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만제
이만제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산업연구팀장
1. 방송통신 융합 논의와 MMS
방송과 통신영역에서 융합논의가 그 어느 때 보다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규제기구 정비를 위한 심도있는 검토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융합은 방송과 통신 양 영역에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하면서 산업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이러한 지각 변동을 앞둔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로 던져진 디지털 지상파 멀티 모드 서비스(Multi Mode Service, MMS)는 지상파 다채널 무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변동의 축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MMS는 무료 서비스인 동시에 다채널 서비스라는 점에서 기존 유료방송과 이해가 배치된다. 하지만 공공자산인 전파운영의 효율성이나 이용자들의 편익제공이라는 면에서 융합과 그 이후까지, 우리사회에서 방송이 갖는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자리매김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중심에 위치해 있다고 하겠다. 단순히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이해다툼의 차원을 넘어 미래사회에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하고, 우리 공동체의 문화 수준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준비하는 수준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방송통신 융합은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제도, 사업자, 전송네트워크, 콘텐츠 그리고 이용자들의 이용방식 자체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으로 분류되던 사업 영역의 구분이 모호해짐에 따라 각 영역을 규제하던 제도의 정비와 새로운 서비스 영역에 대한 규제제도 마련을 필요로 한다. 통신네트워크와 방송네트워크가 결합함에 따라 이들 사업자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방송의 경우 채널 중심으로 사업자가 구분되던 경향 역시 채널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더 이상 사업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 어려운 지경이다. 전송네트워크 역시 진화를 거듭하여 영상, 데이터, 음성영역의 서비스가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구현되는 서비스, 즉 TPS(Triple play Service)가 이미 보편화 되었고 여기에 모바일 서비스가 결합된 QPS(Quadruple play service)가 준비되고 있다. 아울러 쌍방향 콘텐츠 등 새롭고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들 새로운 서비스들은 대부분 유료라는 특성을 갖는다. 결국 이용자 입장에서 융합이 가져오는 큰 변화 중 하나는 유료화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서 지상파 중심의 무료 서비스를 어떻게 자리매김 할 것인지는 미래를 위한 방송의 새로운 틀을 준비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융합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방송위원회는 지상파 방송4사의 5개 채널을 대상으로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리는 기간이 포함된 2006년 6월 5일부터 7월 10일까지 36일간 MMS 시험방송을 허용하는 결정을 발표하였다. 방송시간은 HD 방송프로그램 시간대, 채널 구성은 HD급 주채널과 SD급 부채널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도록 하였고 방송권역은 서울 수도권으로 제한하였다. 발표가 나오자 마자 케이블 방송 SO와 채널사업자 등 유료방송 쪽은 MMS가 지상파 방송의 채널확대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은 지상파 독과점 폐해를 심화시켜 매체간 균형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는 우려를 들어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였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MMS의 도입 문제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이 허가 받은 디지털 지상파 주파수 대역을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편성할수 있도록 허용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차원 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논의를 필요로 한다. 지상파 다채널을 채택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지상파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면서 관련 법을 새롭게 제정하고, 플랫폼 사업자와 채널 사업자를 새롭게 허가하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MMS 도입은 이처럼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갖추고 있던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 제작이 수직적으로 결합된 구조를 재편하여, 전송망을 관리하는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를 제작, 편성하는 채널사업자를 분리하여 운영하는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쪽으로 그 도입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물론 기존 지상파 방송사업자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자들도 채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함은 물론, 디지털 전송망을 종합적으로 관리할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MMS도입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새로운 사업자 허가 절차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전제한다면 MMS의 장점과 함께 제도화 과정에서 검토되어야 할 선결과제를 꼼꼼히 따져보는 일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2. MMS 특성과 도입의 장점
MMS는 6Mhz 대역으로 할당된 디지털 지상파 주파수 대역을 HD용 프로그램 1개 채널을 전송하는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송량을 조정하여, HD채널과 SD급 채널을 복수로 운영하는 기술이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HD 1채널, SD 1채널 그리고 데이터방송이 주로 방송되었지만 기술의 발전과 전송량의 정도에 따라 SD채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먼저 MMS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커버리지, 해외 도입사례 그리고 HD 단일 방송과 비교하여 화면질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디지털 전송기술을 이용한 MMS는 전국의 90% 정도를 서비스 커버리지 안에 둘 수 있다. 아날로그 지상파 처럼 케이블 망을 통한 중계망으로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신방식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 2005년 6월 현재, 케이블 방송 가입 가구 중 기본 가입 가구가 134만 가구에 불과하고 전체 채널 중 일부를 묶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 받는 티어 가입가구가 1,007만 가구에 이르고 있는 현상은 케이블 텔레비전이 부분적으로 지상파 전송네트워크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케이블 텔레비전 가입자 수는 케이블 방송과 중계유선과의 통합을 통해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 역시 케이블 텔레비전의 지상파 재전송 네트워크 비중이 크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MMS 도입시 많은 유료방송 가입자들의 가입해지가 늘어나리라는 추축을 가능하게 하여 MMS를 둘러싼 사업자간 갈등의 요체가 되고 있다. 사업자 측면에서는 가입자 확보와 관련된 비즈니스의 문제가 연결되지만 가입자 입장에서는 무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가 있다.
주요국들은 융합시대 무료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제도화하고 있다. 유럽식 디지털 전송방식을 채택한 주요국들은 디지털 전환을 지상파 다채널화와 동일시하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06년 현재 42개의 무료 지상파 채널이 운영 중이다. 독일은 30개 무료채널, 프랑스는 18개 무료채널과 10개 유료채널이 서비스 되고 있다. 독자적인 전송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다채널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6Mhz 대역을 13개 세그멘트로 분할하여 SD급을 방송할 때는 3개 세그멘트를 사용하여 4개의 채널운영이 가능하며, HD급 프로그램을 방송할 때는 12개 세그멘트를 모두 이용하여 하나의 채널로 방송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나머지 하나의 세그멘트는 모바일 방송으로 사용하게 된다. 우리와 같은 미국식 전송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MMS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HD만을 전송하는 채널도 있지만 HD외에 SD 채널을 하나에서 네 개까지 운영하고 있다. 물론 현 기술단계에서 SD채널은 움직임이 많지 않은 화면의 전송에 이용되는 제한점이 있지만 관련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채널수가 늘어나고 화면의 품질도 개선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HD 프로그램 만을 전송하는 경우와 이를 MMS방식으로 SD와 분할하여 전송할 때의 화질은 후자쪽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열화 정도가 이용자들에게 큰 불편을 줄 정도인지 하는 부분은 따져보아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중 고품질 HD로 시청하는데 적합한 편성이 어느 정도 차지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현 단계에서 MMS 도입의 장점은 지상파 채널수의 증가, 디지털 전환의 촉진 그리고 미래 방송구조를 정비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MMS 도입으로 늘어난 채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 동안 도입 필요성이 논의 되었던 외주전문편성채널, 지역방송연합채널 그리고 어린이 채널 등을 도입하여 방송 콘텐츠 생산구조의 정비, 지역지상파 방송의 개선 그리고 공익성 구현 등의 용도로 이들 채널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유료방송사업자나 새로운 방송사업자에게 지상파 방송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지상파 방송의 경쟁력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의 프로덕션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대형 프로덕션의 탄생과 성장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MMS를 디지털 전환의 촉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유료방송의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고도 다채널 무료방송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디지털 단말기를 도입할 만한 매력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아날로그 동시방송에 이용되던 주파수 대역을 새로운 서비스 즉, 모바일 이동방송, 무선광대역 네트워크로 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관련산업의 발전시키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주요국들은 앞다투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아날로그 전송 중단에 따른 이용자 혼란을 최소화하고 디지털 전환이 주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들에게 디지털 단말기를 구입할수 있는 새로운 동인,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MMS를 미래 방송구조를 정비하는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융합환경에서는 유료방송과 무료 방송이 균형을 이루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료방송은 시장에서 경쟁을 강화하여 양질의 전문 콘텐츠를 생산, 서비스하는 기능을 확대하고, 무료 지상파 방송은 시장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공익성과 다원성을 실현하는 쪽으로 방송구조를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국에서는 지상파 방송을 ‘공공방송서비스’로 규정하여 무료 지상파 다채널을 운영하는 한편, 이들을 유료방송에서 재전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른 주요국들은 융합 환경에서 지상파를 중심으로 공익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2원 구조를 기조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3. MMS도입의 선결과제
MMS 도입은 특정 사업자의 이해를 넘어 현재의 한국 방송이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 서비스의 도입이 특정 사업자에게 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도입되어서는 안되며 지상파, 유료방송사업자 그리고 이용자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도입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MMS 도입은 현재 방송시장의 왜곡을 바로잡는 기회가 되어야 하며, 지상파 방송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촉매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선결과제로 논의할 수 있다.
첫째, 시장 왜곡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재 방송시장의 왜곡은 지상파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과 이에 따라 별도의 콘텐츠 제작 시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MMS 도입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의 지배력이 분산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플랫폼사업과 채널운영을 분리하는 것을 통해 기존 지상파 방송의 제작경쟁력을 대형 프로덕션 형태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독립제작사들의 역할이 강화되어 제작주체가 다원화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가서 영국의 채널4와 같이 자체 제작없이 외부의 제작주체들이 모든 콘텐츠를 제공하는 외주채널 형태의 채널 설립도 검토 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는 지역방송의 경우도 지역방송연합채널을 운영함으로써 지역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전국방송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꾀하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MPP나 새로운 대형 프로덕션을 꿈꾸는 신규사업자들에게 지상파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형 프로덕션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기 보다는 지상파나 해외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주로 유통하는 기능을 수행하던 유료 방송 역시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공하는 전문 유료방송으로 그 위상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유료 방송은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에 합당한 수신료를 징수하는 동시에 이를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자가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제작시장으로 제작비가 흘러들어가는 선순환구조를 마련하여야 한다. 지상파 중계기능의 대가 수준에 머무는 저가의 수신료 구조에서는 장기적으로 전문 콘텐츠의 생산과 서비스를 통한 유료방송의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광고시장의 형편을 고려한 MMS의 채널수, 채널 성격 등도 다각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무조건 지상파 채널수를 늘린다면 신문, 잡지를 비롯한 다른 미디어 산업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체 광고시장에서 지상파가 차지하는 비율, 그리고 공영방송 시청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함께 고려하여 그 동안 파행적으로 운영 되어온 시청료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이다. 무료 지상파 다채널 시청이 가능한 상황에서 시청료 인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MMS 도입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되고 있는 독과점적 시장지배력 문제, 경영효율화, 지역방송의 효율적 운영, 외주제작사화의 불공정 거래 관행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함께 정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난 뒤에 지상파 방송사에게 기존 채널 외에 별도의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무료 공익 콘텐츠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지상파 방송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미래 융합환경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공공재이자 가치재인 방송 콘텐츠를 이용하는 시청자들의 무료서비스 혜택이라는 측면이나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면에서 모두 바람직 하지 못하다. 2000년부터 지상파 방송의 시장지배력이 급격히 감소한 대만의 경우 양질의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장이 붕괴하고 결국 주요 콘텐츠들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 파행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1998년 대만의 지상파 방송은 케이블 텔레비전에 비해 15배 큰 시장을 형성했으나 2003년에는 케이블 텔레비전에 비해 3.7배나 적은 시장으로 급격히 쇠락하였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지상파 방송의 재건을 위해 다채널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도입하고 관련 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정비에 힘쓰고 있다.
셋째, 지상파 디지털 전환 정책의 기본 틀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HD급 콘텐츠 제공과 이에 따른 수용자들의 혜택 그리고 단말기 산업의 진흥 등 기존의 정책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상파 방송의 모든 프로그램을 HD급으로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부분은 다시 한번 따져 볼 일이다. 예를 들어 대형 드라마나 스포츠 처럼 HD로 방송하는 것이 유용한 장르도 있지만 뉴스나 오락프로그램 등, 굳이 HD급이 아니더라도 이용에 문제가 없는 장르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요국들에서는 늘어난 디지털 지상파 채널을 활용하여 많은 전송용량이 필요하지 않은 어린이채널, 일기정보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MMS를 통해 HD급 채널과 SD급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 처럼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HD 프로그램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무료다채널 서비스를 계기로 디지털 단말기 보급이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고급 HD 채널은 상대적으로 채널용량이 큰 유료방송쪽에서 유료서비스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현재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허가 받은 디지털 전송 주파수를 자율적으로 다채널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MMS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매체간 균형발전이나 융합시대 미래방송의 준비라는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융합시대 무료 공익 서비스를 위해 지상파 주파수의 활용성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제도 마련을 위한 MMS 도입 논의는 보다 진지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나가야 할 부분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방송통신 융합의 변화로 새롭게 출현하는 뉴미디어에 대해서는 기존의 방송시장에 비해 시장경쟁 원리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융합이라는 변화자체가 기존의 방송 중심의 규제를 완화하여 더 많은 사업자들을 시장에 진입시키고 이들의 경쟁을 통해 합리적 가격과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규제목표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서비스들은 단말기 개발 비용, 전송비용 그리고 콘텐츠 제작비용으로 인해 유료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수용자들의 유료방송에 대한 비용지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형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전국가구 월평균 소비지출 통계에 따르면 가구당 통신비가 13만 422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규모는 국민소득 2만불 이상의 주요선진국들의 지출비용 3% 미만보다 두배 이상 높은 6.9%에 이르는 수치이다. 제한된 수용자를 놓고 유료방송은 그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될 콘텐츠들의 다양성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앞으로의 사회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유료방송과 무료방송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처럼 미래 방송은 유료 서비스를 기초로 그 전문 서비스가 강화되는 동시에 다양한 제작주체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무료로 서비스하는 일반 서비스의 공존으로 문화다원성의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그 진화방향을 자리매김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방송의 미래를 준비하는 연장선상에 위치한 MMS 논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본 칼럼은 [비디오플러스 8월호]에 기고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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