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호영
권호영(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지난 7월 14일에 3기 방송위원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음으로써 임기를 시작하였다. 임명장을 받은 직후 3기 방송위원들이 방송위원회로 출근하려하자 일부 방송위원의 부적격성을 내세운 방송위원회 노조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위원의 임기 만료후 선임, 임명장 받은 날 방송위원회로 출근하지 못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송위원회에 방송정책권을 부여한 정신과 방송법의 규정이 무시된 채 3기 방송위원들이 선임되었다는 점에서 3년여 전에 있은 2기 방송위원들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쟁취하기 위해서 방송위원회를 현재의 형태로 만들었다. 방송법에 의하면 방송위원은 방송과 행정에 대한 전문성을 가져야 하며,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 1기 및 2기 방송위원들도 그러했듯이 3기 방송위원들도 정치적 독립성과 거리가 멀고, 전문성을 가졌다고 보기에 어려운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방송․통신 융합에 대해서 깊은 식견을 가진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방송위원들이 어떤 측면에서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설명되지 않는다. 방송위원의 선임권을 가진 대통령실, 여당 및 야당이 방송위원회를 만든 정신을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방송법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방송위원들의 전문성과 대표성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약체라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방송위원회는 2000년부터 방송정책권을 가지게 됨으로써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1기에서 3기에 걸친 방송위원들을 단순히 이미지에 따라 평가해보면 과거 심의기능만 가지고 있던 시절에 비해서 오히려 약체라고 볼 수 있다. 방송위원은 KBS, MBC 등의 사장을 능가할 정도의 사회적 경력과 역량, 정치적 카리스마와 도덕적 권위를 가져야 한다(정윤식, 2006.4). 방송위원회의 정책이 지상파방송사에 휘둘리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는데 이는 방송위원중에서 지상파 출신인사들이 많이 포진한 측면도 있지만 방송위원들의 중량감이 방송사 사장에 비해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 구성에서 정치권력과 이해집단으로부터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일이 불가능함을 세 번에 걸친 방송위원의 인선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고,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현재 방송위원회의 설립한 상당한 기여를 하였고 1기에 방송위원장을 역임한 강대인 선생은 “방송위원회의 구성에서 정치권력과 이해집단으로부터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이미 두 번에 걸친 위원회 구성 사례로 그 실체가 들어났다”고 토로하였다.
방송 정책권은 집권 세력이나 정당의 몫이며 다만 야당의 비판 세력이 어느 정도 정치적 배분과 균형을 통해 일방적인 여당의 독주를 여하히 견제하는 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정윤식 선생의 현실론이 보다 설득력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론을 반영하여 방송위원의 구성에서 견제와 균형의 묘미가 발휘되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한편 조만간에 출범할 것으로 알려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방송과 통신의 규제기구를 개편하면서 정치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실현하기 어려운 이념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여당이 책임을 지고 정책을 펼치고 야당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본 칼럼은 <미디어 오늘, 바심마당, 2006/7/18>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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