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만제
방송통신융합을 방송산업 선진화 기회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방송통신위원회라는 통합규제기구를 출범시켰다. 이제 융합을 기회로 방송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시킬 방안을 고민할 때다. 아시아 지역을 넘어 세계인들이, 한국 휴대전화기를 선호하듯이, 한국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즐기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머지않아 고화질 다채널 방송이 단일 광대역통합망(BcN)으로 전송되고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한도 거의 없어진다고 한다. 이미 세계적 추세인 규제완화는 새정부 들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런데 큰 변화를 앞둔 우리 방송은 모두 힘들다는 하소연뿐이다. 지상파는 광고시장의 정체와 시청률 하락으로, 케이블 텔레비전은 저가 수신료 구조와 새로운 매체와의 경쟁 때문에, IPTV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 문제가 심각하다. 방송드라마의 70퍼센트를 제작하는 독립제작사들도 제작비 상승과 방송사와의 저작권 배분 불균형으로 폐업지경이라고 한다.
이런 형편이 융합이 진행됨에 따라 자연히 좋아진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물고 물리는 싸움뿐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세계방송시장 규모는 4천억달러 규모로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전자, 휴대전화기 단일 시장보다 더 큰 시장이지만 우리 점유율은 겨우 2.6퍼센트 수준이다.
방송산업의 선진화와 세계화는 돈의 움직임을 투명하게 하는데서 시작한다. 그래야 공정거래, 제작비 투자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융합시대 누가 중심적인 콘텐츠 생산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대형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준비해야 한다.
콘텐츠 제작비 규모를 결정하는 내수 시장도 키워야 한다. 융합시대의 핵심이라는 콘텐츠를 현 시장에서 제대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지상파 뿐이다. DMB나 IPTV는 말할 것도 없고 케이블 텔레비전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기에는 국내 시장규모는 너무 협소하다. 광고제도 개선, 시청료 인상과 저가 유료방송시장의 정상화를 산업구조 개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존 매체 뿐 아니라 새로 융합시장에 진입하는 매체들도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융합시대 문화경쟁력을 산업사회 사회간접자본처럼, 문화간접자본으로 개념화해야한다. 콘텐츠의 힘은 곧 문화의 힘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창작인력, 디지털 제작시설, 유통 인프라 나가서 제대로 가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까지 디지털 문화 인프라로 보고 지원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과 융합이 성공해야한다. 우리 경제와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해야한다. 그래야 사업자뿐 아니라 이용자들도 고품질 콘텐츠, 다양한 콘텐츠 그리고 무료공익서비스까지 편리하게 선택하는 이 변화가 주는 혜택을 풍성하게 향유하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글 ● 이만제 /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정책연구팀장
* 본 칼럼은 [헤럴드경제 2008년 2월 22일]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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