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호영
권호영(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기구 개편’을 첫 번째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10월중으로 기구개편안을 마련한다는 보도되었다. 융합추진위가 기구개편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하여 법제화하려는 방향에 동의하면서, 늦어도 내년 초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방통융합형 서비스의 도입이 지연되고, 논의만 무성하고 일이 진척되지 않은 이유를 찾아보면 사업자와 정부부처의 이해 다툼이 자리잡고 있다. 사업자의 이해다툼을 정리해야할 정부기구가 동시에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방통융합과 관련된 이슈는 생산만되고 해결되지 못했다.
융합추진위는 ‘기구 통합’을 포함하여 11개 과제를 선정하여 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결정하였고 사업분류체계의 수평적 개편, 사업인허가 및 소유겸영 등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 방안을 결정할 때 목적은 ‘국민 편익의 향상’이라는 데에 대해서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 편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전략과 전술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반대되는 의견도 표출되는 것이다. 방통융합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목표를 제시한 것을 보면 통신업계와 방송업계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방통융합정책의 목표를 IT산업의 성장을 지속화하기 위한 동력을 창출하는 기회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으며, 방송업계에서는 방통융합정책에서 의견의 다양성과 공익의 제고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방송과 통신의 정책 목표가 달랐다는 것을 여기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동시에 방통융합정책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통신쪽에서 주장하는 IT산업의 성장, 방송쪽에서 주장하는 의견의 다양성과 공익의 제고를 공히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과제가 있다. 바로 방송 프로그램과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방송과 통신은 전송로를 통해서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는데, 동영상의 전송이 가능한 매체는 이미 매우 많고 다양하다. 전국민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지상파 방송망, 약 1,300만과 180만 가입자가 이용하고 있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약 1,400만을 가입자가 이용하는 인터넷, 약 4,000만 가입자가 있는 휴대폰, 최근에 도입된 DMB, 이제 막 도입된 Wibro, 앞으로 도입될 IPTV와 같이 매체는 이미 다양하고 앞으로 더욱 다양해 질 것이다. 이러한 매체를 이용하는 수용자의 복지는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을 때 향상되는 것이다.
이러한 매체에 콘텐츠를 제공해온 사업자들이 지상파방송사, 채널사용사업자(PP), 콘텐츠제공업자(CP) 들이다. 그리고 이들 사업자들에게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제작하여 제공한 독립제작사와 콘텐츠 제작자들이 있다. 지상파방송사는 가장 경쟁력 있는 제작능력을 보유하고 배급체제를 구축하여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배급하고 있다. PP는 일부 대기업과 지상파방송 계열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PP는 SO로부터 프로그램 이용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유사홈쇼핑 광고에 의존하면서 어렵게 유지하고 있다. 콘텐츠제공업자들은 인터넷 포털, 이통회사 들에 콘텐츠를 제공해 오고 있는데, 역시 낮은 콘텐츠 이용료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독립제작사은 오랫동안의 육성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드라마 제작사를 제외하고는 매우 어렵다.
정리하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중에서는 지상파방송사, 대기업계열 PP, 독립 드라마 제작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윤을 거의 내지 못하고 영세하여, 양질의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고 각 매체가 백여개의 채널을 제공하는 시점에서 지상파방송사와 몇 개의 대기업에만 콘텐츠의 공급을 의존해서는 수용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방송통신융합 정책에서 핵심은 네트워크의 육성이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과 콘텐츠의 육성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DT전망대'(10월 9일)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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