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호영
권호영(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방송의 사회적 역할은 정부가 제공하는 주요 기능인 국방과 교육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방송은 상당히 많은 공적인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방송의 산업적 측면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방송 드라마가 대만, 일본, 중국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일구어낸 한류는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동시에 상당한 직.간접적 경제적 효과를 거두었다고 인정되고 있으며, 한류를 지속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여러 군데에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문화산업을 차세대 성장 산업의 군에 포함시켰는데, 방송산업은 문화산업에서 가장 비중이 크고 해외로의 진출가능성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정통부가 추진중이 IT839전략에서도 광대역 통합망을 통해서 제공될 컨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디지털TV와 방송기기가 신성장동력의 하나에 포함되어 있다.
방송의 공익적 기능과 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방송산업에는 국민이 낸 세금이 거의 투입되지 않고 있다. 방송부문에 대한 정부의 예산구조(국고와 기금을 포함)를 보면 매우 특이하다. 방송부문의 주무 관청인 방송위원회는 국고를 거의 쓰지 않고 있고(예외적으로 2006년도 예산에서 KBS의 사회교육방송과 국제방송을 지원하기 위해서 43억원이 책정되었다), 대부분 방송발전기금을 사용하고 있다. 방송영상산업의 진흥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관광부와 방송기술을 담당하는 정보통신부에서 방송 사업에 국고를 일부 투입하고 있지만 방송이 문화부와 정통부의 주력 사업이 아닌 관계로 그 예산 규모는 매우 적다. 방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낸 세금이 투입되지 않고 방송사업자들로부터 거둔 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예산구조는 시정되어야 한다.
방송부문의 재원중에서 개선되어야 할 내용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방송부문에 대한 국고의 투입이 증대되어야 한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강조되고 있지만 현재 방송콘텐츠의 진흥에 국고가 거의 투입되지 않고 있으며 방송발전기금중 일부가 투입되고 있다. 방송법에 의하면 문화부는 방송영상산업을 진흥해야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부가 방송영상산업을 진흥할 예산을 올리면 기획예산처가 이 예산을 삭제하고 있다. 문화부가 올리는 방송산업관련 사업이 대부분 방송발전기금의 사업과 중복된다는 점을 이유로 기획예산처가 문화부의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방송발전기금의 예산만으로 충분한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예산 중복을 근거로 방송법에 규정된 역할을 문화부가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기획예산처의 판단이 적절한 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둘째로, 방송위원회의 경비를 국고에서 지출하여야 한다. 2006년도 경우 2,200여억원의 방송발전기금중에서 관리비(방송위원회 직원 인건비 등) 항목으로 310.9억을 책정하고 있다. 방송위원회의 경상비와 사업비를 방송발전기금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기획예산처, 국회, 그리고 일부 학자들이 꾸준히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되지 않고 있다. 방송위원회의 경비를 방송발전기금에서 사용하는 할 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방송법에는 방송발전기금의 용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방송위원회의 경비로 사용할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부부처의 경비를 기금에서 사용하는 것은 기금의 설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두 번째 문제는 방송발전기금을 운용계획을 수립하는 기관이 자기 기관의 경비를 이 기금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기금은 자기 기관의 경비로 우선적으로 배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용이하게 증액시킬 수 있다. 실제로 방송발전기금에서 기금관리비는 2000년이후 매년 10%이상 증액시켰다(단 2006년도의 경우 6.8% 증액).
2007년도 예산을 기획하면서 방송부문에 나랏돈이 얼마나 투입되는 것이 적절하며 나랏돈을 누가 집행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원칙이 정립되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문제가 일어난 원인은 방송의 주무 관청을 문화부에서 방송위원회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고, 방송위원회로 방송정책기능이 이관된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과 관련된 규제기구의 개편 과정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이 개선되어야 하고, 규제기구의 개편이 완료되기 이전에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간의 원할한 조정이 필요하다. *본 칼럼은<미디어 오늘,2006/6/8>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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