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호영
권호영(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미디어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망과 서비스가 융합되고,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서로 상대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이 출현하고 이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가운데 핵심적인 서비스는 동영상을 포함하는 멀티미디어 서비스라고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콘텐츠의 원소스멀티유스의 성격으로 인해서 콘텐츠가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최근에 한국의 통신사업자은 콘텐츠 사업을 인수하고 있는데, SK텔레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IHQ(연예매니지먼트), YBM서울음반(음반사), YTN미디어(방송채널)를 인수하였고, KT는 지난해 싸이더스FNH(영화제작사)를 인수하고 디지털 시네마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올해 콘텐츠 부문에 770억원 투자를 결의하였다. 케이블TV 시장에서는 온미디어와 CJ가 SO와 PP를 모두 보유한 대표적인 MSP사업자이고, 대형 MSO인 T브로드, C&M, HCN이 PP사업을 강화하면서 MSP화하고 있다. 대형 네트워크 사업자의 콘텐츠 사업으로 진출은 콘텐츠 사업으로 자금이 투여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여태까지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콘텐츠 제작자는 소규모 자본을 투입하였고, 기업마인드도 부족하며, 위험 관리가 되지 않아 영세성을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이 콘텐츠 제작업에의 진출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네트워크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대안적 네트워크가 많아짐에 따라서 콘텐츠를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콘텐츠의 가격이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대부분 네트워크는 진입이 제한되어 있고 인터넷 같이 진입 제한이 없는 경우에도 2-3개 사업자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창구로 진입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네트워크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결합은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수.합병의 역사를 보면 네트워크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결합은 성공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많고 일회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AOL와 타임워너의 합병, 비방디사의 유니버셜인수, 키르히 그룹의 디지털 위성방송사에의 대규모 투자 등은 플랫폼과 콘텐츠가 결합되었지만 성공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를 두고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과 영화나 방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간에 기업문화에 커다란 차이가 있고 이를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다.
한편 케이블TV 산업 내에서의 SO와 PP의 결합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는데, 케이블TV 사업의 속성을 서로 잘 이해하고 있고 MSP의 이점을 충분히 이용하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 미국의 지상파방송사들은 모두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를 인수하여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네트워크이자 동시에 콘텐츠를 제작하고 편성하면서 콘텐츠 제작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200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모든 매체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융합되고 시점에 네트워크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분리되어 전문화 되는 것과 인수.합병으로 결합되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 방향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콘텐츠의 비경합성과 네트워크의 외부효과로 인해서 미디어 산업은 다른 어느 사업보다도 대규모의 이점이 강하므로, 미디어 산업의 구도를 설정할 때 미디어 산업이 소수의 기업에 의해서 좌우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본 칼럼은 [미디어 오늘, 바심마당, 2006/3/30>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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