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최영호
디지털콘텐츠를 넘어 HD콘텐츠 시대로
지난달 25일 17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그리고 새 정부조직법이 통과되고 방송통신법도 국회를 통과해, 이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환경이 구축됐다. 또2012년부터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디지털 전환법이 국회를 통과해,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는 2012년에 대비해 방송제작 환경을 디지털로 바꾸고 있고, IPTV 법안은 국회를 통과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발족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환경에서 일부 방송영상콘텐츠는 이미 HD(High Definition)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2012년 전국적인 디지털전환 방송계획에 의거, 국내 방송업계는 한 발짝씩 HD 제작으로의 전환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상파 방송을 필두로 케이블TV 또한 제작시설과 장비의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2007년 기준 국내 디지털TV 보급률은 약 37%로, 몇 년 전에 비해 그 증가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추세이고, 향후 3년 후에는 약 7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세계 디지털TV 보급률보다 약 30% 가량 높은데, 더욱이 정부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디지털방송 전환시까지 보급률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에 있다. 그렇게 된다면 2012년까지 국내 디지털방송 수신가구는 약 1300만 가구, 지상파 HD 수신가구는 약 1050만 가구, 디지털케이블 가입가구는 850만 가구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은 물론 일부 케이블TV도 HD 콘텐츠 제작에 가세하고 있어 향후 HD 콘텐츠의 제작은 대세가 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H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시설을 살펴보면 일부 지상파 방송이외에는 제작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이 없다. 제작 설비가 고가인데다, HD 프로그램을 지상파에서 자체 제작하는 제작비율은 51.2%(방송시간 기준)로 나머지 48.8%는 외주, 공동제작, 구매 등에 비하면 제작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또 케이블TV 업체에서는 현재의 수익 규모로 HD 제작시설을 구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 할 수 있다.
HDTV 채널의 확충이 2007~2008년도 케이블TV의 업계 최대 현안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TV가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는 한정돼 있어, HD방송으로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제작시설 기반 부족으로 그 전환 속도는 미지수다.
또 IPTV 및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과 채널수 증가로 양질 혹은 차별화 된 서비스 제공 전략으로 HD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증대할 것으로 전망되나, 지상파 방송만 자체제작을 통한 HD 콘텐츠의 공급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외주제작사인 독립제작사를 위한 HD 제작설비는 급증하는 HD 콘텐츠의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디지털 케이블TV 활성화 추진 계획에 의해 2007년을 HD방송의 원년으로 다양한 채널의 HD방송 송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제작 시설 미비에서 오는 HD 콘텐츠의 부족으로 HD 전환이 전체적으로 이뤄지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고화질인 HD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설비로 독립제작사들이 활용 가능한 설비는 문화부가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방송발전기금을 사용해 구축한 디지털 매직 스페이스(DMS:Digital Magic Space)로 일부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DMS도 과거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저마다 제작 설비를 갖추고 스튜디오를 시설을 구축하는 바람에 비용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문화부가 나서 고가의 제작시설을 여러 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설비를 구축해 설비의 효율적인 사용을 유도한 것이다. DMS의 설비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설비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고, HD 콘텐츠 제작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고 HD콘텐츠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제 콘텐츠도 표준화질의 콘텐츠에서 고화질의 HD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또 IPTV, 디지털 케이블TV 등 방송과 통신영역의 구분이 모호해 콘텐츠가 일단 제작되고 나면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된다. IPTV가 활성화 될 경우 지금까지 겪은 케이블TV, 위성방송과는 비교할 수 없는 콘텐츠 수요가 예상된다. 이를 대비해 콘텐츠도 이제는 HD 콘텐츠를 제작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같이 HD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작설비부터 집중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HD 제작시설로는 급증하는 제작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만큼, 또 다른 HD 제작시설이 필요하며, 이를 한곳에 설치해 그곳에서 프로그램 기획, 촬영, 편집, 녹음과 마스터링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고 나아가서는 송신까지 가능한 시설을 구축해 케이블TV 업체, 독립제작사, 지상파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과거 각자가 설비를 구축해 많은 비용을 낭비한 뼈아픈 전철을 다시 밟지 않도록, 이번에는 국가기반시설로 HD 제작시설을 구축해 효율성을 기하고, 미리 HD 콘텐츠의 경쟁력을 확보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글 ● 최영호 / KBI 부원장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2008년 3월 13일]에 게재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