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호영
권호영(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지난해에는 방통융합에 관한 토론회가 식상할 정도로 많이 개최되었고, 논의가 주로 규제기구의 개편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관련 부처 특히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는 큰 시각차를 보였다. 그리고 IP-TV의 도입 방안을 두고 두 기관간은 매우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금년에 들어서는 관련 기관들이 논쟁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게 되고, 관련기관 실무자들이 참여한 방송통신융합 실무준비TF에서 비교적 순탄하게 의제를 도출하여서 융합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관련 기관들이 논쟁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된 것은 공개적인 논의의 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 것을 지난 6월 중순에 깨닫게 되었다. 이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제주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방송위원회 부위원장과 정보통신부 차관(본부장이 대독)의 기조연설을 들으면서 한국이 방통융합에 적합한 기구와 제도를 가지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절감하였다.
기조연설에서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방통융합 정책에 대해서 기존의 방송위원회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였는데, 대표적인 주장으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IP-TV서비스는 명백히 방송서비스라고 주장하면서, 정보통신부가 융합형 서비스중 인터넷접속서비스와 VoIP서비스를 기간통신역무로 규정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추가하였다. 사업자분류체계를 수평적 규제로 전환할 때 콘텐츠와 네트워크로의 양분이 아니라 플랫폼 영역이 추가하여 3분할 체계를 주장하였다. 고정계 다채널방송시장에서 한국통신이 케이블TV 사업자에 비해서 대규모 사업자이므로 비대칭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하였다.
이어서 연설에서 나선 정보통신부 본부장은 광대역융합서비스와 규제기구의 개편방향에 애기하면서 기존 정보통신부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IP-TV(정통부는 ICOD라는 용어를 사용함)를 광대역융합서비스법을 통하여 처리하자는 주장을 하였고, 규제기구의 형태에서도 독임제 행정기관보다는 정부조직형태가 적합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구성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방통융합을 주도하여야할 기관의 2인자들이 종전을 입장을 반복하는 연설밖에 들을 수 없는가? 방통융합에 대해서 적지 않은 기간에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방송과 통신 정책기관은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타협의 거의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
방통융합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필자는 독일의 대응방안 즉, 규제기구는 그대로 두고 융합형 서비스를 분류하는 원칙을 정한 다음에 이에 의거하여 관할 기관을 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규제 기구의 개편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개편으로 인한 후유증등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련 기관의 논의를 지켜보면서 이러한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규제 기관들이 빈번히 출현하는 융합형 서비스와 단말기의 관할권에 대해서 합의하면서 협조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방통융합에 대응한 규제기구의 개편이 필요한데, 이러한 규제기구의 개편에서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를 포함한 당사자들이 주도권을 가져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과 통신 정책 기관들은 규제기구의 개편에 따른 이해당사자이므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규제기구의 개편이후 이루어져야 할 법률개정 작업에서 방송과 통신 전문 기관의 주도권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방통융합과 관련된 규제기구의 개편 논의가 실종된 이유의 하나로 이해당사자들이 논의를 주도한 것을 들 수 있다. 다음 달에 출범할 예정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주도권을 방송과 통신 정책기관 이외의 기관이 가져야 할 것이다. 방통융합은 방송과 통신서비스 뿐만 아니라 IT산업 등 경제 전반의 성장에 필수적인 하부구조임을 명심하고 금년 내로 규제기구의 개편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즈 2006년 7월 4일]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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