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K-콘텐츠 IP 영향력 Vol. 31
얼마 전 네이버웹툰은 북미에서 창작자 후원 기능인 ‘슈퍼 라이크’를 도입하고, 이를 한국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독자가 슈퍼 라이크를 구매해 창작자를 직접 후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뿐만 아니라 웹툰 작가도 동반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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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유료로 읽고, 구독하는 것이 일상에 스며든지 오래다. 이런 인식의 변화와 함께 웹툰 시장도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K-웹툰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하면서 아마존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는 물론, 일본의 출판 만화 시장을 주름잡던 슈에이샤, 고단샤 등도 글로벌 웹툰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특히 <소년 점프>로 유명한 슈에이샤는 올해 <점프툰>을 론칭하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이 점화되고 있다.
웹툰의 본격적인 유료화는 2013년에 시작되었지만 그 앞에 수많은 시도가 있었고, 또 그만큼의 시대적인 한계가 있었다. 2000년 4월 4일 ‘N4’가 문을 열었다. <짱>의 임재원, <힙합>의 김수용, <열혈강호>의 전극진, <오디션>의 천계영 등 1백여 명 작가가 참여한 N4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조합해 배경음을 넣고, 원고를 풀 컬러로 제공했다. 일정 수준의 움직임이나 말풍선이 ‘재생’되도록 하는 등 여러 장치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웹툰을 제공하기도 했다.
2000년 10월, 시공사가 ‘코믹플러스’의 문을 열었다. 코믹플러스는 순정만화 잡지 <케이크>, 소년만화 잡지 <기가스> 등 5개의 무료 웹진 형태였다. 여기에 유료 성인만화 잡지 <대쉬>를 포함한 잡지 형태의 연재 6종, 단행본 1천 권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만화방을 더해 ‘만화 포털’ 공간을 만들었다. 2000년은 웹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이었으므로, 웹툰 플랫폼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만화를 온라인에서 유료로 감상하도록 하겠다는 시도는 참신했다.
만화의 온라인 유료 감상을 시도했던 코믹플러스
사진 | 코믹플러스 블로그
N4와 코믹플러스 모두 참신한 시도를 통해 확장을 꾀했지만,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결제를 하기 위해 은행에 직접 가거나, ATM을 찾아 직접 입금해야 했기 때문에 결제 편의성이 무척 떨어졌다. 때문에 N4는 2000년대 초반을 넘기지 못했고, 코믹플러스는 2014년 다른 기업에 인수되었다가 2016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SK텔레콤에서 2009년 만들었던 ‘툰도시’도 있다. 툰도시는 싸이월드를 가지고 있던 SK커뮤니케이션즈와 연동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웹 서비스로서의 안정성이 떨어졌고, 싸이월드에서 활발하게 이용되던 도토리 등을 연동해 사용할 수 없는 한계 등으로 인해 2013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런 실패가 있고서야 2012~2013년 네이버와 다음이 유료화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었고, 2013년 7월, 레진코믹스가 등장했다. 모바일 앱 서비스를 처음 제공하고, 인앱결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레진코믹스가 ‘만화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본격적인 유료 경쟁이 시작됐고, 2014년 레진과 카카오가 도입한 무료 버전이 풀리기를 기다리거나, 이른바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된다.
레진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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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웹툰이 유료 수익 모델을 안착시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이건 IT업계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2000년대에는 웹툰 플랫폼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시장 역시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고, 결제 모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시기, 변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은 개인이 인증하고 사용하는 기기고, 여기에 결제가 붙으니 소파에 누워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만들어졌다. 내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언제나 결제할 수 있게 되면서 콘텐츠 분야 성장률이 널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유료 결제가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웹툰 서비스의 또 다른 수익 모델의 등장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영상화 등 IP 확장이 ‘사업의 확장’이라면, 자체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는 요구다.
<하트스토퍼>의 앨리스 오스만 작가는 팬들의 ‘후원’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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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북미에서는 이런 변화가 감지되고 있었다. 웹툰 <Heartstopper>를 그린 작가 앨리스 오스만(Alice Oseman)은 패트리온(스트리머 후원 플랫폼) 후원으로 1만7천 명 이상의 ‘후원’을 받으면서 최소 1만7천 달러, 한화 약 2천3백만 원 정도를 월 수익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중요한 건, 네이버웹툰의 북미 아마추어 플랫폼인 ‘캔바스’에서 연재해 후원 서비스 중개 플랫폼인 ‘패트리온’에서 얻고 있는 수익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이 새롭게 발견한 수익 다변화의 길이었다. 정식 연재 작품의 IP 확장은 대중으로의 확장성과 새로운 독자 유입을 이어주는 매개로 작동해 ‘대중 매체’로서 웹툰의 역할을 정립한다. 하지만 이건 ‘히트작’이나 ‘IP 확장을 통한 대박’을 노리는 기존 콘텐츠 업계의 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후원 모델’은 대중 매체처럼 한 번에 큰 파급력은 가지지 못하지만 그 안에 속한 인터넷 문화 향유자들에겐 끈끈한 결속력을 다질 수 있도록 해준다. 더군다나 만약 앨리스 오스만 같은 작가들이 패트리온이 아니라 네이버웹툰 내에서 후원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되어줄 것이다. 더군다나 팬들의 끈끈한 결속력을 내부에서 이어줌으로써 긍정적인 팬심으로 록인(Lock-in) 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고마운 이용 경험이 될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새로운 수익 모델 ‘슈퍼 라이크’를 단계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 | webtoons.com
이런 배경에 맞춰, 네이버웹툰은 지난 3월 새로운 수익화 모델인 ‘슈퍼 라이크’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슈퍼 라이크는 특정 작품 또는 작가에 ‘슈퍼 라이크’를 통해 후원금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스트리머 후원 플랫폼인 ‘투네이션’이나 ‘패트리온’과 유사한 후원 시스템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미 네이버웹툰에선 아마추어 작품 외에 정식 연재 작품에도 ‘광고 보고 웹툰 보기’가 가능한 패스트 패스, 코인으로 미리 보기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슈퍼 라이크까지 더해진다면 커뮤니티성이 강화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웹툰이 선보인 슈퍼 라이크는 ‘서비스 구독’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후원’이라는 점에서 두 가지 기대를 모은다. 한 가지는 그동안 플랫폼 중심으로 성장해 온 웹툰 시장이 작가의 성장과 동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작가가 만든 커뮤니티가 플랫폼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예고했던 수익화가 예고했던 일정에 맞춰 공개되고 있지 않고, 슈퍼 라이크 역시 ‘영어권에 하반기 확대 적용 예정’이라고 공지되어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 슈퍼 라이크나 광고 보기(현재 시리즈 웹소설에는 적용되어 있다) 등 다양한 수익화가 적용되어 웹툰 시장과 작가들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
글. 이재민(웹툰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