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호영
권호영(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채널수의 증가로 인해서 지상파방송사의 시청률은 감소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광고수입도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PP로 진출하고, 인터넷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지상파방송사들은 영화에 투자하거나 DVD를 제작.판매하기도 한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위에서 언급한 사업에 추가하여 위성방송과 지상파DMB와 같은 플랫폼 사업으로도 진출하였다. 지상파방송사들이 수익다각화를 위하여 다양한 상업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 시각이 공존한다. 찬성하는 이유로 지상파방송사들은 시청률 감소와 이로 인한 광고수입의 감소에 대응하여 상업 활동을 통해서 수입을 증대할 필요가 있고, 공영방송사의 상업적 수입이 증대하게 되면 국민의 수신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음을 들고 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한국에서 지상파 방송3사는 방송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고, 이러한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 관련 사업으로 진출할 경우 독점력이 다른 분야로 전이되며, 특히 공영방송사가 상업적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고, 공정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음을 들고 있다.
이러한 찬.반 양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지상파방송사가 PP로 진출하는 것은 일정한 수준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서 대체로 동감하고 있다. 방송위원회에서는 2004년 3월에 ‘PP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지상파방송사업자의 PP시장 추가진입을 제한 및 지상파계열 PP에 대한 플랫폼 송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신규PP 등록신청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위원회가 운영한 ‘PP 제도개선위원회’의 정책건의안(2006년 1월 발표)에서도 지상파방송사업자의 PP소유를 제한하는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지상파계열PP의 플랫폼 송출을 제한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한국의 경우 지상파방송사가 PP로 진출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의견이 많은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로, 지상파 방송사가 PP로 진출함에 따라 시장지배력이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PP는 총 150여개이고 지상파방송3사 계열의 PP가 11개이다. 지상파 방송사 계열 PP의 시청점유율은 33%이고, 매출액은 13.6%, 순이익은 81.9%를 보였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보유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계열PP에 우선적으로 공급함에 따라서 지상파 계열 PP들은 어렵지 않게 높은 시청률과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둘째로, 지상파 방송사가 PP의 수를 늘릴수록 독립 PP의 생존이 어려워진다. 드라마, 스포츠, 영화와 같은 인기 채널을 보유한 지상파계열 PP가 새로운 채널을 설립할 경우 SO는 이 채널을 편성에서 제외하기 어렵고, 그럼에 따라서 독립 PP는 SO에 편성되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생존이 곤란해진다. 셋째로, 공영지상파방송사들이 공익적 성격의 PP로만 진출하지 않고 상업적인 PP로 진출하고 있다. 현재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장르인 드라마, 스포츠, 영화 채널 등으로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공영방송사들이 상업성이 약한 뉴스, 의회, 역사, 어린이 장르의 PP로 진출하는 것을 두고도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사들이 내부보조를 할 가능성을 두고 논란을 벌인 적이 있으며, 외국의 공영방송사들이 드라마, 스포츠, 영화와 같이 상업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의 PP로 진출한 사례가 없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KBS가 신청한 가족채널의 등록 건이다. 만약 KBS가 가족채널만을 하겠다면 수긍하겠지만, 이미 3개의 PP를 운영하고 있고 이 PP중에 드라마와 스포츠 장르의 채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KBS와 같은 공영방송사들의 상업적 활동에 대해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영국이 BBC의 상업적 활동에 적용하고 있는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한국의 공영방송사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방송위원회는 법적으로 등록을 거부할 권한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까지 방송위원회가 취해온 입장과 상충되는 행위를 할 경우에 방송위원회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것이다. *본 칼럼은 2006년 4월 12일 중앙일보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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