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영덕
'킬러 드라마'의 지속 생산을 위한 지름길
'드라마'야말로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보는 대한민국 대표 '국민 콘텐츠'이다. 수십년간 우리 국민에게 수많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면서 늘 함께 해왔고, 최근에는 글로벌 한류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드라마의 확고부동한 사회적 위상이 한류와 최근의 경제위기를 맞이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한류버블'로 출연료나 작가료 등이 급격하게 치솟아 과도한 제작원가상승과 수익구조 악화를 초래했고 최근의 경제위기로 인한 광고수입 감소로 제작비긴축기조가 확대되면서 방송 3사가 이례적으로 고비용의 드라마 편성을 폐지하는 등 제작일선의 동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현재의 '빨간불'을 그대로 방치해 진단과 처방을 실기(失機)한다면, 제작시스템의 붕괴로까지 연결될 수 있으며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과의 드라마 경쟁에서도 크게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침체된 드라마제작역량을 회복하고 경제위기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드라마제작시스템이 기능할 수 있도록 시급히 제반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드라마제작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작업이야말로 킬러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지름길'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드라마제작의 기본인 인적 요소에 해당하는 작가·PD·연기자·제작스태프, 제작 인프라인 시설 및 기기, 이들을 결합시켜주는 자금력, 그리고 시장규모와 경쟁조건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인적 요소의 최대 현안은 연기자 출연료 문제이다. 전체 제작비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출연료 비중 만 높아져 적자제작을 감수해야 하거나 다른 제작요소의 투입을 방해해 내용의 부실, 영상 및 기술 등의 질적 저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이로 인해 일부 스타와 조역/단역 출연자간의 보수 격차가 심해지는 양극화도 진행되고 있다.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드라마 관련수익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출연료 산정에 객관적 자료를 동원함으로써 출연료 시장의 합리성을 복원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출연료 산정이나 제작비의 수용한계와 수익규모를 넘어선 반시장적 비용구조가 아니라 합리적인 '시스템' 선상에서 출연료가 결정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야 할 것이다. 정책기관은 이해당사자간의 협의를 유도하고 '시스템'이 구축·가동될 수 있도록 조정자로써의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드라마 프로듀서의 양성이 시급하다. 현재의 드라마제작은 현장디렉터 중심의 PD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기획, 그 이후의 제작관리, 마케팅, 글로벌 비즈니스등 드라마로 인해 발생되는 업무는 매우 복잡하고 다기화되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프로듀싱 영역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와 같은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진흥기관은 시장환경의 변화에 맞춰 드라마프로듀서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인력양성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프로듀서의 육성이야 말로 현행의 스타시스템을 '기획'주도의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관련비즈니스의 확대, 프로그램 다양성을 동반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경제위기로 광고수익이 감소하고 있고 방송영상전문투자조합의 정산으로 외부자금력의 공백이 생긴 상황을 조속히 개선해 드라마제작현장의 활기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정책기관은 광고정책을 재검토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중간광고, PPL 및 협찬 규제 등을 완화해 광고수익을 늘리고 이를 드라마제작재원으로 연결시키는 정책결정이 필요하다. 한편 외주제작사는 방송사의 드라마폐지에 따른 제작물량 감소 및 제작비 삭감, 민간투자의 위축, 주가폭락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으며 일부는 도산 및 구조조정이 진행중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시장의 다급한 사정과 위축된 '드라마'의 재도약을 위해 1,500억원 규모의 드라마 전문펀드 조성을 발표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글로벌 콘텐츠 유통량 확대, 국내의 디지털방송전환, 다채널 다매체 방송환경에 따라 고품질 드라마 등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해 디지털 드라마제작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영세한 드라마제작사 입장에서는 고가의 디지털 드라마제작인프라를 개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특수촬영장을 설치하거나 계속적으로 첨단 장비나 시설을 구매한다는 것은 크나큰 경영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이 공적인 디지털제작인프라를 이용해 저렴하고 손쉽게 드라마 제작이 가능하도록 시장에 제작공간과 인프라를 적절하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드라마의 공급량 조절과 외주제작사의 대형화를 통해 시장경쟁조건을 최적화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우리 드라마시장과 수익규모에 비해 과다하게 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과 편수는 적정한지 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과도한 제작물량이라면 공급조절을 통해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드라마제작체제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한정된 드라마편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주제작사간에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각종 '부실과 비효율'을 낳고 있다. 관련기관은 외주제작사의 '몸집'을 키워 실효 경쟁이 가능하도록 제반여건을 조성하고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인력, 제작인프라, 자금력, 시장조건 등이 선순환적으로 기능하게 될 때 '겨울연가', '대장금'의 대를 이을 '웰메이드 드라마' 나아가 '킬러드라마'의 탄생은 보다 가까워질 것이다.
글 ● 김영덕 / KBI 산업연구팀 연구원
* 본 칼럼은 헤럴드경제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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