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호영
권호영(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매체와 채널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 및 영화를 제작할 경우에 여러 매체를 통해서 배급할 수 있으므로 콘텐츠가 중요해질 것이고, 따라서 콘텐츠가 왕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한국의 경우에도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의 저작권을 소유한 방송사나 제작자는 2차 유통을 통해서 적지 않은 수입을 거두고 있다. 한편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유료방송 이용자에게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편성하여 채널을 제공하는 PP중에서 대부분의 단독 PP들의 경영이 매우 어렵고 이러한 어려움이 점증되고 있다. 온미디어, CJ미디어, 지상파 3사 계열 PP, YTN 등 시청점유율이 높은 PP의 경우에는 SO 영업도 어렵지 않고 이윤도 내고 있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PP는 SO에의 런칭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따라서 경영 실적이 좋을 수가 없다. 단독 PP들의 런칭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MSP나 대형 PP들이 채널을 추가하고 있고 SO는 이들이 신설한 채널을 우선적으로 편성하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 PP는 사업초기 부터 지속되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였고 1997년 12월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 위축때 삼성, 현대, 대우 등 대기업들이 PP를 매각하여 업계를 떠났으며 대부분의 PP들의 주인이 바뀌었다. 케이블TV의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1999년과 2000년에는 PP들이 잠깐 경영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2001년 3월부터 PP등록제가 실시되면서 100개 이상의 채널이 등록하고, SO와 PP간에 개별계약제가 실시되면서 PP는 다시 어려움에 휩싸이게 되었다. PP들은 SO에 런칭하기 위해서 마케팅과 홍보에 비용을 지출하였고 PP가 받는 프로그램 이용료를 낮추었고, 일부 PP는 오히려 SO로부터 프로그램 이용료는 한 푼도 못 받고 런칭료를 지불하게 되었다. SO와 PP간의 거래에서 약자인 PP가 다양한 불공정 행위를 겪게 되었고, 이는 여러 통로를 통해서 알려졌고 금년 2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행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부 SO를 제제한 적도 있다.
PP 등록제의 시행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자 방송위원회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2002년부터 등장하였다. 2002년 12월에는 방송위원회 강대인 위원장이 PP의 생존이 어려워진 점을 인정하고 방송발전기금, 문화산업기금, 정보화촉진기금 등을 PP의 지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 중이고 동시에 PP활성화 측면에서 관련 제도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3년에 들어서 방송위원회는 2003년 상반기내에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여 SO와 PP간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2003년 5월에 구성된 2기 방송위원회는 유료방송 시장 정상화 및 공정거애 등을 근간으로 하는 PP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예정보다 9개월 이상 늦어진 2004년에 3월에 ‘PP 활성화 방안’을 내어놓았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 유료방송 시장질서 확립과 방송콘텐츠 제작지원을 우선하여 추진한다. - PP에 대한 SO의 적정 수신료 배분을 유도하기 위해서 SO의 가입자수를 공개하고, SO재허가시 PP에 대한 수신료 배분계획 이행여부를 심사하며, 저가 위주의 케이블 TV 이용요금 체계 개선을 추진한다. ○ 지상파방송사업자의 PP시장 추가 진입과 케이블, 위성방송에서의 지상파방송사 계열 PP의 송출을 제한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 사업자간 불공정거래 개선, 불법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 시장행위 규제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후 방송위원회는 PP에게 프로그램 제작비를 연 30억원 규모로 지원하고 있고, SO의 티어링 및 가입자수를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공표하고 있고, SO의 재허가시 PP에 대한 수신료 배분 실적을 검토하여 경고를 하거나 재허가 추천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방송위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SO와 PP간의 계약에서 시청률 30위이하의 PP들은 프로그램 이용료 0원, 런칭료 지불이 관행이 되었고, 그나마 채널 런칭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방송위원회의 조치가 미흡한 측면이 있고 동시에 SO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동시에 작용하였다.
이에 방송위원회는 2005년 9월부터 12월까지 ‘PP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서 PP관련 시장 및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수립하려고 했다. 이 위원회가 11월 초에 정책건의안을 마련하고 12월에는 제도개선방안을 방송위원회가 의결하도록 일정이 짜여 있었다. 그러나 PP제도개선위원회는 활동기한이 끝난 2005년 12월말까지 정책건의안을 마련하지 못하였고, 2006년 1월 중순에 정책건의안을 발표하면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활동을 종료하였다. 방송위원회가 PP제도개선위원회에서 제시한 건의 내용들은 사안별로 순서를 정해 정책에 반영한다는 보도가 2월초에 있었지만, 그 이후 현재까지 방송위원회가 PP제도개선을 위해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보도되지 않고 있다. PP제도 개선위원회의 정책건의안에서 제시된 과제를 3기 위원회로 넘기는 것으로 추측된다.
시청자들은 SO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PP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본다. 시청자들의 효용을 PP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질에 의해서 좌우된다. PP의 어려움을 바로 시청자들의 복지와 직결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PP의 어려움을 방치해서는 시청자 복지를 위해서 방송위원회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PP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PP들을 현 상태로 방치할 경우 모두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도태를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소 PP들의 어려움은 이들이 경영을 잘 못했다기 보다는 방송 정책의 결과로 인한 산업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가 PP제도의 개선을 위해서 조기에 정책 방안을 의결하여 실행하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미디어 오늘, 2006/4/8>에 기고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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