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호영
권호영(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방송 및 통신업계에서는 지난 7월 28일에 발족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융합시대에 적합한 기구와 법제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방송․통신의 발전 속도는 빠르고, 방송․통신 산업은 현재 한국의 최대 먹거리인 IT산업을 포함하고 있고, 미래의 유망업종으로 꼽히고 있는 콘텐츠 산업도 들어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발생한 융합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기구와 법제를 가지게 되면, 사업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유인이 증가하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여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고 동시에 소비자는 융합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세 가지 측면에서 염려된다. 첫째로는 이 위원회의 추진위원과 전문위원중 방송통신융합과는 별로 관련없는 분야에서 활동하여 전문성이 우려되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방송과 통신의 전문가를 배제하는 것이 논의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평도 있지만, 한국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정부조직과 법제를 개편하는 데 있어서 전문가가 대거 포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둘째로는 이 위원회의 활동기한이 2007년 말까지 잡혀 있다는 점이다. 2007년 말에는 대선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위원회의 활동은 내년 1/4분기내에 종료하는 것으로 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셋째로는 이 위원회에서 다룰 의제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 위원회가 출범하기 이전에 국무조정실에서 마련한 의제를 통과하는 형태로 4개분야 22개 과제를 확정하였다. 이 위원회의 위원들이 1주 또는 2주에 한번씩 회의를 개최하여 이 많은 과제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기는 벅차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우려를 바탕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 번째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는 기구개편안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결과를 도출하기를 바란다. 기구개편안이 확정되어 국회를 통과해야만 법제도 개편안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기구 개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문화부 등은 현재의 구조하에서 자기 부처에 유리한 형태의 법제도 개편을 주장할 것인데, 22개 과제별로 부처간의 이견을 조율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로 기구개편안은 이번 정기국회나 늦어도 내년 3월 이전 임시국회에 법안의 형태로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 1/4분기 이전에 기구개편안이 국회를 통과되지 않는다면 참여정부하에서 방송통신구조개편은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사업 기회, 국가 경쟁력의 제기 기회 및 국민의 후생 증대 기회 등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동시에 방송계와 통신계에 종사자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본 칼럼은 <미디어 오늘, 바심마당, 2006/9/12>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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