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K-콘텐츠 IP 영향력 Vol. 31
K-팝의 영향력이 연관 산업계로 확장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K-팝 스타들이 글로벌 식음료 업계의 광고 모델이나 홍보 대사로 활동하며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을 꼽을 수 있다. 이제 글로벌 식음료 업계로까지 확장된 K-팝의 영향력과 그 성과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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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에서 K-팝 아이돌 없는 홍보물을 찾기가 더 어렵다. K-팝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성장하면서 무대 위와 일상 모두 화려한 나날을 보내는 K-팝 그룹과 멤버를 광고 모델 이상의 앰버서더로 선정하여 화제를 부르는 브랜드 전략이 보편화됐다. 일상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 노출하는 대가로 행사에 초청받고 신제품을 협찬받는 앰버서더 전략을 통해 기업은 젊은 세대에 이름을 알리고, 그룹은 팀과 멤버의 가치를 높인다. 이제 K-팝 그룹은 보다 일상에 밀접한 영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식음료 시장이다.
마케팅 전략에 음악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식음료 기업의 성공적인 사례는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2007년 브라질에서 최초의 음악 컬래버레이션 아이디어를 얻어 파키스탄에서 음악가들의 스튜디오 레코딩 세션과 라이브 영상을 제공하는 TV 프로그램 <코크 스튜디오(Coke Studio)>를 제작해 선보였다. 코크 스튜디오는 하우스 밴드와 매주 바뀌는 게스트 음악가들을 통해 파키스탄의 다양한 음악가들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고, 세계 시장에 파키스탄 음악가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으며 현재까지 16시즌 이상 제작된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코카콜라는 이웃 국가 인도와 방글라데시까지 프로그램을 확장했고, 2022년부터 코크 스튜디오를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여 전 세계 국가 음악가들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크스튜디오와 뉴진스의 협업
Ⓒ한국코카콜라
한국과 코크 스튜디오의 협업은 2022년 글로벌 타이틀곡 ‘어 카인드 오브 매직(A Kind of Magic)’에 걸그룹 트라이비가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023년 걸그룹 뉴진스를 광고 모델로 섭외하며 본격화되었다. 뉴진스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코카콜라는 국제 코카콜라 마케팅 담당자들의 글로벌 워크숍을 한국에서 진행하였고, 뉴진스는 코카콜라 제로를 홍보하는 신곡 ’제로(Zero)‘를 통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유튜브 조회수 2,010만 회 이상을 기록 중인 뉴진스의 ’제로‘는 코카콜라 제품의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 뉴진스의 타이틀 싱글을 연상케 하는 뮤직비디오와 프로모션을 통해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실시간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등 홍보곡임에도 많은 사랑을 누렸다. 뉴진스는 같은 해 팝 음악가 존 바티스트, 래퍼 J.I.D.와 코크 스튜디오의 타이틀곡 ’비 후 유 아(Be Who You Are)’에도 참여했다. 코카콜라는 뉴진스와의 조우를 독창적인 시각적 경험으로 표현하여 로고를 변경하고 색상을 다르게 만든 스페셜 패키지 제품을 판매하며 K-팝과 브랜드의 커넥팅 마케팅을 실현했다.
한글이 들어간 코카콜라 제로 한류맛
Ⓒ한국코카콜라
올해 코카콜라와 JYP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은 ‘코카-콜라 크리에이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코카콜라가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하는 제로 라인업에 ‘한류’ 제품을 신규 출시하며 이와 동시에 출범한 기획이다. 코카콜라가 전 세계 36개국에서 출시한 코카콜라 제로 한류는 한글 로고로 적힌 외관과 ‘상큼한 최애 맛’으로 K-팝의 성격을 구현했다. 이를 홍보하는 콘텐츠가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 프로듀서와 소속 그룹 스트레이키즈, 있지, 엔믹스가 함께한 ‘Like Magic’이다. 이중 엔믹스는 2022년 2월 22일 데뷔곡 ‘O.O’를 발표하면서 코카콜라 제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뮤직비디오에 상품을 노출하는 등 긴밀한 마케팅 전략을 이어온 바 있다. 코카콜라는 6월 2일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SBS와 함께 ‘K-WAVE 콘서트 인기 가요’ 행사를 진행한다.
뮤직비디오에서 펩시를 마시는 스트레이키즈의 필릭스
ⒸJYP엔터테인먼트
펩시는 BTS의 미국 진출과 더불어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던 2010년대 후반부터 발 빠르게 K-팝과의 공조를 진행했다. 2018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우주소녀와 판타지오 소속 걸그룹 위키미키의 멤버들을 모아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우주미키’를 통해 자사 브랜드 음료를 홍보하는 싱글 ‘짜릿하게’를 발표했다. 이후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의 공식 프로젝트를 발족한 펩시는 2018년 첫 싱글 ‘Love It Live It’을 발표한 이후 매년 유명 K-팝 음악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싱글을 발표하고 있다. 여자친구, 빅스, 몬스타엑스, CIX, 에이티즈, 아이즈원, 위아이, 오마이걸, 아이브 그룹 멤버들과 옹성우, 지코, 강다니엘, 소유 등 솔로 가수들이 다채로운 조합을 통해 신곡과 뮤직비디오로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2021년 2월 15일 발표한 캠페인 싱글 ‘ZERO:ATTITUDE’의 경우 펩시의 신제품 ‘제로 슈거 블랙’을 시각적,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등 신제품 홍보의 목적으로도 K-팝 마케팅 전략이 효과적임을 증명했다.
‘우주미키’의 ‘짜릿하게’ 포스터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탄산음료 시장을 양분하는 두 브랜드 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식음료 기업이 K-팝 그룹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에 이어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의 광고 모델로 뉴진스를 선정하며 북중미 시장에 자사 제품을 입점, 판매하는 등 글로벌 프로모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빼빼로는 지난해 뉴진스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한 이후 ‘빼빼로데이’ 글로벌 프로모션을 통해 전년 대비 17% 매출 상승 효과를 본 바 있다. 뉴진스가 큰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대표적인 식음료 마케팅 사례가 맥도날드다. 한국맥도날드는 뉴진스를 광고 모델로 발탁해 타이, 말레이시아, 홍콩, 타이완 등 아시아 10개국에서 글로벌 마케팅 ‘뉴진스 치킨 댄스’를 선보였다.
한국맥도날드의 ‘뉴진스 치킨 댄스 캠페인’
©한국맥도날드
2022년 11월 오뚜기 진라면의 광고 모델이 된 BTS 진은 글로벌 라면 수출액 증가에 기여했다. 관세청이 공개한 2023년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7.7% 증가한 약 5억 2,200만 달러로, 그중 오뚜기의 라면 수출액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2억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가 2022년 11월 공개한 CF 모델 랭킹에서 4위를 차지한 진은 군 복무 중에도 BTS 브랜드의 위력을 증명하며 식음료 시장에 성공적인 광고 사례를 남겼다. 이외에도 걸그룹 있지를 광고 모델로 섭외한 메가MGC커피, (여자)아이들의 메인 보컬 미연을 섭외한 맥키스컴퍼니, 미국 시카고에서 르세라핌과 광고를 촬영한 굽네치킨, 아이브를 홍보 대사로 영입한 한국파파존스가 K-팝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스타벅스코리아가 블랙핑크와 함께 공개한 블랙핑크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9개국에 동시 발매되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블랙핑크×스타벅스 컬래버레이션
Ⓒ스타벅스코리아
글로벌 브랜드가 K-팝 그룹의 홍보 효과를 확인한 만큼, 국내외를 막론하고 활발한 형태의 협업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의 경우에도 해외 간접 홍보를 기대할 수 있고, 해외의 경우 서구권에는 생소하나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K-팝 그룹을 통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실천할 수 있다. 의식주의 영역에서 점차 깊이 세계 시장에 파고드는 K-팝이다.
글. 김도헌(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