁들이면 비범한 사람도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냉정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연민을 느끼게 한다. 캐릭터에 입체적인 매력을 부여하거나 스토리에 은유를 담아내는 데 유용하다. “라면 먹고 갈래요?” 우리나라에서 이 한마디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말은 ‘사랑의 시작’ 내지는 ‘관계의 진전’으로 해석되곤 한다. 2001년 개봉된 영화 <봄날은 간다>에 등장했던 대사 한 토막은 20여 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이렇게 관용어로 자리 잡았다.

영화 <봄날은 간다>
©시네마서비스

K-콘텐츠의 모든 곳에, K-라면

라면을 떠올렸을 때 이런 식의 연상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짜파게티, 너구리 그리고 한우 채끝 구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은 이 셋을 연달아 떠올리게 만들었다. 주인공 연교(조여정)가 짜파게티와 너구리로 만든 짜장 라면에 채끝살 구이를 곁들여 먹던 장면은 하나의 메타포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흥행 성공작에만 유독 라면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라면은 K-콘텐츠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드라마, 웹툰, 영화 등에서 등장인물이 라면을 먹는 장면은 흔하디흔하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라면이 등장하는 작품이 더 많이, 더 자주 소비되고 있다.

©Shutterstock

라면은 꽉 짜인 콘텐츠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라면은 이야깃거리가 되곤 한다. 라면과 함께 떠올릴 만한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라면에는 종종 ‘한 끼 메뉴’ 이상의 의미가 담긴다. 은유를 빚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하게 변주되는 ‘라면 먹방’

보편적인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소재로 쓰이는 라면은 독립적인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라면 자체가 차별화된 아이템을 만드는 소재로 활용된다.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고, 다양하게 변주해 색다른 메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K-라면은 이런 차별성을 앞세워 하나의 콘텐츠로 다채롭게 소비된다. 지금도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라면과 관련한 많은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매운맛 도전, 대용량 라면 먹방,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 인기 라면 맛 비교 등의 영상이 공유된다.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라면 도전기와 맛 비교 영상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K-라면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라면 먹방 화면들

외국인 라면 먹방 유튜브 화면들

외국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K-라면

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로서 입지를 굳힌 대표적인 라면 브랜드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나간다. 해외 인기의 시작도 유튜브였다.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버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면서 ‘불닭챌린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불닭챌린지의 인기는 아직도 식지 않았다. 지난해 유튜브 등을 통해 진행된 ‘플레이 불닭’ 댄스 챌린지는 총 영상 조회수 7억 뷰, 챌린지 참여자 5만 명이라는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까르보불닭볶음면’이 ‘품절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명 래퍼 카디비와 1,610만 팔로워를 보유한 틱토커 키스 리가 차로 30분 거리까지 달려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구매한 뒤 조리해 먹는 영상은 조회 수 5,770만을 넘어섰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생일 선물로 받고 기뻐하는 미국 소녀의 영상은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에서 통합 1억 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이 소녀 팬에게 까르보불닭볶음면 약 1,000개를 선물한 것도 화제가 됐다.

‘까르보불닭’ 팬으로 알려진 아달린 소피아
사진 | 틱톡 캡처

K-라면, 독립적인 콘텐츠로 성장 중

농심의 라면 수출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근차근 성장하던 수출 실적은 201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기를 맞았다. K-콘텐츠의 인기가 상승하던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농심은 대표 브랜드 ‘신라면’을 중심으로 2020년 해외에서 10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는 역대 최고액인 13억 달러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신라면은 ‘짜파게티’, ‘너구리’와 함께 K-콘텐츠를 통해 인지도를 올렸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장해 가고 있다. 1,860만 구독자를 보유한 미국의 유튜브 채널 ‘Good Mythical Morning’에서 최고의 라면을 찾는 영상은 오랫동안 화제가 됐다. 최근 조회 수 620만을 넘어섰고 7,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린 이 영상에서 농심 신라면이 1위를 차지했다.

라면은 K-콘텐츠와 함께 시너지를 내면서 성장했고, 이제는 독립적인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K-콘텐츠와 시너지를 내는 K-푸드는 라면뿐 아니다. 김밥, 치킨, 떡볶이 등도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K-콘텐츠와 함께 이룬 K-라면의 성공기가 다른 K-푸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 문수정(국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