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만제
이만제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산업연구팀장)
IPTV(인터넷 프로토콜 TV) 도입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사업자간 이해 대립과 정책기구의 입장차이로 거의 2년간을 표류(漂流)하던 이 사업이 방송위원회와 정통부가 공동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새롭게 활기를 띠고 있다.
시범사업에 지상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 텔레비전 사업자들까지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했다는 점은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서비스 성격과 이용행태를 조사해 사업자 선정 방법 등 규제 방안이 마련되겠지만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시범사업과 함께 개별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케이블 텔레비전을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으로는 IPTV를 도입할 방안이 없어 보인다.
도입을 위해서는 방송법 테두리 내에서든 별도의 법으로든 IPTV를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매체(媒體) 차별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매체에 적합하도록 진입규제나 소유제한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지배문제는 매출이나 방송권역보다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를 기준으로 일정 정도 제한하는 쪽으로 정리할 수 있다.
케이블 텔레비전과의 공정경쟁 장치 마련 역시 중요한 사안이다.
IPTV와 디지털 케이블 텔레비전의 특성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 두 매체를 통합 규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상파의 경우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 방송이 별도의 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아날로그 케이블과 디지털 케이블의 법적지위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디지털 케이블을 추진해 온 MSO 또는 SO 컨소시엄 등이 IPTV에 참여하는 길이 열리게 되는 동시에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역시 가능해진다.
디지털 케이블은 IPTV 기술을 활용(活用)할 수 있게 되고 또 양 사업자는 경쟁을 하는 동시에 서로 합병 형태로 융합할 수 있는 탄력성도 갖게 된다.
무엇보다도 IPTV 도입의 중요한 산업적 의미 중 하나인 광대역통합망(BcN) 조기 구축을 통신사업자와 케이블 사업자가 경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IPTV 도입 과정에서 다채널,대용량에 적정한 콘텐츠 수급 방안과 함께 유료방송시장 정상화 방안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IPTV 도입초기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은 불가피하겠지만 그것이 전부여서는 곤란하다.
기존 유료방송시장이 겪어온 단순 중계기능 중심의 파행을 개선해야 한다.
저가 수신료 구조를 벗어나 제작시장과 새로운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定着)돼야 한다.
융합시대 대형 네트워크 사업자와 대칭되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형 프로덕션들이 기능하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매출의 50%를 채널공급사업자에게 배분하는 홍콩의 IPTV 운영모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국내외에서 새로운 매체 도입은 사회적 필요나 이용자의 요구보다도 산업적 정치적 결정이 우선됨을 보여주고 있지만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새로운 매체의 성공적 정착 여부는 여전히 이용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통신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콘텐츠의 유료화 속성이 강하다.
무선인터넷의 경우 그림 몇 개와 노래 몇 곡을 다운 받을 경우 이용료가 10만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었다.
국민 일일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3시간 11분으로 최근 5년 전에 비해 겨우 13분 증가하고 있다.
가구당 통신비는 13만422원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 주요 선진국들의 지출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6.9%에 이른다.
연간 6조4000억원 규모의 광고시장은 경제성장률 수준의 성장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가구의 80%가 이미 유료방송에 가입해 있고,1140만 케이블 유료가입자 중 88.3%가 저가형 가입자이다.
이런 현실에서 IPTV가 블루오션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다 아는 바대로 현재의 유료시장을 능가하는 이용자 중심의 싸고 편리한 서비스와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 준비가 관건(關鍵)이 될 것이다.
*본 칼럼은 [한국경제신문 8월 23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